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LG그룹 구광모 회장, GS그룹 허태수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한화큐셀 김동관 부사장. (사진=각 사)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재계의 세대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년간 회사를 이끌던 회장, 대표이사 등이 물러나고 창업주 3세, 4세까지 내려오면서 한층 젊어진 총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최근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 현황 분석’ 결과,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총 6750명으로 전년(6843명) 대비 1.4% 줄었다. 최근 10년 간 국내 100대 기업 임원수는 2010년 6600명에서 2014년 7212명으로 약 10% 가까이 늘며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임원 수가 줄고 있는 원인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 조정과 경영 효율화에 따른 조직 축소 등이 꼽힌다.

전체 임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연령대는 세대교체로 인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임원들을 출생년도(5년 단위) 별로 나눠보면 1960년대 중후반(1965년~1969년) 출생자가 3155명(4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60년대 초반(1960년~1964년) 출생자가 1983명(28.6%), 1970년대 초반(1970년~1974년)이 1266명(18.3%)이었다. ‘6말 7초’에 해당하는 임원의 비율이 64%에 달해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올 연말 인사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연말 인사 시즌이 도래하면서 젊은 총수로 세대 교체를 이룬 주요 그룹들이 지난해까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반면 올해부터는 색깔내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6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다소 갑작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져 4세인 구광모 당시 상무가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연말 인사에서부터 젊은 총수의 면모를 보여주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는 구광모 체제의 색깔이 더욱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단행한 2020년 임원인사에서 LG그룹은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인사를 통해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는 동시에,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해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 회장 특유의 실용주의 철학이 엿보인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부진으로 퇴임한 데 이어 LG전자를 이끌어온 '가전신화' 조성진 부회장 등 회사를 대표하던 인물들을 교체해 파격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차세대대 리더 육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LG그룹인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 106명을 선임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속에도 지난해 134명에 이어 올해에도 100명 이상 신규 임원을 선임한 것이다.

LG그룹 측은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해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인사"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체 승진자 중 약 60%가 이공계 인재라는 점은 취임 이후 줄곧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구 회장의 미래 사업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며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후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허태수 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그룹 전반에 IT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한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한화그룹도 '3세 경영'에 시동이 걸렸다. 전날 발표된 인사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인 한화솔루션(가칭)의 전략부문장을 맡는다. 태양광을 비롯해 석유화학, 소재까지 아우르는 핵심 직책이다.

재계 내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리조트 부문을 이끄는 승계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LS그룹에서는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3세들 중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구 부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한 LS그룹 3세들이 모두 승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전무가 부사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상무)은 전무로,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한진그룹 3세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선친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곧바로 경영권을 이어받아 지난 4월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최근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꾀했다. 조 전 회장 시절 임명됐던 임원들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중용됐다.

재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등 빠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도 젊은 세대로 교체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 노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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