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아홉 이범경 노병 70년 전 메모 출간
국민방위병에서 조국 근대화의 CEO 까지

"어느 소년병의 6·25 참전일기 - 국민방위병에서 조국 근대화의 CEO가 되기까지"
"어느 소년병의 6·25 참전일기 - 국민방위병에서 조국 근대화의 CEO가 되기까지"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고2 때 국민 방위군으로 소집되어 3.6년간 복무한 ‘어느 소년병의 6.25 참전일기’. 올해 여든아홉의 노병 이범경 님(1933년생)이 70년 전 대학노트 메모를 엮어 출간했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1.4 후퇴하기 직전, 1950년 12월 18일, 각양각색의 방위병 1700여명이 청량리를 출발, 13일간 도보행군으로 대구 육군 제1훈련소에 입소했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 하루 평균 30Km 이상, 백리길의 강행군이었다.

대구 동촌, 어느 잠사공장에 위치한 훈련소의 신병훈련은 준비가 부족했다. 전선에선 전투가 한창일 때 겨우 실탄사격 8발로 훈련이 끝이었다. 이때사 모처럼 목욕으로 한꺼번에 30명씩 입욕하여 조교가 하나에서 50까지 구령하는 ‘50초 목욕’이었다.

욕탕물은 이미 땟국으로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목욕이 끝난 후 ‘018’번 군번을 받고 이등병 계급 받아 대한민국 육군병사가 됐다.

전선으로 떠나기 직전 보충대대 좁은 실내공간에서 빽빽하게 앉은 채 밤을 세우고 아침에 트럭이 와서 전선으로 실어날랐다. 이범경 이등병이 소속된 중대는 서울, 경기지역 중,고교 학력자로 구성되어 맨 마지막에 거창을 거쳐 남원에 도착, 육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지리산 공비토벌 부대라 전방 전선보다는 안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론 도로 곳곳에 공비가 파놓은 함정 때문에 트럭이 멈추는 순간 집중사격으로 사상자가 많았다. 또한 토벌부대 작전마다 번번히 허탕질이었다. 곧이어 공비들의 역습피해가 잦았다. 알고 보니 입산공비의 어미가 미리 내통하여 토벌군의 출동을 교묘히 신호했던 것이다.

이범경은 고교학력으로 사단사령부 소속 인사과 병력계에 배치됐다. 사단 예하 3개 연대, 16개 직할부대 1만3천여 병력 현황을 당일 24시까지 1일 보고하는 임무였다.

매일 전사상자가 속출했다. 중대, 대대단위 피습으로 통신두절도 많았다. 이때 육군본부의 불호령은 무서웠다. 영문으로 병력 현황을 작성, 미군 고문단에게도 제출해야 했다. 곧 매일같이 ‘병력계 전투’로 밤을 세웠다.

나중에 사단장으로부터 병력보고 유공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전쟁이 나고 창설된 11사단(화랑부대)이 전선의 8사단과 임무교대로 주문진을 거쳐 고성군 간성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 설악산, 향로봉 등 산악전투로 ‘육군의 해병대’로 불리었다. 반면에 이범경의 훈련동기인 ‘018군번’은 벌써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

사령부 부관실 소속 직속상관 백기항 소령이 중령으로 승진(뒤에 소장 전역), 육본 고급부관실 인사과장으로 영전하여 이범경도 대구시 삼덕동에 있는 육본 인사과 장교계로 전출됐다.

이곳에 미군 고문장교 및 한국군 통역장교 2명이 함께 근무했다. 그중 한 분이 김성진 중위로 10.26 사태 때 문화공보부 장관이다.

육본 근무 한참 뒤에 부산에 있는 경남지구병사구사령부 파견으로 장교모집 업무를 맡다가 정전협정 후인 1954년 6월, 42개월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병역의무를 마친 홀가분한 기분으로 배재고 복학,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에 진학, 졸업했다. 취직문이 바늘구멍일 때 동일방직 제1기 공채에 응시, 합격하여 1978년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1981년에는 한일합작 동일레나운 사장으로 영전 15년, 1996년에는 한국 라반 사장으로 4년을 근속했으니 조국 근대화기의 CEO로 산업보국에 헌신한 것이다.

필자는 전쟁세대가 겪은 고난의 세월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어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70년 전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고 말했다. (2022. 8. 글마당 & 아이디얼북스 출판. 36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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