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가족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으로 뭉쳤던 한진가 삼남매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됐다. 조 회장의 별세 이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 체제로 경영이 안정화 되는가 싶던 한진그룹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남매의 난'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남매 모두 경영권 박탈까지 갈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을 독단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조 회장이 그룹을 장악할 만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는 (가족)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되었다”면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다양한 주주’를 언급한 것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경우 이번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저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등 핵심 계열사가 한진칼의 지배를 받는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이 만약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경영권을 잃는다.

조 전 회장 사후 계열사 지분이 법정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돌아가 현재 총수 일가의 한진칼 지분 보유율은 각각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다. 조 전 부사장이 가족 가운데 한 명 이상을 포섭하고 지분 17.29%를 가진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계열사로 지분 6.28%를 보유한 대호개발 등과 손잡으면 총수 교체도 가능하다.

이번 조 전 부사장의 폭탄 발표는 경영에서 배제된 분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은 누나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 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난 뒤 3년 4개월 후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동생 조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으로 재차 물러나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족들이 갈라서면 경영권 확보에 어려울 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과거 조 전 회장을 믿고 있던 우호지분이 이탈하게 되면 가족 모두가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항공업계가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임원 20%를 줄이는 등 직원을 대상으로 6년 만에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조 전 부사장은 각종 갑질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명품 등 밀수입에 연루돼 문제가 많은 인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며 “총수 일가의 집안 싸움은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대한항공에 도움은커녕 해만 된다. 주주들이 결단해 전문경영인 제도들 도입하는 등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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