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경제가 전쟁을 막는다

중국과 대만이 당장 전쟁을 할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있다. 지난 7월 9일 이등휘 대만 총통이 ‘두개의 중국’ 발언을 한 후 양측은 전쟁 일보 전까지 간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극비리에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필요할 경우 대만을 응징할 방안을 숙의하는가 하면 양측 공군기들은 대만 해협 상공에서 충돌 직전 상태의 초계비행을 연일 계속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북경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하면서 중국을 ‘분할하려는 일체의 음모’를 분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측 관계는 96년 무력대결 이후 가장 위험한 단계에 와 있다. 홍콩의 일부 중국어 신문들은 중국이 96년에는 말로만 끝냈지만 이번에는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하는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대만은 대만대로 결전을 벼르고 있다. 중국이 만일 무력을 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과 그 60분의 1에 불과한 인구 2천1백만의 대만이 싸우면 결과는 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대만은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가령 대만 미사일이 홍콩 부근 섬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홍콩의 금융시장은 당장 마비되고 그곳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대만이 작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과 대만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쟁을 억제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다.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쌍방의 무력위협에도 불구하고 경제관계는 어느 때보다 밀착돼 있다. 대략 3백억 달러의 대만 자본이 본토에 투자돼 있다. 중국 내에서 대만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업만 4만개나 된다. 중국이 대국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경제적 이익을 쉬게 포기하기는 어렵다. 대만도 중국이 주는 경제 이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만 수출품의 15%가 중국으로 간다.

전쟁이 난다면 양측이 다같이 망한다. 중국이 입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중국은 지금 가뜩이나 어렵다. 비틀거리는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고 미국을 잘 설득해서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해야 한다. 이런 판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모든 게 끝장이다.

전쟁은 없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또 있다. 96년 위기 때만 해도 미국은 대만 해협에 항공모함을 즉각 파견했다. 그런대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만 발표했을 뿐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미 군사 소식통들은 이라크와 유고슬라비아 전쟁에서 빠져 나온 미국이 군사적으로 홀가분한 상태에 있는 점을 지적한다.

한가지 불가사의한 일은 이등휘 총통의 발언 배경이다. 그는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앞으로 본토와 대만은 ‘국가 대 국가 간 특수관계’(Special State To State Relation)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50년간 지켜져 온 ‘일국양제’ 원칙을 폐기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해서 평지 풍파를 일으켰을까? 몇 가지 추측이 나온다. 2년 여인의 이 총통이 내년 퇴임을 앞두고 선거를 의식해 인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만 독립을 주창한 최초의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랐다는 설도 있다.

중국과 대만 관계는 남북 관계를 연상시킨다. 우리의 ‘햇볕 정책’이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높여 전쟁을 억제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는 점에서 경제가 중국·대만 전쟁을 막고있는 현실은 의미심장하다. 금년 상반기의 남북 교역은 겨우 1억6천4백9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교역규모가 전쟁 억제력을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남북 교역이 해마다 거의 두 배로 증가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또 금강산 관광으로 9억 여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될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경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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