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 비주력 사업 및 적자사업 청산 및 매각 속도전
고심 끝에 휴대폰사업 종료…사업개편을 통해 미래 신사업 육성에 방점
LG, 기존 사업 고도화와 배터리, 전장, AI, 로봇 신사업으로 지속성장 주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LG전자가 오는 7월 말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LG그룹은 비 주력 사업 및 적자사업에 대해 과감히 잘라내고 미래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기로 결정하고 MC사업 본부를 오는 7월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이다. 휴대폰 사업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었다.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누적 5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는 사이 LG는 그동안 모바일 사업에 대해 명확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표 가전 회사로서 휴대폰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최근 사물인터넷(IoT) 분야 핵심요소로 떠올랐고 광학,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하드웨어기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접목된 기술 집약체인 만큼 관련 사업을 종료시 여러 우려도 제기돼 왔다.

◇ 지지부진 휴대폰사업 의사 결정…체질 개선 위해 결단

하지만 지난해 8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내는 등 갈수록 적자폭을 키워가는 휴대폰사업을 LG전자가 지탱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LG전자가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MC사업본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축소했다는 점도 사업개편을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부터 LG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을 주문해왔다. 여기에 신속한 사업 개편을 통한 탄탄한 수익 기반 확보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LG는 구 회장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한 것을 필두로 2019년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고 수처리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도 매각했다. 또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올레드 사업,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등을 연이어 청산 또는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과 LG화학 LCD용 편광판 사업, LG CNS 지분 35%를 매각했다. 돈이 안되는 사업을 따르게 정리함으로서 과거 LG그룹의 보수적인 판단 관행에 재동을 걸었다.

반면 구 회장 취임 한달 후 LG전자는 산업용 로봇기업인 로보스타 지분 33.4%를 사들였고 바로 한 달 뒤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인 ZKW를 1조4400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는 이 같은 파격 행보는 구 회장의 결단 없이 추진되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같은해 9월엔 LG화학이 미국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기업인 유니실을 인수했고 2019년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LG화학이 미국 듀폰 솔루블 올레드 기술을, LG생활건강이 미국 뉴에이본을 인수 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인 마그나엔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발표했고 올해 들어서도 LG전자가 미국 TV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알폰소를 인수했고 지난달엔 스위스 소프트웨어기업 룩소프트와 합작한 알투토가 출범했다.

이와 더불어 구 회장은 LG가의 전통에 따라 삼촌인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 웍스 등이 포함된 LX홀딩스와의 분리를 가시화하면서 사업재편을 마무리하고 채질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주)LG)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주)LG)

◇ 구광모 표 선택과 집중 가속화…LX 분리로 사업재편 마무리 

특히 구 회장은 미래의 LG그룹을 기존 주요사업인 전자, 화학, 통신, 생활건강 등은 고도화하고 배터리, 자동차 전자,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집중 육성해 도약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LG그룹은 전장사업 확대를 통한 미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주로 인수한 기업 및 사업들은 전장 사업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ZKW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고 오는 7월 마그나와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해 전장 사업의 흑자전환을 도모할 방침이다.

여기에 룩소프트와 함작한 알루토를 통해 차량용 운영체제인 ‘웹OS 오토’를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콕핏 등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전장과 더불어 가전, B2B 등 삼각편대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성장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 로봇 등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해 신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지만 6세대 이동통신(6G) 등 미래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속 할 방침이여서 기술 주권 확보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 LG, 6G 등 미래 핵심 기술 확보 지속…AI 연구 전계열사 동참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은 주력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기업 공개를 통해 독립시키고 기존 화학 사업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 베터리 사업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밖에 LG그룹은 모빌리티와 함께 AI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는 지난 1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AI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LG는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AI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속도감 있는 사업 개편을 통해 미래사업 준비에 착수했고 지속적인 적자를 낸 휴대폰사업을 종료함으로써 신사업 투자 여건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전장사업을 비롯해 AI·로봇 등의 분야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 및 합작법인 설립 등 신사업 경영력 확충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구 회장은 지난달 열린 ㈜LG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했다”면서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또 “LG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쉼 없는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