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정부개혁에 조언한다

민간주도로 권력의 영향배제

편견개입 못하게 절차도 공개

글 / 朴東緖 (박동서 서울대 명예교수)

1. 주체성 있게 구상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의 개념은 원칙적으로 3부를 다 포함하나 여기서는 주로 행정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하지만 입법이나 사법과 상호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언급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라마다 그들이 처해있는 발전단계와 그의 구체적인 내용이 상이하므로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정부개혁의 우선 순위도 동일할 수 없으며 더구나 우리와 민주화나 산업화의 정도나 내용이 상당히 다른 선진국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같은 목표나 우선 순위를 제시한다면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영·미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정치·행정의 민주화와 경제가 발전되어 장기간에 걸쳐 복지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해오다 보니 신경제가 침체되어 1980년대부터 정부의 세출을 감축하고 신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소위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 등을 제창하면서 정부의 능률화를 일차과제로 하여 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문제의식은 그들의 경우 주체성, 자아준거성 있는 결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 사정이 다른 것인데도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려고 하고 있음은 너무나 사대주의적, 주체성 없는 문제의식이라고 하겠다.

2. 정치개혁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나 행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행정은 정치의 하위체제 중의 하나 인 것 일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예를 보거나 이론적으로도 정치발전, 책임정치 또는 정치의 민주화 없이 행정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없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누구나 한국사회의 각 분야 중 정치권이 제일 후진국이라고 말하고 있는 데 이는 정치권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이를 통하여 엄청난 희소자원을 가져다 다분히 비생산적, 비민주적으로 사용 낭비하고 있으며 이의 악영향에서 행정은 헤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기 때문이다. 정치발전의 내용을 여러 가지로 논의할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민에 의한 권력자의 권력행사를 통제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은 저비용 정치와 공천제의 민주화라고 하겠다.

3. 민주화가 능률화보다 선행돼야 한다

행정발전 보다도 정치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행정개혁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따라서 민주화가 능률화보다도 선행되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 및 이론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의 경우 끊임없이 비능률과 비낭비가 저질러지고 있으나 그의 근본원인을 추적해 보면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무책임한 행사에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부실도 그네들의 무책임한 경영권 행사에 있음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의 민주화, 우리의 경우 여기에 우선적으로 내포시켜야 할 사항은 권위주의적 결정지양, 제권력기구의 중립화 및 법치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현정부가 민주화를 장기간 시종일관 주장해 오던 야당의 위치에서 집권했으므로 전술한 정치 행정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할 것을 기대했으나 지난 1년 반의 업적을 평가 할 경우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정치개혁은 아직 전연 진척이 없으며 전술한 행정의 민주화 세가지 항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민으로부터의 불신과 실망이 높아가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난 때문에 이에 우선 주력하다 보니 그와 같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꼭 그와 같은 길을 택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4. 행정개혁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민주화가 진척되지 못한 나라의 공직자의 민주의식, 책임의식과 그에 따른 실천력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들 스스로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민을 위해서 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이미 선진 민주국의 정치 행정개혁의 장기간에 걸친 역사가 증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항상 민도의 향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들 권력자의 저항이나 반대를 무릅쓰고 압력을 가함으로써 민주화의 진전을 기해 왔으며 우리의 경우도 4·19와 6·10이 이를 체험케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에 있어서 가장 앞선 영미의 경우도 장기간 민이 주도하다가 극히 최근 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이는 이들 국가의 정치 행정 지도자의 책임의식의 수준이 우리하고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인 것이다. 이를 그들과 발전단계가 큰 차이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경우 기계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금물인 것이다. 현정부 출범 후 1년간 기획 예산위가 행정개혁을 주도했으나 제일 큰 취약점은 선행되어야 할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거의 못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이의 원인이 여러 가지 즉 경제난과 이의 주역이 경제 경영인 출신이라고 하는 면도 있겠으나 전원 전임 공직자라고 하는 것을 경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전임 공직자의 경우 정부의 각 요직자와의 계층관계 뿐 만 아니라 스스로의 신분상의 권력자가 원하지 않는 민주화, 권력자에 대한 민에 의한 통제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용기를 가질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현재와 같이 민주화의 수준이 얕거나 권력 가치를 단연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고 있는 권력지상의 정치 행정 문화에서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5. 공개, 참여, 집단토론 통한 합의

인류사에서 장기간에 걸쳐 권위주의적 결정과 제절차나 과정을 중시하는 결정 방식간의 논쟁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서는 이제는 후자의 방식 즉 공개, 참여, 집단토론 등과 같은 제과정이나 절차를 밟아 결정하는 것이 보다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을 얻어내는 길이라고 하는 것이 확실해 졌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소수의 엘리트에 의한 권위주의적인 결정이 빠르고 집행도 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때로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고 있어 서두르는 마음에 이를 선호할 수도 있으나 우리는 역사상 이러한 결정의 경우 큰 실수를 범하는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음은 물론 많은 경우 자멸의 길을 걸어온 것을 많이 보아왔다. (戰前의 독·일, 공산국) 이에 비하여 공개, 참여, 집단토론과 같은 제과정을 시간을 들여 밟아 결정하는 것을 중시해 온 영미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보다 많은 국민의 행복증진과 번영을 누려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와 실천의 차이는 근원적으로 인간 개인의 능력을 어떠한 것으로 보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겠다. 역시 옳은 견해는 개인은 아무리 그가 스스로 유능 전능한 것 같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러하지 않으며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으므로 공개, 참여, 집단 토론과정을 거쳐 각자가 갖고 있는 편견을 감축해 합의를 이룩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결정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대단히 큰 영향을 경제 사회에 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합의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상술한 절차를 충실히 밟지 않은 결정을 합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되며 이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되면 모든 이해 관계인이 참여, 토론하게 되므로 예측하기 어려우며 큰 불안감을 주는 급격한 변화는 어렵게 되며 따라서 산업사회에서의 개혁은 원칙적으로 점진적, 축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절차를 밟아 결정을 결정권자가 스스로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법제를 통해서 지키도록 할 필요가 대단히 크며 선진국의 경우 이미 「정보공개법」과「행정절차법」을 제정하여 도움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지난 93년 이들의 제정을 행정쇄신위원회에서 의결하였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다 96년에 제정되었으나 몇가지 취약점이 있으므로 급한 것을 조속히 이들의 개정안을 작성하여 통과시킨 후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게끔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6. 권력기구의 중립화와 법치주의

