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1999년9월호]

“한국형 비교우위 개발하자”

해안개발, 산업시설 임해지역 재배치

글/ 金喆秀 김철수 편집주간

21세기 신무역입국 구상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70년대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 IMF체제하에서도 수출을 통해 국제수지 흑자를 이룩하여 경기회복세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올해도 무역수지에서 2백50억 달러의 흑자를 올려 국제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에 한국무역협회는 한술 더 떠 올해 2백80억 달러의 흑자를 목표로 새로운 수출입국론을 불태우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양어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임 김재철(金在哲) 무협회장이 이같은 목표를 위해 새로운 무역전략을 제시했다. 이른바 신무역전략으로 21세기형 무역입국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회장이 신무역 전략을 내세우게 된 것은 단순히 상품을 가공해 수출하는 기존의 무역전략으로는 21세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저임의 노동력으로 국내에서 가공한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은 1차원적인 것이고 이제보다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신무역 전략은 무역의 개념에 상품은 물론 물류, 관광, 비즈니스 지원 사업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반도로서의 이점까지도 무역의 요소가 된다. 무역의 종류도 단순한 수출입이 아니라 인접국을 포함한 제3국의 무역을 지원하는 중계무역까지도 포함한다. 한국이 생산, 물류, 유통, 분배, 전시, 금융, 전략본부의 복합기능 기지로 전환돼야 한다는 비전이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성공,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4년 1억1천 달러였던 수출규모가 98년에는 1천3백23억 달러로 1천2백배나 증가했다. 세계무역에서의 비중이 64년 0.16%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2.1%로 높아졌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90년대 들어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도전으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88년 이전에는 수출증가율이 연평균 29.7%였으나 그 이후에는 9.4%로 줄었다.

대표적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의 한국 제품 점유도를 보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0년 1%대에서 90년에는 3%로 증가했지만 98년에는 2%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 제품들은 점유율이 증가했다. 80년 1%미만이었던 중국 제품이 90년에 3%를 차지했고 98년에는 8%까지 증가했다. 동남아 제품도 80년에는 4%였던 점유율이 90년에 3%로 떨어졌다가 98년에는 다시 5%로 뛰어올랐다.

광의의 무역 개념 종합개발

김 회장이 신무역 전략의 필요성을 주창한 것은 상품수출의 한계도 있지만 세계무역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 들어서면서 경제의 소프트화가 가속돼 세계적으로 서비스 무역이 상품 무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상품 무역은 87년 5만8백30억 달러에서 97년 10만7천3백억 달러로 늘어 연평균 7.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서비스 무역은 87년 1만7백13억 달러에서 97년 2만6천50억 달러로 연평균 증가율이 9.3%에 달했다. 때문에 이제는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복합무역, 중계무역까지 포괄하는 다목적 무역에 눈을 떠야 한다는 권고이다.

실제 세계적 추세는 무역의 개념이 종전의 상품 위주에서 무역인프라, 관광, 서비스, 자본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 물류, 통신, 금융 등 무역 인프라의 개선없이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저임 노동력의 비교우위를 따지는 전략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조건이나 자연환경 등 새로운 비교우위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래서 주목을 끈다.

해양관광 자원도 전략 요소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신무역 전략을 펼치기 위한 주변 여건은 적합한가. 이에 대한 김 회장의 대답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선 한국은 동북아의 관문(Gateway)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북으로는 중국, 러시아, 유럽 등 대륙으로 연결되고, 바다로는 이웃 일본을 거쳐 태평양, 인도양으로 뻗을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주변국의 성장거점 도시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동경은 5천9백50㎞, 북경은 5천3백80㎞, 상해는 5천2백20㎞, 블라디보스톡은 4천7백㎞이다.

김 회장의 주장을 빌리면 한국이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될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반경 1천2백㎞ 안에 7억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 유럽의 물류 중심지인 로테르담의 경우도 중심반경 1천3백㎞ 안에 살고 있는 인구가 3억5천만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1세기에는 동북아 지역이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김 회장의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하고 가공·조립기술이 우수하며 해외진출 경험이 풍부한 한국이 지역내 비즈니스와 금융의 센터로 적격이란 주장이다.

원양업을 해온 김 회장은 한국의 지리적 입지조건에도 매우 밝다. 한반도는 천혜의 항만조건을 가지고 있고 주요 항로의 거점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남해안은 수심이 깊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천연 항구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고, 동북아의 중심이면서 북미 항로와 동남아 항로의 기간항로상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북아 전지역을 피더(Feeder)선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최적 거점이란 지적이다.

김 회장은 한국의 해양관광자원도 풍부하다고 본다. 온대성 기후와 리아스식 해안,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 육지 면적의 3배가 넘는 대륙붕 등 넓은 해양공간과 서해안의 천연 개펄이 그것이다. 뚜렷한 사계절로 다양한 생활양식, 국토의 70%에 해당하는 수려한 산악과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까지 신무역 전략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출산업이 내륙에 위치하고 있고 부산항 입항화물의 60%가 내륙수송을 위한 것이어서 산업시설의 임해지역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가 크게 경감되고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으며 수도권 집중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공론화된 바 있는 국제 자유도시와 자유무역지대 건설도 김 회장의 신무역 전략에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은 이같은 내용의 신무역 전략이 구체화되자면 몇가지 정책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정부가 국토개발 철학을 갖고 전략을 재정비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륙개발 중심에서 해안개발 위주로,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중심으로 개발의 중심축도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의 내륙 고속도로망을 바둑판 모양으로 바꾸어 고속도로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연안 해상수송 활성화로 육상운송의 과부하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진캡션 : 신무역론을 주창한 金在哲 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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