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유통사업 현황. (사진=김현권 의원실)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선두 유통기업들과의 합작과 인수·합병을 통해 농협 유통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협 유통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올들어 실적이 더 나빠진 5개 유통 자회사 통합은 말만 무성할 뿐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산지 시장점유율은 해마다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소비지 시장 점유율은 오랫동안 13%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매시장의 60%를 장악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계 빅3를 비롯한 몇몇 유통 대기업들에 '헐 값 후려치기'를 당하는 통에 농협 유통사업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사업과 축산경제사업 유통사업은 물론 지역농협의 산지 농산물유통센터(APC), 조합공동법인 유통사업에 이르기까지 적자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구미을지역위원장)은 “금융과 행정·관리 중심의 인력 구조에서 탈피해 유통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유통사업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탄탄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기존 선두기업들과 합작, 그리고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선두기업들과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다. 2003년 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는 NH아문디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농협금융은 2008년 730억 원을 투입해 여신전문금융가 파이낸스타를 인수했다. 신경분리 이후 농협금융은 2014년 1조710억 원을 들여 우리투자증권, 우리선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비바생명을 사들였다. 2018년 300억 원을 투자해 부동산투자운용사인 NH농협리츠운용을 설립했다.

이에 비해 농협중앙회는 1998년 3000억 원을 들여 남해화학을 인수했으며 신경분리 이후 2014년 2834억 원을 들여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를 사들였다. 농협금융이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업들과 제휴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온 것다는 대조적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 이후에 닭고기 계열화기업 체리부로와 같은 알짜배기 기업 인수 기회를 여러차례 무산시키며 경제사업 투자에 있어 의사결정 장애를 보여 왔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올 상반기 하나로유통의 매출액은 목표보다 1081억 원, 전년보다 671억 원 줄어든 3조 원을 기록했다. 농협유통 매출액은 전년대비 404억 원, 계획보다 473억 원 못 미치는 6458억 원에 그쳤다. 충북유통 역시 전년보다 22억 원, 계획보다 84억 원 감소한 938억 원 어치를 팔았다.

부산경남유통은 올 6월 말까지 840억 원의 매출을 올려서 전년보다 46억 원, 계획보다 55억 원을 덜 팔았다. 대전유통은 전년보다 1억 원 많은 855억 원 어치를 판매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들 5개 유통 자회사들은 올 상반기에 전년보다 21억 원 많은 수익을 거뒀지만, 목표이익보다 33억 원이 모자란 상황이다.
 
김 의원은 “농협유통 자회사 통합은 고비용구조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살아남기위해 오래전부터 모색됐지만 통합에 대한 논란만 유발했을 뿐 실제론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영사정은 악화하고 있지만 임원들의 급여는 억대에 달해 임원들 자리 보전 때문에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지난 2016년 12월 연구용역결과 통합 이후 5년간 누적 시너지 금액이 4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됐는데, 왜 여태까지 통합이 안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실제로 5개 유통자회사 통합으로 상품관리 체계를 개선하면 연간 19먹8000만 원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통합이 지연돼 이 마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농협의 유통자회사가 5개로 분리돼 있다 보니 상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재고금액대비 재고감모손실비율은 농협 하나로마트 6.4%, 홈플러스 3%, 이마트 1.4%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내년 2월말까지 농협경제지주 산하 유통자회사 5곳의 통합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측은 최근 시기별 추진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해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공유하고 최근 사장단 회의도 마쳤다. 김병원 농협회장의 지시에 따라 통합실무추진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해서 본격적인 통합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협경제사업 실적 부진은 유통사업 외 축산유통사업도 올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 안심축산의 상반기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1조46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0.2% 더 팔았지만 목표보다 265억 원이 모자라다. 특히 올들어 군납사업 실적이 전년보다 12%, 270억 원이나 줄어들어 축산유통 사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쳤다. 축산물도소매유통사업은 277억 원의 실적을 올려 전년보다 6.9%늘었지만 목표보다 18억 원이 적었다. 
 
지역 농협들의 유통사업도 부실규모를 키우고 있다. 2015년엔 흑자 APC가 181개로 적자APC 183개보다 많았고 전국 374개 APC의 적자규모도 800만 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흑자 150개, 적자 178개로 적자 APC가 더 많아졌고 전국 392개 APC의 전체 적자 규모도 1억39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지역농협들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출자한 조합공동사업 역시 적자의 늪에서 해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95개 농협조공법인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협조공법인 경영실적은 2013년 23억 원 흑자에서 2014년 2억5000만 원 적자로 전환한 뒤 2015년 72억 원, 2016억원 103억 원, 2017년 59억 원 등 적자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에 걸친 농협 유통사업의 전반에 걸쳐 실적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농협의 빈약한 대도시 소매유통 역량에 있다”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들이 60%(연간 매출 30조 원 규모) 이상 장악한 소비지시장에서 농협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다 보니 산지시장 규모화를 통한 혜택이 소비지 시장을 장악한 유통 대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18년 기준 농축산물 농협 산지유통 점유율은 47.6%로 전년보다 2%p 늘었다면서 소비지 시장 점유율은 13%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는데 산지 시장점유률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독과점 유통대기업들에게 농협이 후려치기를 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2년전 오리온과 농협이 함께 만든 합작회사 오리온농협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서 “농협의 신용사업이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났듯이 경제사업에서도 시장 선두기업들과 제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인수합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인삼가공사업을 한삼인 브랜드로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으나 5%대 시장점유율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해마다 적자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농협 유통사업의 활로는 농협 내부에서 찾기 보다는 업계 선두기업들과의 협력과 공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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