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1999년9월호]

재벌과 정치개혁 재선언

임기내 살기 좋은 중산층 사회 건설한다

글/裵秉烋 대표편집위원

정치사회 개혁적 취임사

올 8·15는 뜨거웠다. 폭우와 태풍 다음의 열대야도 거쳤지만 54주년 광복열기가 드높았다.

金大中 대통령의 경축사도 질과 양으로 뜨거웠다. 예측대로 개혁일정과 개혁의지를 담은 새로운 집권 취임사 성격으로 들리기도 했다.

재벌개혁과 정치개혁의 선언에는 깜짝 놀란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평소의 소신피력 때보다 구체적이고 강도높은 의지를 충분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하려는 조짐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라 발전을 선도하기보다 발목을 잡고 있다.”

분명 대통령의 판단일 뿐더러 시중 여론을 수용한 대목이 아닐까도 싶다.

실제로 자율적 개혁의지가 없는 정치권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가.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 앞에 공개 선언했다.

그러나 대단히 어렵고 난해한 과제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단지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사실상 집권 2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김대통령이 정치개혁을 단행하지 않고는 민주화의 완성이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확립했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물론 바람이 일고 파도가 치고 배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방안이 바로 엄청난 변혁의 진통을 예고한다.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개혁적 국민정당이라는 목표가 기존 정당의 구조개혁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혁적 보수세력과 건전한 혁신세력을 과감히 영입하려는 과정이 또한 엄청난 파장으로 비쳐진다.

경제계와 재벌들도 김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을 어느정도 관측할 수 있있다.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대우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서 대통령이 어떤 방향의 재벌개혁을 선언할 것인가. 예측대로 강경하고 분명했다.

시장이 선단식 재벌경영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은 양의 시대를 지나 질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상 처음 재벌을 개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 재벌과 합의했던 5대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당초의 개혁의지가 변하지 않았음을 새삼 공표한 셈이다.

재벌해체는 시장에 의한 퇴출

그동안 이같은 원칙에 따라 재벌개혁이 추진되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가시성 성과가 부족하다는 내외의 평가에다 새로운 재벌부실이 문제화되고 처리방식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게다가 그룹계열의 금융회사를 통한 재벌의 금융지배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천명은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키려는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금융개혁 방향에도 명확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대통령의 재벌개혁 방침이 재계를 긴장시키게 된 것은 당연하다. 기업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은 곧 재벌해체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은 국민적 합의사항이라고 볼 때 불가피하고 시급하다는데는 이론이 없다. 다만 대통령의 의지를 재벌이 정신도 못차리게 압박하는 물리력으로 행사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시장이 선단식 경영을 받아 들이지 않는 상황이니 시장을 통해 개혁하는 절차를 원칙으로 삼아야 옳지 않겠느냐는 소견이다.

안정대로서 중산층 재건

올 경축사 가운데 국민을 향한 자신 있는 약속 중의 하나가 중산층의 부활이다.

정치와 재벌개혁은 물론이고 강력한 부패척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정대로서 중산층을 조기에 육성 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수 기득권층의 반발을 예상하고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을 각오하고서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삶의 질 향상목표에서 희망과 꿈을 적시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 6천8백 달러를 내년이면 1만 달러로 끌어 올린다. 실업자는 1백만명 이내로 줄여가겠다. 2002년까지는 일자리 2백만개를 창출하여 완전 고용을 실현하겠다. 이렇게 되면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IMF 이전의 완전 고용시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내년도 국민소득 1만 달러가 가능할까. 과연 우리 사회에 다시 완전 고용시대가 올 수 있을까.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지만 결코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통해 그만한 저력을 발휘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리고 중산층을 위한 공평과세와 경제사회의 정의구현은 마찰과 갈등의 극복이 전제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부활과 변칙적인 증여와 상속을 차단하기 위한 세법개정은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

그렇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유보도 정치권 작품이고 부활 논의도 정치적 접근이 시발이다.

따라서 정부보다 정치권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선언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과와 해명과 설득

올 경축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 국민 사과와 해명과 설득으로 믿어진다. 상반기중 민심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했겠지만 국민의 소리에 응답한 대목이 바로 사과성 해명이다.

우선 내각제 합의유보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당초 예측하지 못한 IMF 상황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약속위반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잘못은 잘못이라고 사과한 것이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대통령은 확고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에게 호소하고 설득도 하며 안보를 바탕으로 펼치고 있는 포용정책을 한번 더 강조했다.

그렇지만 북한당국이 솔직하게 들을 귀가 있는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지루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 과거의 북한이자 지금의 북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위의 끈질긴 포용정책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개정방침에 대해서는 좀더 강력한 이론이 제기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소견이다. 보수와 혁신의 대립이 팽팽한 이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접근할때 국론이 분열될 우려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혁 취임사와 관련하여 국정운영의 부담을 무겁게 한다면 유리할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이 앞으로의 내정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부패방지법 등의 제정과 함께 뿌리깊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과업도 엄청난 국정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도 시간을 벌어가며 꾸준히 진전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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