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때 자산가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판매됐던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며 환매 중단을 선택했다. 이들은 고객 손실 최소화를 위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묶인 8466억 원을 비롯해 향후 최대 1조3363억 원(모펀드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어 투자금을 돌려받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환매 중단을 결정한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최장 5년이라는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차로 2436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 환매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편드는 개방형 펀드 644억 원과 폐쇄형 펀드 1792억 원 전액이다.

이에 따라 라임자산운용은 사모채권 펀드 ‘플루토 FI D1호(6930억 원)’,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 펀드인 ‘테티스 2호(3997억 원) 등 모펀드 가운데 이미 환매를 중단한 6030억 원을 포함해 총 8466억 원 규모가 환매 중단 됐다.

라임운용 측은 나머지 4897억 원에 대해서도 환매 중단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종훈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시장 약세와 메자닌 판매 수익이 악화되며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다”면서 “우량한 자산을 우선 매각함으로써 빚어질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무리한 매각보다는 펀드 환매 상환을 연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종필 라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는 “2차 환매금지에 대해서 14일 판매사에게 통보했다”면서 “무역금융 펀드 지분 전체를 제3의 운용사에 매각해 최소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측은 이날 환매금지 조치에 들어간 무역금융 펀드에 대해 통 매각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손실금액에 30% 이하라면 원금 손실 없이 연 5% 수익을, 손실률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면 원금의 90%만 수령할 수 있다.

문제는 거래대금의 60%를 2년 8개월 뒤, 나머지 40%를 4년 8개월 이후 지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당장 해당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최장 5년 가까이를 기다려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70%는 2020년까지 묶이고 나머지는 2021년이 돼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라임자산운용 측의 예상이다.

이 부사장은 “테티스 2호에 포함된 자산 중 1363억 원(52.5%)을 6개월 이내에 우선적으로 회수할 예정”이라며 “2년 이상 소요되는 자산들은 셀다운(재판매) 등의 유동화를 통해 조기 회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환매 불가…약속한 원금과 이자는 지급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측은 지금 당장 환매할 수는 없지만 상환 계획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는 약속대로 지급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특히 이 부사장은 “현재 펀드에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목표 이자율은 9.0%로 설정하고 운용하고 있다”면서 “펀드 구조상 부동산에 절반 가까이 투자 돼 있는 등 원금 손실 위험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또 “가입자에게 원금뿐 아니라 최소한의 이자까지 돌려주기 위해 운용 수익에 따라 받는 성과 보수를 없앴고 운용 보수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며 오로지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 <사진=김종현 기자>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돈이 묶이면서 사모펀드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라임자산운용은 금감원을 조사를 받으면서 펀드 판매가 사실상 중단돼 환매요구가 거세질 경우 환매 중단 규모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라임자산운용 형태를 따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모펀들 역시 유사한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자칫 사모펀드 시장이 환매 중단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금감원은 우선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한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TRS는 파생거래의 일종으로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이다. 예를 들어 총수익매도자(증권사)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매수자(운용사)에 이전하고 대신 수수료(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운용사 입장에서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가장 많은 TRS 계약을 맺은 KB증권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증권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 10일부터 TRS거래 관련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으며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도 오는 30일로 예정된 종합검사에 앞서 14일부터 사전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금투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라임자산운용과의 TRS계약 역시 들여다 볼 계획”이라며 “KB증권은 자산운용검사국이 봤지만 신한금투 검사는 금융투자검사국이 맡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사모펀드 경색 우려…유동성 점검 돌입

더욱이 금감원은 최근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환매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만큼 이들과 비슷한 전략을 쓰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대한 유동성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라임자산운용 측은 투자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 부사장은 “그간 라임자산용과 같이 성장했던 회사들이 저희가 어려워지니깐 한순간에 등을 돌린다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사모펀드 레버리지 부분에 대한 제도도 많이 보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언론에 문제되기 전만해도 레버리지 200%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가장 현금이 필요한 시기에는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부분이 치명적이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TRS를 해지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면서 유동성 상당부분이 증권사로 빨려들어갔다”고 고층을 토로했다.

그는 또 “현 제도상으론 사모펀드가 레버리지 400%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가장 필요할 때 레버리지를 못 쓰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향후 제도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사모펀드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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