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푸르덴셜생명>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생명보험업계 알짜 회사로 손꼽히는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등장해 누구 품에 안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KDB생명에는 관심없어 하던 금융그룹들에게 솔깃한 매물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성사될 경우 외국계 보험사들의 엑소더스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업계 재편에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자회사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보험사다. 특히 이들은 견실한 중견 생명보험사로 지난 6월 현재 자산 20조1938억 원으로 업계 11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상반기 누적으로 1050억 원으로 업계 5위를, 총자산이익률(ROA)는 1,07%로 업계 2위, 지금여력(RBC) 비율은 505.13%로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더욱이 푸르덴셜생명은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수준인 150%의 두배를 넘어설 정도로 건실하다.

이에 따라 줄곧 생명보험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통 시장에 나타나지 않던 시중 금융그룹들이 출사표를 던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알짜 매물 등장…금융그룹 인수 후보 물망에

업계는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한다.

우선 KB금융은 올 초부터 생명보험 부분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더욱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다시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빼앗아 간 것이 자극이 됐다.

앞서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콘퍼런스콜에서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부분으로 이 부분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KDB생명 4번째 인수전에서도 관심 없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표준등급제 적용 등으로 인수자금 운용 폭이 좁아 큰 매물에 대해서는 나서고 있지 않지만 금융그룹 위용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역확대를 노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2020년부터는 내부등급제를 적용받게 되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손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금융은 우선 증권사 M&A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업 진출 역시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보험업 진출은 아직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험업이 최근 시장 정체되고 있고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보험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있어 자칫 향후 수천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하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향후 IFRS17 적용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융그룹으로서는 더 적은 금액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또 좀 더 우량한 업체를 선별하기 위해 모니터링만 할뿐 당장은 관심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수 서두를 필요 없어…매물 속출 정해진 수순

그러나 업계 알짜로 소문난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좋은 매물 확보를 위해 금융그룹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푸르덴셜생명이 공식 매물로 등장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우선 보험사 보다는 증권업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생보사 매각얘기가 나올 때마다 거론은 되고 있지만 생보 확충은 꼭 정해진 바는 아니다. 적당한 매물이 등장하면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형 사모펀드(PEF)운용사가 인수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PEF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과거 ING생명(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큰 수익을 달성한 바 있다. 또 최근 롯데손해보험 역시 PEF 품으로 들어가면서 아직 PEF에게는 보험사가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국시장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어 업계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잠재적 매물로 여겨지는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해 끊임없이 매각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은보감회)의 위탁 경영을 받으면서 해외자산 매각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동양자산운용, ABL자산운용 등을 우리금융에 매각하면서 몸집을 줄였다.

저금리ㆍ저성장ㆍIFRS17 삼중고…외국계 이탈 가속화

여기에 푸르덴셜생명마저 매물로 등장하면서 한국 보험시장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 업계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에 힘이 실리게 된다.

외국계 보험업계는 국내보험시장이 저금리와 저성장, 회계규제 변화 등으로 매력도가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편 푸르덴셜생명 본사는 한국 법인의 매각가로 2조 원 가량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 본사 측은 자본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해외법인 정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상륙 29년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된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측은 매각 사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 사실 여부를 두고 업계가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등장할 경우 매각 4수에 도전하고 있는 KDB생명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더케이 손보도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