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1999년9월호]

군대를 거쳐야 인재가 된다

글/徐慶錫(서경석 예비역 중장)

입대하면 버린 자식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부모와 당사자인 청년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군을 기피하려 들고 있다. 그래서 많은 청탁과 비리가 발생하여 우리의 젊은이들을 괴롭게 만들고 우리에게 실망과 걱정을 안겨 주고 있다.

현역은 ‘버린집 자식’, 상근예비역이나 방위병은 ‘장군의 아들’, 면제된 젊은이는 ‘신의 아들’. 이런 말들까지 만들어 내고 있으니 이 어찌된 풍토인고?

군에서는 나쁜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도덕과 윤리를 정규교육에서 가르치고 바른 사회인, 훌륭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인성교육을 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자기 주변을 정리하고 점호시간에 구보를 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자기 일은 자기가 처리하면서 독립성과 여러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는 생존을 배우고 선의의 경쟁방법도 익혀, 고참이나 장교 하사관이 되면 아랫사람을 지도하고 가르치고 이끌어 가는 교육 방법과 리더쉽도 배운다.

위험 앞에 당당하게 버티는 용감성과 나라를 지키는 애국심, 국가관과 희생봉사 정신 또한 배운다. 먹는 것도 옛날 같지 않아 자유배식에 각종 육류와 생선 우유는 물론 계절과일과 주스까지도 후식으로 나온다. 아버지 때에 비하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구타가 있어서 각종 악성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지금은 강력하게 군기로 다스리고 여하한 구타도 계급과 직책을 막론하고 군법으로 다스린다. 간혹 병사들이나 초급장교 사이에서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해 발생하나 지휘 및 참모계통으로 철저히 감독하고 있어서 안심해도 된다.

사회의 직장에서는 현역 출신을 선호한다. 이는 그들이 조직생활을 알고 상사와 자기 조직의 목적에 충실할 줄 알고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바로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요즈음 부모, 특히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마마보이(Mama Boy) 같은 청년이 많다. 자기만 챙기고 남을 모른다. 빵 하나도 자기만 먹지 남을 줄줄 모른다. 인내심과 의력이 약하고 꾸지람을 받거나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 쉽게 포기한다. 이 마마보이를 치료하는 최상의 학교는 군대다.

이들이 전역하면 이 나라의 동량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라는 것을 군의 윗사람들은 다 잘 알고 있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서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훈련시키고 있다.

고생을 해봐야 사람이 되고 집을 떠나봐야 집이 좋고 부모가 고마운 것을 안다고 한다. 가난과 고생은 최고의 인생학교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하던 말이다. 옛부터 자식 중 하나는 나라에 바쳐서 국가를 위해 헌신 봉사하고, 위기시에는 나가 싸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 왔다.

젊은이에게 있어서 희생과 봉사, 솔선수범 등은 사회인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다른 어떤 세속적인 가치보다 소중한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른 일을 한 사람들은 피와 땀을 흘릴지언정 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살면서, 국가와 사회에 희생 봉사하고 솔선수범한 사람들이지, 시류에 편승한 기회주의자나 아부꾼은 아니다.

황산벌 전투에서 가족의 목을 베고 비장한 각오로 싸움터로 달려간 계백장군, 사랑하는 아들을 단독으로 적진으로 보내 신라인의 기백을 떨친 흠춘과 그의 아들 반굴, 품일과 그 아들 관창, 임진왜란 때 백의종군한 이순신, 하얼빈에서 이등박문을 쏜 안중근 의사, 중국 홍구 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 등 이분들의 희생과 봉사 정신이 우리의 피 속에 전통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이것은 오늘의 우리를 지탱해 주는 정신적 지주다. 그 정신이 이어지지 않는 날 나라는 흔들리고 부패한다.

나라의 변방이 튼튼하지 못하면 적이 쳐들어와 내것을 다 빼앗아 간다. 우리의 역사 속에 9백60여 회나 싸웠던 기록이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빼앗겼고 짓밟혔다.

수와 당과의 싸움, 임지왜란과 병자호란, 6.25가 다 그랬다. 그때 피 흘리고 싸운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데, 지금의 부모들과 아들들이 군대를 기피한다니 서글프기 전에 배신감이 앞선다.

남의 자식은 싸움터에 나아가 피흘리고 싸울 때, 나와 내 자식은 해외나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 살아 남겠다는 것은 기회주의요 도둑의 심보가 아닌가?

중국의 모택동은 중국을 통일하고 권력을 남용했지만 그 아들 모안명은 한국전쟁 때 전사하여 지금도 옛전우들과 함께 북한 땅에 묻혀 있다. 아들의 시신을 중국으로 데려오는 것을 모택동과 그 가족이 반대했다고 한다.

협동심·독립심 배우는 최고학부

일본의 노기 대장은 일본군 사령관으로 여순전투를 치르면서 참전한 두 아들과 함께 전사했다. 한국전쟁시 8군사령관 워커 중장의 아들도 보병대위로 일선에서 중대장으로 싸웠고, 아이젠하워와 리지웨이 장군의 아들들이 한국전에서 보병장교로,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다. 전사한 아들도 있다.

케네디는 2차 대전시 PT109 어뢰정을 타고 일본군과 싸우다 적함에 부딪히면서 침몰하여 표류하다가 구사 일생으로 구출되었다. 재임시 그는 사무실에 그때 가져온 야자열매를 두고 이를 보면서 용기를 키웠다.

2차 대전시 영국이 온갖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이튼 스쿨의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Noblesse Oblige) 정신이다. 즉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국가나 국민에 대해서 도덕적 의무감과 사회적 책임감을 무겁게 갖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의 자기 아들만은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참으로 비교될 만한 일이 아닌가? 이 시간도 전후방 각지에서 땀 흘리며 맡은 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많은 이웃집 아들들에게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다음 세대의 주인이 당당하게 되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헌신 봉사하는 자세가 우리 젊은이게 있을 때 세계화도 선진국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답이 명확하다. 그것은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나 이전에 이웃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실력있고 능력있는 최고의 동량이 되는 것이다.

우리 군은 우리의 아들들에게 굽힐줄 모르는 투지와 정신력, 튼튼한 체력, 인내심, 희생과 봉사정신, 더불어 사는 협동정신 및 독립심을 가르치는 최고의 학교이다. 군은 좋은 학교가 되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믿고 아들들이 군에 다녀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병역 의무를 마친 젊은이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당당한 자격을 갖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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