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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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축한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향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조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잇달라 소집해 그룹 내 '조현아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조한 대책"이라고 비난하는 등 상호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10일 재계 및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과 한질칼은 연달아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및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하고 있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당장 정리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구조 조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그룹 내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그룹의 호텔·레저 사업을 총괄했다.

이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사실상 지우는 동시에 이들 사업이 '만년 적자'였음을 강조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책임을 묻는 셈이다. 특히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레저개발 정리 등은 이미 KCGI가 요구해왔던 내용인 만큼 주총을 앞두고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장에 맞서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의 분리,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에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라 명명한 조 전 부사장 측은 "오로지 기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없이 과거 대책을 개선안으로 내놓으며 주주들을 호도하는 행위는, 현 이사회가 특정 대주주를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안과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한 방안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오는 14일 내놓을 예정이다.

이로 인해 양 측 모두 국민연금이나 다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경우 지분 6.52%와 오너 일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 4.15%를 합해 확실한 우호 지분은 10.67%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한 이명희 고문(5.31%), 조현민 전무(6.47%)가 가세한 데다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 카카오(1%) 지분을 더하면 조원태 회장 측은 33.45%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49%에 KCGI(17.29%), 반도건설(8.2%)을 합하면 31.98%에 이른다. 조 회장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지분 2% 안팎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의 입장도 변수로 작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측이 확보한 지분이 근소한 차이로 조 회장이 앞서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양 측 모두 주주총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국민연금을 비롯해 캐스팅보트를 쥔 주주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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