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놓고 엇갈린 해석으로 남매간 분쟁에서 모자(母子)간 분쟁으로까지 번진 한진그룹 일가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같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제공격으로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본격화된 가운데 지난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이 고문과 조 회장은 이날 공명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숩에 나섰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서로 부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 명의의 사과문에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한진 총수 일가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 내부의 물리적 다툼이 외부로 공개된 것 자체가 지극히 이례적인 데다 이미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누적됐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인사를 통해 복귀를 예상했던 조 전 부사장의 경우 복귀는 커녕 본인의 측근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입지가 약해지면서 남매간 화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으로는 막대한 상속세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법정 비율에 따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3남매에게 각각 1.5 대 1 대 1 대 1 비율로 상속됐다. 이들 일가의 상속세는 총 2700억 원으로 3남매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각각 약 600억 원이다. 5년간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그룹 총수에 올랐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월, 이 고문은 8월에 각각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조 전 부사장남 경영에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 1.53%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창업자 조중훈 전 회장 별세 이후 '형제의 난'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삼 남매가 계열 나눠 갖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고 조양호 회장이 생전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만큼 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데다 모자간의 갈등까지 표출된 만큼 주총까지 불과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총수 일가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 회장이 화해의 제스쳐로 조 전 부사장을 복귀시킨다 해도 갈등은 쉽게 해결 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적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호텔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항공 노동조합 역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조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노조는 성명에서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의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통해 조합원과 대한항공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