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북한은 먹고 살 돈이 없을까?

글 / 金潤坤(김윤곤) 편집위원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이 되어버렸다. 2천6백만 북한 주민이 먹어야 할 식량은 최소 6백만톤 정도이나, 식량 생산량은 풍년이 들어야 4백만~4백50만톤정도이고, 큰물피해나 한해를 당했다 하면 거기서 50만~1백만톤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천6백만 인구가 연간 6백만톤의 식량을 먹는다면 1인당 0.23톤 정도 돌아간다는 계산이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인민들은 풀죽밖에 못 먹는다고 여겨졌으나 이제 먹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상태에서 12억 인구가 소비하는 식량은 연간 3억6천5백만톤, 즉 하루 1백만톤이라고 몇 년전 발표된 적이 있다.

중국 인민들은 1인당 연간 0.3톤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에 비하면 북한에는 연간 6백만톤의 식량이 확보된다 해도 동포들의 식생활은 중국 인민들에 비해서도 한층 더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이 비록 열악하지만 기아를 면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식량을 1백50만~2백50만톤을 들여와야 한다.

북한은 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저들 나름대로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방법이 한·미·일을 상대로 버티기 정책을 쓰는 것이다. 4자회담에 응하는 조건으로 식량 지원을 요구하고, 금창리 의혹시설 방문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또 식량을 요구하는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면 북한은 식량 부족분을 수입에 의해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그럴까? 그 동안 북한의 씀씀이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근 통일부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김일성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금수산 기념궁전 관리비용은 연간 4백75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금수산 기념궁전은 김일성의 64회 생일을 기념하여 77년 완공한 그의 집무실 겸 숙소였던 금수산 의당을 김일성 사망 2주기를 기해 확대 개축하여 명칭을 바꾼 것이다.

말하자면 김일성 유훈통치의 본산으로 다시 꾸민 것이다. 그 규모는 총부지 면적1백5만평에 궁전 및 회의실 등의 지상건평이 1만5백60평으로, 성역화 작업에 따라 넓은 광장과 긴 외랑, 그리고 외곽 수목원 및 풍치림이 새로 조성되었다.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릴리는 96년 여름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북한이 김일성 시신 방부처리에 6백만 달러를 들였으며, 금수산 기념궁전 증개축에 8천3백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TV영상으로 자랑하는 금수산 기념궁전은 호화낭비의 극치를 이루어, 김일성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는 영생관으로 들어가는 긴 통로에는 참배객들의 흙 묻은 신발 밑이 자동적으로 세척 되도록 유수장치까지 해놓았다. 김일성 시신 영구보존 작업을 맡은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소(레닌연구소)는 김일성 시신 방부처리의 최초 비용을 50만 달러라고 하여, 릴리 전대사가 지적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것은 먼저 추계방식이 다른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상정할 수 있다. 50만 달러는 레닌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밝힌 액수일 뿐, 거기에는 플러스알파가 있었을 공산이 크고, 북한이나 러시아나 국가 사회 질서가 어지러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측에서 지불한 것과 레닌연구소가 접수한 것 사이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시신 방부처리에 있어서 고도의 비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러시아측과 김일성 시신 방부처리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북한측 사이에는 공정가격이란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북한측은 러시아측에 대해 돈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까 방부처리만 레닌의 시신만큼 잘 해달라고 매달렸을 수도 있다.

레닌연구소가 산출한 김일성 시신 특수 관리비용 연간 80만 달러를 그대로 믿는다 해도, 거기에 금수산 기념궁전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5백 여명의 인건비 30만 달러와 시설 유지비 2백85만 달러 및 각종행사를 위한 사업비 80만 달러를 모두 합치면 연간 총관리비용이 4백75만 달러가 된다는 것이 통일부의 추정이다.

그래도 김일성 시신은 과연 잘 보존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레닌 시신이나 모택동 시신이 공개되고 있는데 반해 김일성 시신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 비용은 북한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의 하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만일 금수산 기념궁전의 관리비용을 부족한 식량 재원으로 충당할 경우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통일부는 덧붙이고 있다.

즉 4백75만 달러이면 톤당 84달러 하는 옥수수를 5만6천톤 도입할 수 있으며, 톤당 2백59 달러의 태국산 쌀은 1만8천여톤, 톤당 5백48 달러의 미국산 쌀도 거의 9천톤을 도입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1인당 연간 식량 소비량이 0.23톤이라면 옥수수를 도입할 경우 24만 명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릴리 전대사가 지적한 대로 김일성 시신 방부 처리비 6백만 달러와 금수산 기념궁전 증-개축비 8천3백만 달러를 합친 8천9백만 달러이면 옥수수를 1백만여톤 도입하여 북한 식량 부족분 절반을 채울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이 필요 없는 건축물에 돈을 낭비하는 사례만 해도 또 더 있다. 김정일이 당총서기, 국방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그의 거처를 개조하는데 들인 비용도 1억3천4백만 달러였다고 한다.

그 돈이면 옥수수 1백60만톤을 들여와 한해 동안의 식량 부족분을 거의 다 채울 수 있다. 북한이 88년 서울 올림픽에 배가 아파 그 이듬해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서 개최하면서 벤츠 승용차 1천대를 사들이고, 서울의 고층 빌딩에 뒤질세라 1백5층의 호텔을 짓는다며 수억 달러를 낭비한 사실은 지나간 일로 치자.

그러나 아직도 동포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낭비가 계속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북한의 경제가 비자금경제, 군사경제, 인민경제로 구분되어 있으나, 그 가운데서 주민들의 생활을 관장하는 인민경제는 팽개쳐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김정일의 비자금 내역을 잘 아는 어느 귀순자는 북한이 금, 송이버섯, 수산물 등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와 별도의 금괴를 합해 40억~50억 달러가 비축되어 있다고 전한 일이 있다. 그 돈을 매년 3% 내지 4%씩만 풀면 옥수수 2백만톤씩을 살 수 있어 식량 부족분을 모두 채울 수 있다.

북한의 군사비는 연간 50억~ 6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그것을 10%만 줄이면 쌀을 사서라도 주민들의 기아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강성대국을 지향하며 군사비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군사균형 97~98에서 북한군 병력이 7만5천명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또 최근 미그 21기를 다량 도입하려는 소동을 벌였다.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돈은 또 있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주기로 약속한 9억4천만 달러와 관광비가 그것이다. 9억4천만 달러만 해도 옥수수 1천1백만톤을 도입할 수 있는 액수이다.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 2백만톤씩을 5년 이상 사들여올 수 있는 외화이다.

그렇지만 그 돈은 어디로 들어가고 있는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인민경제에 들어가기 보다 비자금경제나 군사경제에 들어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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