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주식, 서둘지 말자”

글 / 金元植 (김원식 언론인, 머니풀 대표)

연말 주가 전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조정을 보여운 주가가 재상승의 가능성을 비치면서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템플턴 플랭크린 그룹의 이머징 마켓펀드를 총괄하는 마크 모비어스 박사는 우리 증시의 연말주가를 1300포인트 선에 이를 것으로 밝게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모집 중인 자금중 1억달러정도를 한국의 구조조정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비어스 박사는 한국의 주가는 그간의 기업구조조정성과와 경기회복속도를 감안할 때 1300∼14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앞으로 5년간 경제는 연령균 5∼6%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탬플턴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경영자가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의지를 가지고 있고 기업지배 구조 등 경영투명성이 높은 상장기업의 주식을 사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외국인 중에는 우리 증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HSBC 증권으로 한국은 경기 상승세에 불구하고 금리가 불안정하고 기관투자가의 주식매도 압박이 큰데다가 Y2K문제 등이 걸려 있어서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가는 약 6개월간 지수 800∼1000포인트선의 조정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에나 1160포인트, 2천1년 1분기에 1500포인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시장을 보는 눈은 크게 엇갈릴 수 있고 과연 어느쪽의 전망이 맞을지는 앞으로의 경제상황변하에 따라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증시여건도 자세히 살펴보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료와 수급의 측면에서 호악재가 정면으로 막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재료측면에서 보면 호재우위의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상형조정기대와 엔하강세, 반도체 가격급등, 북미미사일 협상 타결 등의 굵직한 재료가 있다. 기술적 지표로 봐도 20일 이동평 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중기 골든 크로스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 추세가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수급구조로 보면 아직도 열악한 모습이다. 고객예탁금이 지난 두달간 2조이상 감소했다. 더욱이 주식형수익 증권으로의 자금유입탄력이 크게 둔화된 상태이다. 대우사태이후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대한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객들이 투신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 채권에 대해 80%환매가 가능한 11월에 있을지도 모를 대규모 환매 우려로 주식형 투자를 꺼리고 있다. 더욱이 주식형 수익증권의 경우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환매가 자유로워져 이들 양쪽 자금이 동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가 담배인삼공사에 이어 가스공사 등의 주식공급이 늘어나면서 유통시장에서 주식매수 여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시장에는 주된 매수세력이 없다. 외국인과 기관 이 주식을 팔고 개인투자자들이 사는 장세이다. 그렇지만 지금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 들은 과거의 개미군단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들은 IMF관리체제 초기에 금융상품에 투자해 큰 이익을 남긴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기타수익이 낮은 은행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돈을 맡길곳이 없는 이들은 뭉칫돈을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한다. 따라서 이들은 개인이지만 얼마간 기관투자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자금이 좀더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대우사태에 대한 좀더 명확한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연말장세가 기대만큼 꽃을 피울 수 있느냐 없느냐는 대우문제처리가 말끔히 되고 금융시장이 빨리 안정을 되찾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게 될 때 대형우량주 일부에서 펼쳐지기 시작한 실적장세도 중소형 우량주까지 크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서둘지 않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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