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농업지원사업비 포함 시 우리금융지주 따돌리고 하나금융에도 '근접'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의중이 변수, 김광수 회장 연임여부에 조직 안정성 크게 '흔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부터)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부터)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시중금융그룹들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4대 시중 금융그룹은 한자리 성장에 그친 반면 NH농협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이 46% 늘어난 2조 원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NH농협금융은 만년 5위에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3위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779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2년 연속 1조 원대를 달성하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특히 NH농협금융지주는 또 농협중앙회로 돌아가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2조693억 원인 것으로 집계돼 사실상 우리금융지주의 1조9041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자산도 이미 NH농협금융은 427조 원으로 우리금융의 362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NH농협금융지주는 농업지원사업비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명실상부 업계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또 이들은 업계 3위인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전년대비 7.8% 증가한 2조4084억 원에 견줘도 될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 우수한 재정건건성과 위험관리능력 돋보여

더욱이 NH농협금융의 올해 실적은 탄탄대로다.

우선 NH농협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정권에서 벗어나면서 리스크를 피하게 됐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DLF 사태로 인해 배상금 지급 및 기관 제재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입장이 엇갈렸다.

이는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2016년 과감히 내부 부실 채권을 털어낸 것도 NH농협금융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NH농협금융은 지주체제 출범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조선·해운업이 무너지면서 이 업종들에 빌려줬던 7조 원대의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그룹 재무 건전성을 크게 흔들었다.

실제 2016년 NH농협금융은 당기순이익 3210억 원(농협지원사업비 제외)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2%나 줄어든 성젹표를 받았다. 특히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2016년 1조678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10억 원 증가하는 등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섰다.

NH농협금융은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선 만큼 일선 각 은행 지점마다 부실채권을 샅샅이 뒤져내 털어내는 계기로 삼는 ‘우리자산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였다.

덕분에 NH농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총여신 대비 부실여신 비율(이 2017년 1.03%에서 2018년 0.58%로 대폭 낮아지며 선두권 금융그룹과 견줄 수 있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NH농협금융이 2014년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이 똘돌한 계열사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NH투자증권에 합병된 이후 꾸준힌 실적을 기록하며 NH농협금융의 든든한 계열사가 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755억 원을 기록해 젼년대비 31.8% 증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또 보험사들 역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NH농협생명은 전년도 적자에서 지난해 401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NH손해보험도 6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에 시동을 걸었다.

NH농협금융은 향후 신한금융그룹을 모델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 때문에 그간의 은행 중심의 실적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권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이들의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언다.

이처럼 NH농협금융이 합격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으면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연임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화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도 물음표에서 청신호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28일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행장처럼 연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외 악제 피했지만 김 회장 연임이 관건

다만 새로 선출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명분은 남아 있다. 하지만 조직 안정이나 성과 등을 감안할 때 김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글로벌 부문 확대 등 과제가 많아 경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 11일 ‘2020 농협금융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개최해 오는 2025년까지 자산 6조 원, 당기순이익 1600억 원을 글로벌 경영목표로 설정해 올해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사업은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과도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2020년대를 시작하는 한 해로서 글로벌사업 도약의 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새로 선출된 만큼 인사 태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NH농협은행은 인사가 단행된 지 두달 여 만에 농협중앙회 임원과 맞트레이드 인사가 진행됐다.

지난 17일 권준혁 NH농협은행 부행장이 이날부터 농협중앙회의 기획조정실장(기획조정본부 상무)로 이동했다.

앞서 권 부행장은 이달 초부터 NH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부문장을 맡아왔다. 대신 권 부행장의 후임으로 중앙회의 기획조정 본부 소속 지준섭 상무가 맡게 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내부적으로 이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같은 연고지 출신 인물을 핵심 요직에 배치해 세력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권 부행장은 NH농협은행에서 대표적인 경기도 출신 인사로 꼽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거취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전남 나주)과 함께 대표적인 호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난 바 있다. 반면 이 행장은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이 회장과 본적이 같다.

이 때문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NH농협금융은 김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사업의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H농협금융의 지배구조 특성상 단일주주인 농협중앙회 특히 선출직인 이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 회장의 입김이 반영된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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