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의견 GM에 전달하고 협의 거친 카젬 사장 들고 나온 제안 '300만원 신차 바우처'

▲ 기대가 집중되던 한국GM 10차 교섭이 결국 중단되면서 카허 카젬 사장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라는 업계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파업 자제를 요청하며 GM 본사 협의를 진행한다던 카젬 사장의 제안은 노조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달 말 한국GM 노조 지부장과 독대를 요청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글로벌GM에 노조의 요구를 전달하고 협의 중이니 파업을 중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10차 교섭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으나, 교섭은 중단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큰소리친 카젬 사장이 바닥을 보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2019 임단협 교섭은 중단됐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파업을 중단하고 정상 근무를 이어가며 교섭 테이블에 기대를 걸었던 조합원들은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오는 12월을 끝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현재 노조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해당 교섭에 대해 마무리를 지은 뒤 차기 집행부에게 넘겨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으나, 10차 교섭 테이블에서 교섭대표들의 반대가 컸다는 설명이다.

집행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집행부는 향후 또 다른 사안들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이번에 사측이 제시한 안에 대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다만 다수의 교섭대표들이 사측의 제안이 미흡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해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교섭중단을 선택했다.

카허카젬 바닥 드러났나? 신차 바우처 300만원 들고나와

카젬 사장을 비롯해 한국GM 사측이 들고 나온 제안은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노조가 지속 요구해온 지속 생산 등이 포함된 미래전망과 관련된 전략이나 계획은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앞서 부평공장으로 기자들을 불러 한국GM이 수용할 만한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카젬 사장이 GM 본사에서 논의를 거쳐 들고 오게 될 제시안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시 노조도 지난 1일부터 8일까지를 성실교섭촉구기간으로 정하고, 파업을 자제하고 잔업 및 특근 거부까지 한시적으로 해제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GM이 내민 카드는 기본급 인상이나 성과급 지급도 아니었고, 부평2공장이나 창원공장 부품생산 확약 등에 대한 부분도 아닌 최대 300만원에 달하는 신차 할인 바우처 제공이었다.

경북 지역에 있는 국내 완성차 협력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우리도 완성차 업체들이 10% 수준의 자동차 할인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자사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바우처를 임단협 교섭안으로 들고 나온 부분은 납득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달 지부장과 카젬 사장의 독대를 통해서 투쟁을 멈추라는 소식에 이후 교섭에서 뭔가 기대할 만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막상 교섭에 들어가서는 특별한 제안 사항도 없었고 올해 교섭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한국GM 노조의 공식적인 단체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향후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교섭 중단, 카젬 사장 만나는 일은 차기 집행부 숙제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재교섭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나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내주에 임시대의원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그 자리에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대처해야할 방안과 차기 집행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와 의미 있는 논의 또는 협의를 진행했다는데 이정도 수준이라면 카젬 사장이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들고 나올 묘수를 기대했지만, 결국 그의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카젬 사장이 GM 본사에 노조 입장을 전달했으나, 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노조의 주장이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섭이 중단되면서 한국GM의 향방이 어렵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노조가 사측으로 바우처 지급 범위를 비정규직까지 넓히고 창원, 군산 공장 징계대상자 철회와 미래 생산 계획, 엔진 변경 등 여러 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는 그간 한국GM 노조와 카허카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사이의 교섭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키는 GM 본사만 가지고 있다는 추측을 이어왔는데, 이번 교섭 결렬을 통해 명백히 밝혀진 것이라는 풀이도 내놨다.

한국GM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한국GM이 글로벌GM의 자회사며, 카젬 사장을 고용한 것은 맞지만 한국GM 사장의 자리에 있는 카젬 사장이 한국GM을 책임지고 이끌고 나가는 것이 맞다”면서 “교섭에서의 결정권과 모든 방향도 카젬 사장과 경영진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입단협 교섭에서 카젬 사장과 노조 사이의 이견의 차이를 좁히는 일은 차기 집행부가 숙제로 가지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시저 톨레도 부사장이 국내로 수입해 판매하기로 결정한 픽업트럭 '콜로라도'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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