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대표 사임…미등기 임원직은 유지
업계 불황 및 코로나19 확산…실적 타격 불가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최은경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장을 앞두고 리스크 차단을 위해 신 회장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 호텔롯데 상장 포석?

20일 재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전날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이던 신 회장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음을 알렸다. 지난 2015년 호텔롯데 대표에 오른 지 5년 만의 일이다. 다만, 미등기 임원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회장의 사임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 시점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호텔은 기존 신동빈, 송용덕, 김정환, 박동기 체제에서 이봉철, 김현식, 최홍훈, 이갑 등 4인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호텔롯데의 이번 조치로 신 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한 계열사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로 줄어들었다.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는 올해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 같은 롯데 측의 ‘전문 경영체제 강화’ 해명에도 재계 안팎에선 신 회장의 이번 퇴진을 두고 한국롯데의 지주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 추진의 일환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 상장 예비심사 시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성은 중요한 평가 요소다. 호텔롯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포함한 도덕성 강화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에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 유통업계 불황 및 ‘코로나19’ 사태 확산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호텔롯데의 매출 면에서는 특히 면세점 사업 상황이 중요하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휴업했던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의 휴점 기간 매출 손실 규모는 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에선 중국인 관광객 수까지 줄어들며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뉴롯데" 완성 가능할까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 숙원이자 ‘뉴롯데’ 완성을 위한 마지막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 2015년 IPO를 추진하다 경영비리, 국정농단 사건, 중국 사드 사태 등 경영 악화로 다음해인 2016년 철회한 바 있다.

뉴롯데는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데 호텔롯데 상장이 이 같은 과정의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이 분산될 경우 일본 주주의 지분율은 5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가 지분의 99%를 보유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선 기업가치 평가가 중요하다”며 “신 회장이 스스로 국정농단 리스크를 털어버린 만큼, 올해 호텔롯데 상장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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