한국 소비자 대하는 불편한 진실…국토교통부, ‘현행법 따라서 법적 문제없어’

벤츠코리아, 화재위험 있는 안전과 직결된 결함에도 판매 후 리콜 알려
국토교통부, "현행법 미비된 부분 보완 및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벤츠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GLE 신형 차량에 대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도 판매후 리콜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언론들은 국내 출시 전 이미 리콜 내용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사진=벤츠코리아, 편집=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월 판매대수 7000대를 넘어서며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GLE 모델 신차를 출시하면서 안전과 직결된 결함을 미리 알고도 판매후 리콜을 단행해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3개의 국내 완성차 업체를 누르고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명실공이 3위의 자리에 오르면서도 지난 9월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SUV GLE 신형 모델의 제작결함 관련 소비자들에게 리콜 내용을 알리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 현행법상 판매 전 차량 '리콜' 고시 의무 없어

이와 관련 취재진은 국토교통부로 해당사항이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된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소비자 또는 잠재 고객들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벤츠 차량이 리콜을 시행하게된 것은 지난달 출시된 GLE 300d 4Matic모델과 GLE 450 4Matic모델의 에어컨 응축수 호스와 관련 제작결함에 따른 것으로, 호스결합 과정에서의 조립불량으로 새어나온 물이 합선을 일으켜 화재 발생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차량은 국내에 수입·판매 중인 차량 가운데서도 초고가인 1억원 내외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토부와 벤츠코리아가 시정조치 및 리콜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리는데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 내용을 모른채 차량을 구매한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국토부와 벤츠코리아 측의 공시 또는 공지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인정하면서도 향후 유사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관리 및 공시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벤츠, 결함알고도 판매 단행…“소비자는 리콜 모른 채 구매 시작”

국토부 관계자는 “(결함 관련 리콜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제 리콜과 관련된 부분은 차량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 8월22일에 신고가 된 것은 맞다”면서 “다만 현행법상 자동차 소유자에게 결함을 알리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해당 차량이) 판매가 된 후에 다시 리콜이 이뤄지는 순으로 시스템이 진행됐다”며 “(잠재 고객들이 미리 결함을 알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상의 미비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즉 벤츠코리아에서 국토부로 신고하던 당시에는 법적으로 해당 결함 차량의 소유자가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 이에 판매를 시작한 이후 벤츠코리아는 신문 공고를 통해서 결함이 있어 리콜을 진행한다고 알렸다는 국토부의 해명이다.

다만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도 벤츠코리아는 한 주요 일간지를 통해서만 광고의 형태로 알리고, 그 외의 공시나 공고는 하지 않았다는 몇몇 언론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취재진이 찾아본 결과, 해당 조치에 대한 내용은 한 일간지 14면 하단에 다른 공고문들과 함께 나열되어 벤츠코리아가 차량 판매를 위한 광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기 힘들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한 일간지에 벤츠코리아가 게재한 시정조치 관련 안내문. (사진=이코노미톡뉴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로부터 벤츠코리아의 경우 해당 차량에 대한 리콜 관련 고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하며, 주요 일간지가 아닌 규모가 작거나 인지도가 낮은 언론을 통해 슬쩍 전달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도 흔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잡은 물고기에게 밥을 안준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수입차들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가 증가하면서 판매율이 올라가니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3일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이틀이 지난 9월 5일 신문 지면 광고를 통해 리콜 사실을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 GLE 300d 4matic 차량은 총 529대에 이르며, 해당 차량은 여전히 리콜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해당 차량의 리콜 및 시정 조치 관련 진행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벤츠코리아로 수차례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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