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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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말부터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커졌던 유통업계가 기쁨도 잠시, 신종 고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백화점, 쇼핑몰, 마트 등의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당시처럼 매출이 급감하는 ‘악몽’이 재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인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각각 11.9%, 10.2% 감소한 바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4일 이갑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조치에 따라 △전 직원 일일 발열 체크 의무화(발열 직원 조기 귀가 후 의료기관 진료)를 실시한다. 또 매장에서는 △매장 및 인도장 근무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매장 및 인도장 주 2회 방재 소독 실시 △손소독제 매장 내 배치 확대(안내데스크 및 계산대 등) △고객 마스크 지급 등을 진행한다. 더불어 △중국 방문 직원 귀국 후 14일간 휴가 조치 후 관찰 진행을 실시하며 △임산부 및 만성질환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도 한인규 면세부문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응 TF를 가동하고 비상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일단 고객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건용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위생 강화에 나섰다. 또 직원 출입구에 발열 감시 열화상 카메라를 가동시키고 주 1회 이상 전문 방역 및 영업장 자체 소독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각 부서별로 매일 2회 임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으며 외부 행사 자제령도 내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열이 있는 직원은 조기 귀가한 뒤 의료기관 진료를 받도록 했다. 또 오는 29일부터는 주요 출입구에 발열 여부를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외국인 방문이 잦은 고위험군 점포에는 보다 강력한 예방수칙을 적용했다. 고위험군 점포에서는 시식 자체를 금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1시간마다 소독하고 화장실과 엘리베이터홀, 엘리베이터 내부 등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에 방역 작업을 자주 실시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큰 영향이 없지만 과거 메르스 사태가 악화했을 당시 매출이 급감했던 기억이 있는 터라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 역시 일부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 25개 도시, 32개 노선에 취항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부터 중국 노선 3개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노선은 현재 주 4회 운항 중인 인천∼구이린(桂林) 노선과 인천∼창사(長沙) 노선, 주 2회 운항 중인 인천∼하이커우(海口) 노선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19%로, 국내 항공사 중에서 가장 높다. 비중이 큰 만큼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여객 수요 감소 등의 여파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중국 노선 매출 비중(작년 3분기 기준 15%)이 가장 큰 제주항공의 경우 이날 인천∼싼야(三亞), 인천∼난퉁(南通), 인천∼하이커우 등 3개 노선의 운항 중단을 추가 결정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8일 부산∼장자제(張家界), 무안∼장자제, 무안∼싼야 노선의 운항을 각각 중단한다고 알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동계 기간 운휴 중인 5개 노선을 제외하고 12개의 중국 본토 노선을 운항 중인 제주항공은 이중 절반인 6개 노선의 운항을 당분간 접게 됐다.

전날 청주∼장자제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결정했던 이스타항공 역시 이날 추가로 제주∼상하이(上海), 청주∼하이커우, 인천∼정저우(鄭州) 구간의 운항도 다음달 말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진에어는 현재 제주∼시안(西安)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27일까지 발권한 해당 노선 항공편의 환불 수수료는 면제하기로 했다.

앞서 전날에는 에어서울이 인천∼장자제 노선과 인천∼린이(臨沂)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한이 아닌 다른 중국 지역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것은 에어서울이 국내 항공사 중 처음이다.

특히 인천∼장자제 노선은 작년 5월 국토교통부의 운수권 배분 당시 에어서울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배분받은 노선으로, 첫 달부터 흑자를 기록해 에어서울은 연간 1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던 알짜 노선이다.

대한항공도 현재 일부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 등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중국 당국이 우한 공항의 모든 항공편에 대해 운항 불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지난 23일 주 4회 운항하던 인천∼우한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일본과 홍콩 노선 위축 이후 노선 다변화의 일환으로 중국 노선 확대를 적극 추진해 온 만큼 중국 노선 수요 위축에 따른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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