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미톡뉴스DB>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이코노미톡뉴스] 사람은 추억의 동물이다.

무시로 과거와 연관 지어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후회하고 반추하는 일을 반복한다. 고향을 잃어버린 만향의 그리움, 어머니를 떠나보낸 회한(悔恨)의 세월, 좋았던 친구들과 영원한 이별의 아픔, 유년을 같이 했던 동심의 날들, 나라 잃은 치욕과 전쟁의 비극 등을 우리는 작게는 개인적인 과거라 하고 크게는 인류의 역사라 말한다. 태어나 산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과거를 만들며 살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이다. 한 시대를 차용하여 살다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감출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과거에 대해 사람들은 그것을 미화하는 성향을 지닌다. 자신이 지나오고 경험했던 것들을 후대에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오늘 내가 사는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시대를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감성적인 해석을 경계하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살아가라고 자식들을 채근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리드해 왔던 노년의 사람들은 과거를 눈물겹게 추억하고 아파한다. 그 가망 없던 시대를 지나오면서 혼신의 힘으로 질주하며 살아온 이들은 어떻게 사는 게 이시대의 합당한 삶인지를 잘 알고 있고, 삶에 참의미를 잘 설명할 수 있다.

어느 현자의 말이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그 그늘에 앉지도 못할 나무를 심는 것에 있다.”(넬슨 핸더슨)

위대한 사람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지 않는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꿈을 가지고 오늘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의 열매는 뒤에 오는 세대들이 수확할 것이다. 자신의 후손을 생각하는 사람, 뒤에 올 다른 이들에게 열매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지도자)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사람이다. 우린 그런 위인들을 추모하고 존경한다.

유한한 삶, 그 한정된 삶을 살면서, 대의(大義)를 앞세우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삶을 살아가는 위인들을 역사 안에서 가끔 만나게 된다. 이 시대는 그들의 평가를 친일이나 토착왜구, 독재자로 규정한다. “당신들은 그 시대의 질곡을 치열하게 살아 봤느냐”고 묻고 싶다. 이 시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건 사고들이 일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본다.

야당 울산시장 후보가 공천 확정된 바로 그날, 경찰이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청와대의 첩보에 따른 것이다 한다. 뻔한 결과였다. 민주당 후보 당선이었다. 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 친구이자, 조국 전 민정수석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사람이었다. 압수 수색 혐의들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 모두 무혐의가 됐다. 피해자인 야당 후보는 “선거 사기”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 무렵 야당 창원시장 후보가 공천을 받는 그날, 그에 대한 비리 혐의가 경찰에 의해 공개됐다. 결과는 뻔했다. 낙선 뒤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선된 사람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였다. 그 형은 노무현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고 한다. 수사가 중단돼 야당후보의 사실 혐의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치공작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구속됐다. 혐의는 2017년 금융위 국장 재직시 세금 감면 등 기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 등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적발된 내용 그대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왜 유씨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중단 시켰느냐이다.

유씨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라 한다. 현 정권의 실세들과 너무 많이 얽혀 있다고 한다. 울산 선거 공작과 유재수 사건이 누구의 공작이고, 문 대통령은 알고 있었는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는 누구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우리들병원 거액 대출사건 금융 농단 사건을 제1야당이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이 병원의 이상호 회장이 개인 회생을 밟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어떻게 신한은행·연대보증을 해지하고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대출 받았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재철 한국당의원은 이 과정에서 정재호 민주당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버닝썬 “경찰 총장”이라고 불린 윤규근 총경이 개입됐다고 주장한다. 우리들병원 의혹은 이제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필자는 우리들병원에 대한 소문을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다.

우리들병원 회장과 사업을 같이했던, 어느 자매의 실수로 경기도에 있는 성당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도, 설마 정치가 썩었다 해도 그렇게 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흘려버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유재수의 “감찰 농단”, 황운하의 “선거농단” 그리고 우리들병원의 “금융 농단”은 “3종 친문(친문재인) 농단 게이트이자 이 정권의 민낯이라며 당내 TF팀을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여당에 요구한다.”고 했다. 우린 지켜 볼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 우울하고 답답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걱정이다.

먼 훗날 이 시대의 역사를 후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침잠의 계절, 내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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