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개 아모레퍼시픽 회장, 장녀 서민정씨(왼족부터)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200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를 활용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유상증자대금은 아모레퍼시픽 주식 매입으로 활용될 방침이다. 하지만 전환상환우선주를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3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G는 장초반부터 약세로 돌아서 오후 1시 36분 기준 전일보다 8400원(-11.83%)하락한 6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장초반부터 상승해 전일보다 4500원(3.1%) 오른 14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아모레G는 지난 10일 유상증자를 통해 신형우선주(기명식 전환우선주)를 709만2200주 총 2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예정발행가는 2만8200만 원으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이번 신규 발행되는 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며 10년후 보통주 1주로 전환가능하다.

아모레G 측은 이번에 조달된 자금중 1600억 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매입에 쓰고 400억 원은 오설록 사업투자 금액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아모레G는 주가 희석 우려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가 당장은 우선주지만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와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조달된 금액으로 주식을 장내매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아모레G의 유상증자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으로 승계 작업이라고 꼽고 있다.

때마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씨가 지난 1일 학업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회사 측이 말한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서는 이번 유증을 통한 지분 매입이 지분 변화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형식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모레G가 2000억 원을 들여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지분 증가율은 고작 2.3% 증가에 불과하다. 여기에 회사 측은 1600억 원만 주식 매입에 사용한다고 밝혀 실제 지분 변화는 2%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모레퍼시픽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주식 매입기간이 2020년 12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아있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아모레G이 현금관련 자산은 2730억 원(현금성자산 1285억 원, 금융기관 예치금 1445억 원)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점도 경영 승계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최근 전환상환우선주는 총수일가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전환상환우선주는 우선 보통주보다 저렴해 승계 시 비용부담이 적고 일정기간 후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며 우선주인 만큼 배당을 많이 보장받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아모레G가 발행할 전환상환우선주도 10년 후에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고 우선주 기간에는 높은 배당을 받게된다. 올해 배당수익률은 2.5%, 2020년은 2.25%, 2021년부터 2%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는데 만약 서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 씨엑 전량 양도한다면 서씨는 향후 약 3.5%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로 보유할 것”이라고 내다놨다.

더욱이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에도 전환우전수를 통해 서민정 씨의 지분을 늘린 사례가 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아모레G2우B를 발행해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이후 해당 우선주는 2016년 보통주로 전환됐고 이에 서씬느 아모레G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G의 현금관련자산이 2730억 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지분 확대를 했다는 점, 통상 신형우선주는 승계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노이즈가 생길 수 있다”면서 “주식 희석으로 아모레G에게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증자로 인한 아모레G의 희석률은 6%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번 유증이 경영승계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노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우리사주 우선배정 비율은 20%로 구주주 1주당 배정비율은 0.0686641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민정씨가 최대 물량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약 17만주에 그쳐 발행 후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돼도 지분율 변동은 거의 없다”고 풀이했다.

다만 노 연구원은 이번 신형우선주가 추가 배당 수취가 가능해 지분 승계용 재원 마련에 사용될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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