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 4월 11일 만료…현지 정치권도 거부권 두고 '시끌'
SK, LG 측 조지아공장 언급 관련 반박…경쟁사 흔들기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비난'
LG, 피해자로서 합당한 합의 요구했을 뿐…정당한 현지 투자 계획 폄하 '유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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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이후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기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향방을 두고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LG 측은 SK 조지아공장 인수 가능성을 비롯해 5조 원의 미국 투자계획을 내놨고 SK 측은 조지아주 주지사를 중심으로 거부권 행사를 적극 하는 등 거부권 행사기간인 오는 4월 11일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실체를 제시하지 못한 투자계획 발표에 있어 사실 관계까지 왜곡하고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LG 측의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 인수 가능성 관련 보도에 대해 “이는 언론이 분석하는 바와 같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이 같은 발표는 오히려 그간 시장에서 분석된 바와 같이 결국 이번 소송의 목적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시장에서 축출하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K이노베이션은 “LG가 미국이든 어디든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은 그 회사의 결정인 바 SK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실체도 제시하지 못한 투자를 발표하는 목적이 경쟁 기업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는 데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도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오히려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헸다.

또 이들은 “SK와 상생을 원한다는 LG의 주장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SK는 조지아 사업을 위한 부지 선정 때부터 조지아주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깊은 신뢰를 쌓기 위해 오랜기간 많은 활동을 해왔고 또 향후 2~3조 원의 추가 투자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공장 언급에 대해 “LG도 SK 배터리 조지아 공장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반박했다.

◇ SK 대통령 거부권 필요성 강조…LG 공세에 반박 

이들은 이밖에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LG 측 주장에 대해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을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하며 동의한다면 협상 경과를 모두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ITC 결과에 대해 “미 델라웨어 연방법원 등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서 충분히 구제될 수 있다”며 “미국대통령의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도 즉각 반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사업을 흔들거나 지장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피해기업으로서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럼에도 미국 시장 성장에 발맞춘 당사의 정당한 투자계획을 폄하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양측의 날카로운 공세를 펼치는 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다음달 11일까지 이제 한달여의 기간도 남지 않게 되면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양측 모두 거부권 향방에 대해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다.

◇ 친환경차산업ㆍ일자리 두고 미 정치권도 시끌

이 때문에 현지 정치권 역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가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10년간 SK베터리의 수입을 금지한 ITC 결정을 거부해달라”면 한달 만에 또다시 두 번째 서한을 보냈다.

켐프 주지사는 “SK는 조지아주에 최대 외국인 투자인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고용 규모만 2600여 명에 달한다”면서 “2025년까지 공장을 확장해 고용인원을 60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인데 ITC 결정을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폴리 트로텐버그 교통부 차관 인사청문회에서 “ITC 결정이 조지아주 근로자들과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산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미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자 LG에너지솔루션도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워녹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배터리공장 인수에 참여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김 사장은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LG가 파트너로 참여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조지아주 일자리 해법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및 정치권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 신설에 들어가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설 공장 후보 지역은 상반기 내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의 추가 공장 건설도 추진하는 등 물량공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35GWh 규모의 1공장에 이어 미국 테네시주에도 비슷한 규모의 2공장 건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 LG, SK반박에 총공세…조지아주 달래기에 적극행보

업계는 양사가 우선 합의에 나서기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양사는 합의금을 두고 이미 큰 견해차를 드러낸 바 있다. LG 측은 3조원 내외의 금액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 측은 1000억 원 수준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TC 결정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내리지 않거나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공장 가동이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 “배터리 사업 자체를 포기하든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든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경영진에 전했다”고 밝혀 강경대응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측이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두고 사업철수 등 다양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ITC 판결에서 최종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는 난감한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선 올해부터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쇼티지(공급부족)’ 현상이 심각한 점을 들어 바이드 행정부가 ITC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은 38GWh로 예상수요(63GWh)보다 38.1%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은 오는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감도 작용해 현지 여론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조지아주는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고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된 것도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덕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헤리스 부통령은 오는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들려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대책을 알릴 예정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조지아주 여론 잠재우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는 등 마냥 LG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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