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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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KCGI(강성부 펀드)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대하기로 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KCGI 지분매입에 필요한 상당한 자금을 제2 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조현태 연합이 내세운 전문경영인 처방도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항공업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31일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과 연합하기로 합의하면서 반 조현태 연합을 구축했다.

이들은 KCGI 17.29%를 비롯해 조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8.29% 등 총 32.06%를 확보했다.

반면 조원태 회장 지분은 조 회장 6.52%와 델타항공 10.00%을 합해 16.52% 수준이고 여기에 이명희(5.31%)·조현민(6.47%) 지분까지 더해도 28.03%에 불과하다.

물론 특수 관계인 지분이 일부 남아 있어 아직 3월 정기주주총회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CGI 적과의 동침…명분 대신 실리찾나

다만 KCGI가 조현아 측과 ‘적과 동침’을 시작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초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을 내세웠다. 특히 KCGI는 한진그룹의 도덕성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 등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해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욱 KCGI는 지난해 1월 “한진그룹 주식 저평가 이유는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총수일가와 후진적이고 불법저인 관행들이 만연하다”면서 “오너 일가의 잡질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잔재와 비효율의 문제가 잔존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반 조원태 연합을 결정하면서 이른바 ‘땅콩회항’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견제하겠다는 명분을 잃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반 조원태 연합이 불완전한 결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과 KCGI는 경영 방향과 전략에 있어서 큰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양측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경영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제도’ 도입하겠다며 뜻을 같이 했지만 KCGI는 한진그룹의 비주력사업인 호텔 사업 매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서 경력을 시작해 칼호텔네트워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호텔 잠재적 갈등…부정평가도 발목잡을 듯

더욱이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연합해 명분이 사라지면서 자칫 부정적인 평가가 앞설 경우 주가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 상승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KCGI로서는 엑시트 기회를 잃게 된다.

KCGI는 한진칼 보유주식 1023만1640주 가운데 60%인 615만433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고 대출 기관도 제2금융권이라는 점에서 엑시트가 빠듯하다는 관측이 우세다.

일부에서는 KCGI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이은 거래 실패로 자금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이번 주총마저 실패로 끝나면 펀드 유지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양측은 주주설득을 통한 치열한 표 대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진칼 표 대결에서 양측은 근소한 차이로 박빙을 이루고 있어 실제 약 34%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개인투자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증권가는 조 전 부사장이 이끄는 반 조원태 연합이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연합에 대해 조원태 회장이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반 조원태 연합의 지분율은 32.06%인 반면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28.14%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총처럼 경영진 안건에 찬성할 것을 전제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의결권 행사 여부와 조 회장의 소액주주 일부 포섭 여부 등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지난해 주총 대와 비슷한 비율로 소액주주 지분(합산 30.46%)이 ‘불참 13.14%, 연임 찬성 8.20%, 연임 반대 9.12%로 나뉘고 이명희 고문이 주총에 불참할 경우 조 회장의 연임안은 출석률 81.56%에 참석 주주 중 찬성 49.60%, 반대 50.40%로 부결(전체 발행주식 기준 찬성 40.46%, 반대 41.10%)될 것으로 예상했다.

표대결서 조 회장 연임 불투명 전망 제기

이와 달리 이 고문이 반 조원태 연합해 합류할 경우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는 것을 물론 반 조원태 연합이 최대 11명(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까지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한진칼 정관을 이용해 이사 6명을 추가로 선임함으로써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머지 시나리오로는 조 회장 측이 지분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지분 17.76%를 포섭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발행주식의 과반을 확보하는 경우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고문의 지분을 조 회장 측에 넣어 계산한 뒤 “경영권 참여 의지가 없다고 밝힌 카카오의 지분을 조 회장 측 지분에서 제외할 경우 양측의 지분 격차는 0.38%포인트에 불과하며 기타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소액주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자문기관의 보고서에 근거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자문기관들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면서 “외부 자문기관에서 조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KCGI의 우호지분으로 등장한 조 전 부사장의 경우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라 KCGI 측에 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 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이 현재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여 그 비중에 따라 이번 표대결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증권가는 양측의 표 대결이 치열해 지면서 당분간 한진칼 주가는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식 가격이 급등할 경우 KCGI가 엑시트를 시도한다면서 양측의 경영권 뿐만 아니라 주가도 크게 흔드릴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양 연구원은 “주총에서 어느 한 편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향후 한진칼의 지분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은 비핵심자산 매각 혹은 사업부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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