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3점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연합뉴스)
역전 3점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연합뉴스)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오타니 쇼헤이(Ohtani Shohei, 大谷翔平. LA 에인절스 소속)를 보면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세계 최고의 베이스볼 리그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나 타자 한 분야에서만 잘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 그는 투타 양면에서 정상급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 높은 일본 프로리그의 유명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거나 보통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기대를 모으고 뉴욕 양키스에 갔으나 평범한 성적으로 커리어를 마감한 이라부 히데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치로 스즈키처럼 타격에서 일가견을 이룬 선수도 있고, 노모 히데오처럼 투수로서 대성한 케이스도 있지만, 오타니와 같은 경우는 없다. 아니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그는 마치 막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기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외모도 만화 주인공처럼 생겼다. 얼마 전 오타니는 후반기 리그 시작하자마자 선발 10승(8월 10일)을 거두며, 무려 104년 전인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전설의 “밤비노” 베이브 루스(Babe Ruth)가 이룩한 투수 두 자리 수 승리와 타자로서 두 자리 수 홈런 동시 달성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그는 아직 후반기 시즌 초반인데도 며칠 전 11승을 거뒀고, 홈런도 현재 30개이다. 역사상 첫 두 자리 수 승수와 30홈런 달성이기도 하다. 9월 1일에는 뉴욕 양키스의 대투수인 개릿 콜(Gerrit Cole)을 상대로 역전쓰리런 결승 홈런을 쳤다. 그것도 MVP 경쟁자인 양키스의 애런 저지를 앞에 두고...

베이브 루스는 원래 투수로 주로 뛰다가 타자로 전업한 경우이며, 투타 겸업은 아주 짧은 시기에 불과했다.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라는 점에선 루스를 능가한 지 오래전이고,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랐다. 그 이외에도 자잘한 기록들은 이루 셀 수없이 많다.

오클랜드 상대로 시즌 10승을 거둔 투수 오타니. (사진=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오클랜드 상대로 시즌 10승을 거둔 투수 오타니. (사진=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작년에 이미 투수 9승2패(평균자책점 3.08), 46홈런, 25도루로 아메리칸 리그 최우수선수상(MVP)를 수상했다. 올해는 투수로서 규정이닝을 채우며, 최고투수상인 사이 영(Cy Young) 상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2년 연속 MVP도 바라본다. 현재 무려 51개의 무시무시한 홈런 기록을 세우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Aaron Judge)가 최대의 경쟁자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승리 투수인 저스틴 벌랜더도 오타니의 경쟁자이다.

원래 오타니가 LA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한쪽만 하는 것도 버거우니 타자를 포기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데뷔 후 예상을 깨고 오히려 타자로서 더 빛을 발했다. 투수로서도 점점 더 잘 던지고 있다. 그의 현란한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그리고 160킬로를 넘는 직구는 보는 사람의 혼을 빼놓을 정도다. 게다가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와 주루(走壘) 플레이도 출중하다. 루스는 이런 주루 플레이는 아예 할 수 없는 선수였다. 아직 나이도 젊다. 키 193센티에 미남이고 겸손하며 성격도 좋은 그를 보면서 세계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계속 새로 써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도 나이가 들면 체력한계와 부상 위험 때문에 한 분야만 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는 타자를 택할 것인가? 투수를 택할 것인가? 그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그러나 당분간은 그가 이도류(二刀流)라는 투타겸업을 화려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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