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교직원공제회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더케이손해보험이 결국 매물로 등장했다. 이미 KDB생명이 매각절차에 돌입했고 잠정 매물로 예상되는 동양생명·ABL생명 등도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업계가 새 주인 찾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은 누가 품느냐에 따라 업계 재편까지 기대할 수 있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악화된 업황,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이 걸림돌로 남아 있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 보유지분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로 결정했다. 매각주관은 삼정KPMG가 맡았고 법률자문은 법무법인 광장이 선임됐다.

더케이손보가 매물로 나옴에 따라 다수의 잠재적 원매자가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대상은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한 더케이손보 지분 100%다.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일 등 추후 일정이 현재로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개경쟁입찰 혹은 수의계약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케이손보는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했으며 손해보험 전종목에 대한 허가를 취득한 종합손해보험사다. 지난해 영업손실 125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하긴 했지만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위주 영업을 이어와 고객층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더케이손보 원수보험료는 4715억 원으로 이중 65.1%인 3067억 원이 자동자보험이다.

매각가격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는 통상 금융사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예상 매각가로 지난해 연말기준 PBR 1배 수준은 1500억 원 상당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롯데손보가 PBR 1.65 수준을 적용받은 바 있어 더케이손보 역시 PBR 1배를 웃도는 비율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당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본확충을 비롯해 수익성 다변화 전략 모색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삼정KPMG를 통해 경영컨설팅 용역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유증을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경영권 매각으로 급선회하게 됐다. 이들은 이미 10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더케이손보의 자본금을 1600억 원까지 증자했다.

KDB생명 매각 공식화…동양ㆍABL생명도 가시권

더케이손보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보험 업계가 M&A 풍랑에 시달릴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미 KDB산업은행은 최근 KDB생명의 4번째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산은은 지난달 20일 매각공고를 내고 KDB생명의 매각 절차를 공식화했다. 지난 8월 14일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매도인실사 및 잠재투자자 앞 사전 미팅 등을 진행 중이다.

산은 측은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양해각서(MOU) 체결하고 2020년 초 매각 종료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도 잠재적 매물로 평가 받고 있다.

안방보험은 우사오후이 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외국계 회사들을 매각하고 있어 동양·ABL생명 역시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안방보험그룹의 자산을 인수할 새 보험사로 ‘다자보험그룹’을 설립했다. 또 기존 안방보험 출신 경영진이 하나둘씩 물러나고 중국 정부 측의 인사들이 임명되면서 동양·ABL생명의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개선명령을 받으며 자력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MG손해보험 역시 잠재적 매물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MG손보는 지난 9월 18일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계획서를 조건부로 승인 받으면서 오는 11월 말까지 20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완료해야 한다.

이에 MG손보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JC파트너스, 리치앤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우리은행 등의 유상증자 및 리파이낸싱을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MG손보는 자본 확충 이행을 위해서 실질적인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의 운용사(GP) 변경을 위한 대주주적격심사 통과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MG손보가 대주주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상화 이후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보험사 매물 수두록…금융그룹들 관심 드러내나

이처럼 보험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우선 시중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보험사에 대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초 KB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로 인해 단숨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면서 취약한 생명보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KB금융 역시 생보사 추가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키워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 만큼 규모있는 생보사 인수자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특히 KDB생명 매각 재추진때도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생보 인수는 원칙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내부등급법 적용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형 M&A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측은 보험사보다 증권사 확보가 우선과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 보험사까지 넘보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올초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동양·ABL자산운용을 동시에 사들인 바 있어 동양·ABL생명 통매각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한금융 역시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생보 매출을 확 끌어 올렸지만 아직 손보 영역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합금융을 위해서는 손보사 인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업계는 신한금융이 지난해 거액을 들여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만큼 당장 큰돈을 쓰기에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은행 비중이 큰 하나금융 역시 보험사 매물에 대해 금정적이다. 하지만 올 초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시도가 무산된 이후 M&A 시장에서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이 밖에 지방 금융지주들도 보험업 진출에 긍정적이다. 앞서 올초 BNK금융지주는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뜻을 비추기도 했다. 물론 BNK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손보 인수는 무산됐지만 보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향후 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BNK금융은 지난 4월 MG손보 인수설에도 등장한 바 있다.

금융권 가격 떨어지기만…IFRS17 매각 최대 걸림돌

이처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인수후보군들이 추려지고 있지만 실재로 매각이 순탄할 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롯데손보의 경우 퇴직연금시장 점유율 및 롯데그룹 제휴 등 여러 당근이 있었지만 금융지주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매물로 나오는 보험사들이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업황이 악화됐고 IFRS17에 대비해 상당한 자본 확충 등의 과제가 있어 거래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업계는 IFRS17이 상당한 매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을 인수하는 회사는 인수 금액 이외에도 IFRS17에 대비해 최소 7000억 원 이상 추가 부담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최근 롯데손보 인수를 마친 JKL파트너스도 인수 금액 이외에 이달 중으로 375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들이 당장 안사면 안된다는 수준으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IFRS17 도입 이후 매각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당장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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