우리의 민주화를 위한 시도의 역사가 짧아 그간 엄청나게 많은 권위주의적 결정에 시달려 왔으며 법치가 아니라 인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의 영향을 받는 민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불안감을 심하게 갖게 되며 권력자의 매일 매일의 언동에 큰 관심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언제나 자기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사전에 물심양면으로 호의적인 관계를 구축하려고 대단한 노력을 해왔음이 사실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경제체제의 기본이념인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이의 발전을 근원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안정성,예측성을 갖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경우 개혁되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적합성 있는 입법을 하고 이를 1백% 준수하는 것이다. 현행 법령 중 그러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아 법 따로 집행 따로 이며 가장 한심한 것은 의원들이 지켜야 할 정치관계 제법령이 비현실적이며 거의 다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여러 면에 걸쳐서 너무나 많은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정기관의 향방은 너무나 두려우며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누구를 수사대상으로 하던 「자의적」「당파적이며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당하는 사람은 약해서 재수 없어서 사전에 손을 쓰지 않아서 그랬다는 억울함을 갖게 되며 정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막강한 권력과 재량성을 크게 갖고 있는 제권력기구는 반드시 중립성과 합의성을 조직상 지녀야 되는 것이다. 이의 구체적인 예로서는 검찰, 경찰, 방송, 금융감독 정보기관, 세무기관, 및 인사 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감인 것은 현재 이들 중에는 합의제적인 조직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있으나 내부의 결정은 합의제의 장점이 구현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립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하겠다. 무서운 것은 중립성이 취약한 경우 현권력 담당자가 「엄정중립」을 지킨다고 말해도 민의 입장에서 믿지 않으며 오히려 특정 정치성을 띤 사건일수록 「엄정중립」을 강조하는 것에 익숙해 온 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구의 중립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인준, 청문회보다도 여야당이 추천한 인물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상술한 제기관의 인적 구성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과 기대가 강해져가고 있는데 이의 원인은 최근의 이들 중 몇 개는 역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러한 점에서는 그래도 법원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기대나 만족 수준하고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따라서 보다 법치를 위한 분발이 있어야겠으며 지난 봄 사법개혁위가 발족하고 8월까지 끝내겠다고 했는데 결성한 후 아무런 보도가 없어 이것도 공수표로 끝나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7. 소정부화와 능률화가 전부는 아니다

97년 말부터의 경제난으로 인한 재정의 감축, 소정부화 및 능률화가 대단히 중요시되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문제는 이것이 행정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이에만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심스러운 것은 영미의 본을 따라서 변화를 서두르고 있어 지나치게 정치적 논리로 서둘러 졸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어 적지 않은 돈과 비용을 지불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경영진단비용 46억원) 영미의 경우는 장기간에 걸친 과잉복지와 심한 재정적자로 인한 경제침체가 원인이며 정치 행정의 경우 선행과제인 민주화가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어 경쟁 능률화에 치중하게 되었으며 이념적 뒷받침으로서 신자유, 신보수주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더욱 가관인 것은 이것마저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소정부화와 관련된 몇가지 고려점을 지적해보려고 한다.

첫째, 영·미에서 소정부화론의 근거가 된 신자유, 보수주의를 우리의 경우 그대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그러한 역사적 맥락에 맞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정치면에서나 경제면에서 보다 자유화의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상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의 바람이 불어본적도 없는데 신자유, 보수라고 하는 것은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라 하더라도 이와 동시에 복지, 약자보호를 위한 정책을 정치 경제면에서 계속 강조해 나가야 할 역사적인 요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중시해야할 것은 같은 선진국인 독·불·일의 경우 신자유, 보수주의를 수용하는 정도가 다른데 그의 근본이유는 지나친 경쟁, 적자 생존보다는 온 국민간의 공동체성을 중시하고 이들간의 공생을 경쟁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확대보다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 우리의 경우 그간 행정기능의 확대와 관료주의로 인해 과잉인력이 있어 경제난을 맞이하고 있어 감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나 그의 결정이 면밀한 진단에 의하지 못하고 다분히 정치논리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시간을 들여 제대로 진단 후 후유증 적게 진척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서도 우리의 현 발전단계에 비추어 본적이 기존의 과잉인력을 일부 감축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선진국과 달리 행정인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지나 민생서비스 기능이 계속 확대되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고용안정과 사회복지 및 치안)

셋째 그러므로 우리의 경우 소정부화의 보다 합리적인 전력은 대규모사업의 영기준 평가, 정보화 및 투명성 신장을 통한 부조리 정의라고 하겠다. 최근에 발표된 반부패안은 대상이 다분히 중하위직의 민원담당의 소액부정에 치중해 있는 감이 있으며 오히려 규모가 큰 고위직이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감이 있어 앞으로 시정이 있었으면 한다.

정치 행정의 민주화를 선행시켜 저비용정치·행정을 구현하지 못하면 약간의 감축을 졸속으로 하는 것이 일시적인 것이고 근원적인 것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진1 캡션 : 정부개혁에 있어 민간주도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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