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지주사들이 속속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우려됐던 역성장과 달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폭등한 주택가격과 자영업 대출 확대 등으로 인해 일명 박리다매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분석되는 등 대출로 연명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 경기불황의 쓸쓸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신한·KB금융지주가 지난 4~6일 잇달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7일 실적을 내놨다.

이들 시중 금융지주들은 우려와 달리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이 당기순이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3조4035억 원(전년대비 7.8% 증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1위인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더욱이 신한금융은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삼성전자(21조7389억 원)에 이어 당기순이익으로는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자는 3조2648억 원을 기록해 신한금융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지주도 전년 대비 8.2% 증가한 3조3110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7.88% 늘어난 2조4084억 원을, 우리금융지주는 1조9041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예상 뒤엎고 성장세 '지속'

이처럼 시중 금융그룹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는 당초 예상을 빗나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금융그룹들은 저금리로 인해 실적악화를 예상한바 있다. 특히 은행의 수익성에 직결돠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NIM이 줄었지만 대출 증가세가 탄탄하게 지탱되면서 이자 이익이 금융지주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신한금융의 경우 총 이자이익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7조9830억 원이었다. KB금융도 3.3% 늘어난 9조1968억 원을, 하나금융 5조7737억 원, 우리금융 5조8937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거둔 이자수익만 무려 29조 원에 육박한다.

특히 정부가 발벗고 나선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자체가 폭등하면서 대출을 견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주담대 대출 잔액은 653조6000억 원으로 젼년 대비 7%인 45조6000억 원이 늘었다. 연간증가폭은 2016년 55조8000억 원 이후 최대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열풍으로 대출이익이 커지는 일종의 박리다매 현상이 발생했다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대신 자영업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늘어난것도 한 몫했다.

지난해 말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시중 4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잔액은 204조5529억 원으로 1년과 비교해 7.1% 늘어났다.

-자영업대출, 비이자이익이 성장 견인

이와 더불어 비은행 계열사들을 통한 비이자이익이 늘어난것도 성장을 견인한 셈이 됐다. 특히 신한과 KB금융처럼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금융지주들의 경우 비은행 계열의 비중이 확대된 것도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승승장구에도 그늘이 남아 있다. 이자이익이 급증한 이유 중 자영업대출 확대되면서 은행들은 이자수익을 늘렸지만 반대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자체 수익이 아닌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돼 경기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한편 올해 금융그룹들의 실적에 연초부터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아직까지 금융그룹들의 은행 의존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올해 연간 NIM의 하락과 성장둔화에 따른 이자 이익 감소, 여기에 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 감도 등 은행이 실적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우선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주담대의 성장 둔화가 예견돼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611조3950억 원으로 전월보다 6388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2017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적게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 영향까지 이어진다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내수 경기 위축, 설비투자 부진 등올 인해 기업대출로 확대하기기 쉽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 있는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은행을 중심으로 고위험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수료 수익 역시 상당수 위축될 것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은행 올해 전망 빨간불…신종 코로나 변수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전세·월세 등이 확대되면 세입자 거주비용이 상승해 내수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이는 자영업자 소득 감소와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자영업자대출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내놨다.

김 연구원은 또 “금융지주사 이익 중 비은행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올해 은행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과 인수·합병(M&A)에 다른 이익이 지주사 실적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는 글로벌과 디지털에서 실적 상승을 견인한 반면 올해는 은행업을 중심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면서 “실제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을 정도로 경기 불안 및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경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면서 “통상 금융그룹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실적 목표를 결정하는 데 상당수가 예년만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