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TRS계약 정상해지 불구…대체 자금줄 찾지 못해 유동성 '위기'
-라임 사태 실사 2월 중 발표…회수 절차 놓고 우선변제권도 '논란'

사진=연합뉴스,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사진=연합뉴스,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투자업계가 증권사로부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 대책으로 인해 사모펀드가 줄줄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제2, 3의 라임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TRS 계약을 놓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의 기 싸움에 돌입하면서 상당수 펀드에 대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돼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날부터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567억 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이후 다른 25개 펀드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환매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는 모두 개방형 구조로 전체 펀드 자산은 2296억 원이나 이중 479억 원은 알펜루트의 고유 자금과 임직원 투자금인 만큼 개인투자자의 투자액과 증권사 대출액은 총 1817억 원 규모다.

개인투자액은 1381억 원이고 증거금을 제외한 증권사 TRS 대출액은 436억 원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130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270억 원이고 나머지는 신한금융투자가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라임'에 놀란가슴 '솥뚜컹'보고 놀라나

이번 사태의 발단은 한투증권 프라임브러커리지서비스(PBS) 본부가 지난 23일 대출액 130억 원에 대해 회수를 요청하면서다.

TRS란 기초자산(주식·채권·상품자산 등)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모두 이전하는 신용파생상품으로 매입자는 기초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총수익(이자수익과 자본수익)을 매도자에게 지급하고 매도자는 약정이자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TRS 계약은 레버리지를 2배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가 100억 원 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는 100억 원을 추가로 태워 펀드를 총 200억 원 규모로 만들어주는 식이다.

다만 TRS 계약은 증권사에게 더 유리하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대출인인만큼 투자자보다 우선상환권이 있다. 또 증권사가 계약 종료를 요청하면 운용사가 3거래일 안에 갚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알펜루트는 해당 자금을 28일 한투증권에 갚아야 한다.

문제는 한투증권의 계약 종료가 도미노를 일으키면서다. 미래에셋대우가 만기가 돌아온 80억 원대 TRS 대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신한금융투자 등도 대출을 거둬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한 증권사의 경우 PB센터의 권유로 개인투자자들의 환매요청까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결국 알펜루트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펜루트의 펀드 설정액은 지난 22일 기준 약 9000억 원 수준이다. 이중 23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폐쇄형 펀드 구조여도 다소 여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서둘러 TRS 계약 해지에 나서면서 줄줄이 자산운용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환을 요청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은 TRS 계약을 통해서 쏠쏠한 수익을 창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라임 사태로 인해 증권사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증권사들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 펀드 운용과 관련해 6700억 원 규모의 TRS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약 5000억 원, KB증권이 약 1000억 원, 한투증권이 약 7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법적으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만 최근 일반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라임이 펀드 판매사 등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해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 자산운용 '무방비'

하지만 증권사들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인해 TRS 관련 자금도 함께 묶여 회수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대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우선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PBS 영업부서를 축소하고 관련 자금 대출 비중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약 2조 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고 있는 20곳의 자산운용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알펜루트의 경우 첫 번째로 환매를 중단한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전체 567억 원 규모의 펀드 가운데 중권사 TRS자금은 19억5000만 원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자금을 빼야 해 펀드 운용이 어려워졌다.

또 이 펀드가 개방형이어서 기관투자자들까지 잇달아 환매를 요구해 상항이 더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알펜루트운용은 부실자산을 담지도 않았고 수익률도 좋았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증권사들이 개방형 사모펀드에 대한 TRS 계약을 모두 해지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업계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증권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최근 사모운용사들의 유동성 부족이 TRS 계약 해지로 촉발되는 만큼 달며 삼키고 쓰면 뱉는 증권사들의 행태는 지양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상환 요청은 정상거래일 뿐이다. 연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기 상환을 요구했다던가 한 것은 아니고 만기가 돼서 종료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자금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면서도 “TRS 회수 관련해서 정상적인 거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라임실사 결과따라 회수절차 책임론 거세질듯

한편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는 현재 삼일회계법인이 실사 중으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투자자 손실은 대폭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 자산 중 70% 정도가 회수된다면 펀드 자산은 1조 원 수준으로 줄게 되고 이중 증권사 TRS 대출 6700억 원을 먼저 빼가면 사실상 펀드 자산은 3000억~40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업계는 회수율이 41% 이하일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는 우선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다음달 말, 나머지 펀드는 다음달 중순쯤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운용과 TRS 증권사 3곳 펀드 판매사 등은 조만간 3차 협의체를 구성해 회수절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TRS 증권사 책임문제 등을 먼저 논의하기로 해 우선변제권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투의 경우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운용과 관련해 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TRS 계약액인 3600억 원을 먼저 가져가는 게 맞는가 싶냐”며 소비자 구제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서길 바라는 눈치다.

다만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에 대해 정상적인 대출을 했다면 개입할 명분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회수 규모 및 절차를 두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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