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삼성그룹이 내부 감시를 위한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하며 법원 숙제에 대한 답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 경영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데 따른 것으로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1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을 주문한 바 있다.

9일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에 앞서, 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해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조건을 제시했다"며 "삼성은 제시한 조건을 수용했고, 여러 번 다짐과 확약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인 김 위원장과 법조계,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는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 독립기구로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 구성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우려와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최근 직접 만났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준법감시위의 독립·자율을 '확약'하며 삼성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으로,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 운영할 것"이라며 "윤리 경영 파수꾼, 준법 감시자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준법감시위가 공식 출범한 '이후'부터 발생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다루게 될 전망이여서 앞서 발생한 국정농단 연루, 분식회계 혐의, 노조와해 혐의 등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만드는 원인이 된 사안은 정작 다룰 수 없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청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기구여서 한시적 면피에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가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이 부회장 재판부의 권유"라며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8장의 자율적·실효적 준법감시 프로그램 취지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25일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 강화를 요구하면서 참고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981년 제정된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으로 원문을 보면 기업이 엄격한 준법감시 및 윤리프로그램을 구축할 경우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량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기준에 따라 실제로 감형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더라고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는 지금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장이 있지만,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과 분리된 데다 민감한 영업 비밀이나 내부 정보를 외부 위원들에게 모두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단체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삼성이 유성기업 노조 파괴를 옹호한 김지형 변호사를 준법감시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기만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준법감시위원장에 내정된 김 변호사는 판사 시절 삼성의 3대 세습을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변호사 개업 후에도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변호를 맡아 어용노조 설립과 직장폐쇄·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재벌 성향인 그가 삼성에 들어가서 준법을 감시하는 위원장이 된다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등은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려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면서 "삼성은 지금도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갖은 수단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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