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레일리의 장원(莊園) 휴엔덴 뜰에서

디즈레일리의 휴엔덴(Hughenden) 장원(莊園). (사진=위키피디아)
디즈레일리의 휴엔덴(Hughenden) 장원(莊園). (사진=위키피디아)

[이동희 오성연구소 이사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우리의 민주시민사회에서 미래의 다양한 꿈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아직도 70여 년 동안 그대로 남아있는 휴전선에서 군대복무를 하고 있는 영원한 공인들에게 그리고 실제로 한국 정치현실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도 내가 존경하는 정치가의 한 인생교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냐하면 우리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앞으로 위대한 정치가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나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명재상 벤자민 디즈레일리(Bebjamin Disraeli)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국, 신사 정치의 멋을 찾아서〉라는 1993년도 나의 학술적인 영국순례의 기행문을 발췌하여 게재하고자 한다. (기자주)

(1)에 이어서…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그는 휴엔덴(Hughenden)시골집에서 75세에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가 처녀작으로 '비비안 그레이(Vivian Gray)'라는 책을 내놓은 지 55만에 다시 펜을 들고 정치 연애소설 Lother를 써 내놓았다. 이것은 문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영국을 대표하는 점잖으신 보수당의 대재상께서 연애소설을 쓰셨다니 …그것은 곧 유럽과 미국 전체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곧 어느 출판사가 찾아와서 당장에 10만 파운드 인세를 드리고 그 원고를 받아갔다.

그것이 어떻게나 기뻤던지…그는 그 공전의 수입이 그에게는 어떻게나 좋았던지 마치 어린애같이 기뻐했다고 기록되어있다. 그 돈으로 8만 파운드 빚을 깨끗이 갚고, 겨우 25,000파운드짜리 전셋집을 런던의 하이드파크(Hyde Park)근처에 5년 계약으로 얻었다고 하며, 그곳에서 2년 동안 사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이드파크를 내려다보면서 한 나라의 재상이 자기노력으로 번 돈으로 전셋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그 전설은 아마도 영국신사정치의 청렴성과 청교도적인 정치문화를 그들의 전성기에 이미 몸 바쳐 이루어 놓았던 것이며, 아무튼 그는 영국정치에서 돈 없이 꿈과 낭만과 이념으로 현실정치를 뚫고 나갔다고 할 수 있겠다.

넷째, 그 분은 정치가로서는 너무나 몸이 약했다. 정치에는 건강이 제일인데 그는 평생을 천식으로 고생을 하신 분이다. 반면 그의 맞수인 그래드스톤은 너무나 건강했다. 그의 부인도 또한 아주 부잣집 무남독녀 외동딸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덴(Hawarden)산성을 가지고 왔다.

영국 왕실 윈저(Windsor)궁보다도 아름답다는 산성 속에서 그는 80이 넘었어도 도끼를 가지고 큰 나무를 쓰러뜨리는 취미를 가지고 살아온 분이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는 그를 상대로 하면서 평생을 천식으로 시달렸다. 그는 대중연설은 힘들어 잘 못하였는데, 그러나 의회연설은 영국의회사상 이분을 당할만한 정치가가 없었다.

40여 년 동안 꼭 한번이라도 가고 싶었던 곳, 디즈레일리가 살던 휴엔덴 장원으로 향했다. 옥스퍼드 에서 출발하여 브레드남(Bredenam) 농촌 길을 따라서 시골길의 언덕을 넘으니 그곳에 바로 'Beconsfield 백작'라는 푯말이 나타났다. 높은 언덕위에 빨간 벽돌집이 숲속에 보인다. 그 장원의 입구에서 마차소리를 듣는 듯하고, 이 저택의 여주인인 메리안느(Mary Anne)가 나와서 맞이하는 듯하였다.

그의 동상 앞에서 우선 사진을 찍고서야 흥분도 가라앉았다. 이분의 전기를 읽고서 몇 년 만이냐? 일제시대 에 읽었으니 50년쯤이나 되었을까?. 집안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유심히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면서 찾아보았다.

그곳에 걸려있는 그 당시의 인물들, 특히 그 사가(私家)에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가 눈에 뛰었다. 여왕께서 이런 사가에 두 번이나 오셨다는 것은 바로 그 두 분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도 나올 만 하였다.

그곳의 안내원도 나의 질문에 깜짝깜짝 놀래기도 하였다. 밖으로 나가보니 넓은 정원이 산등성이에 펼쳐졌다. 뒤에는 숲, 앞에는 넓은 전망이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었고, 정원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숲속을 걸어 나오면서 마치 그곳 어느 공작새라도 날개를 펴면서 나를 반기는 듯하였다.

그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는 초봄의 흙냄새를 맞고서 피어난 들꽃, 들장미 그것이 바로 소박한 Prime rose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원을 산책하면서, 저 멀리 하늘을 보면서, 나는 문득 디즈레일리가 국회에서 행한 명연설 속의 우정의 시 '솔직한 친구(Candid friend)'라는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거닐면서 그 시를 외워보았다. 그 '솔직한 친구(Candid friend)'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정정당당한 남자다운, 그리고 맞수의 원수를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나도 의연히 일어서서 맞부딪혀 싸우리라. 아마도 혼도 내주리라!

그러나 오! 하나님이여! 모든 재앙과 천벌은 하늘의 노여움으로 받을 수 있으나 오! 하나님이여 제발 '솔직한' 친구만큼은, 제발 보내 주시지 마십시오!"라는 시였다.

"Give me the avowed, erect and manly foe!
Firm I can meet, and perhaps turn the blow!
But of all the plagues, Good Heaven,
Thy wrath can send,
Save, O save me, from a candid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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