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푸르덴셜생명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한 가운데 KB금융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잇에쿼티(PE)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KB vs 사모펀드(PEF)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리은행이 뒤늦게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을 토대로 이번 인수전에도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경우 사실상 KB와 우리금융의 대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일 보험업계과 투자은행(IIB)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16일 실시한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를 비롯해 국내 토종 PEF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과 골드만삭스는 이달 중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은 오는 2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상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 지분 100%다.

이번 인수전을 두고 당초 KB금융지주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이를 두고 업계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지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 KB금융은 2018년 신한금융에 다시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이후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이 2018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가 양사의 순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욱이 올해 신한금융그룹은 오렌지라이프의 잔여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해 오렌지라이프 100% 인수가 확정되면 양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신한과 벌어진 격차…생명 인수 재탈환 기회

이 때문에 KB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에 고심해왔다. KB측은 이미 KB생명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생보업계 17위에 불과해 보험업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마침 함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지주가 예비 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져 KB금융으로서는 생보업계 우량 매물로 꼽히는 푸르덴셜을 인수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국내 대형 PEF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본입찰을 앞두고 치열한 인수금액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우선 MBK파트너스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에서 승부를 볼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2018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신한금융에 매각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거둔 바 있다.

더욱이 이들은 수년간의 생보업을 운영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어 실제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과 매각과정에서 2년간 겸업금지(동종업계 운영금지) 조항을 맺은 바 있어 오는 9월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없는 것이 걸림돌이다.

한앤컴퍼니도 이번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앤컴퍼니 대표의 탈세 혐의가 불거지만서 인수가 무산됐다. 

이에 다시 금융업 진출에 나서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IMM PE 역시 그간 교보생명, 우리금융 등에 투자하면서 금융사 인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PEF 오렌지라이프 학습효과…가격 승부수

이런 가운데 예비입찰에 불참한 우리금융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사용했던 방식으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사 체재로 전환한 이후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금융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갖춰나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지난해에는 우선 우리카드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 전환 등 내부적인 교통정리에 주력했다.

또 인수자금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 등을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소폭의 외형 확대도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아직 자본규제 때문에 대형 매물 확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1.44%로 통상 14~15% 수준이 타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편이고 위험자산 평가기준도 아직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고 있어 큰 금액의 인수자금 확보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번 푸르텐셜생명의 경우 약 2조 원대로 추정돼 우리금융이 전면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웟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해이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당국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방식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불참한 우리금융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도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막판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사실상 인수자금을 분담했다. 당장은 MBK가 운용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매각차익을 위해 몇 년 안에 매각할 것을 고려할 때 큰 변수가 없는 한 우리은행이 인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마찬가지로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당장 큰 돈 들여 인수하기는 부담스럽지만 PEF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자금 부담은 줄이면서도 향후 인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이에 따라 알짜 매물인 푸르덴셜생명을 두고 두 금융지주가 맞붙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욱이 KB금융지주가 인수수향서를 냈어도 PEF 자금력을 고려할 때 본입찰에서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PEF의 우세승으로 마무리 될 수 있어 결과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과정에서 NDA(기밀유지협약)로 인해 현재 누가 참여했는지 조차 확인해 주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숏리스트가 발표돼야 구체적인 인수 주체가 드러낼 것이다. PEF가 참여한 만큼 가격이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르덴셜생명은 자신규모 지난해 3분기 기준 20조8132억 원으로 부채는 17조6866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 영업이익은 2204억 원 순이익은 1644억 원으로 업계 4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보험사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505%로 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크게 웃돌고 있어 우량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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