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新黨(신당) 감상법

글 / 李東和 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주필)

새 여당은 DJ당인가 아닌가

내년 4월의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 모두 본격적인 신장개업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회의는 ‘신당’ 창당을, 한나라당은 ‘제2창당’이란 기치를 내걸고 당 이미지 쇄신과 당력 보강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신당까지 만들어 대처해보겠다는 김대중(DJ)대통령의 정치 실험이다. 이 실험은 과거와 달리 여당으로서도 과연 성공을 할 것인가. 앞으로의 전개가 일단 주목된다.

신당은 국민회의 중앙위원회가 지난 8월 30일 창당 결의를 한 이래 9월 10일 창당발기인대회, 10월 10일 창당준비위원회 구성 등의 일정으로 진행중이고 정식 창당시기는 내년 1월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18일에 끝날 정기 국회까지는 국민회의가 존속되어야 할 것이고 총선을 앞둔 전략적 효율성을 고려해 1월이 최적의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총선 효율성’이 신당 창당의 참 뜻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국민회의간판으로 총선에 나서면 의석 확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신당이 내걸고 있는 개혁 정당, 국민 정당, 전국 정당이란 캐치 프레이스를 보면 국민회의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신당이 이런 캐치 프레이스를 전부 만족시킬 수는 없고 이것저것 걸치다보면 결국은 ‘비빔밥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정당은 사람으로 구성되는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신당이 태동 초기에는 ‘개혁’에 비중을 두었다. 이에 걸 맞는 인물군으로 현재까지 들어 난 것은 국민정치연구회, 국민연합, ‘젊은 한국 21’등 그 동안 DJ를 지지해왔던 재야그룹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과거 DJ가 평민당과 국민회의 창당시 이미 써먹었던 것으로 이미 참신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 그룹 인물들의 대 국민 인지도가 낮아 득표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연령과 지역을 망라한 각계전문가들을 영입의 주 대상으로 삼아 전국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당외 발기인 19명중 재야는 2명에 그쳐 이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발기인 선정은 지역을 고루 안배하고 각계의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했다해도 ‘신당은 역시 DJ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문회 등에서 지나친 충성도(?)를 발휘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일부 의원들을 발기인에 포함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화장술만으로는 한계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 넘게 남은 정치적 현실에서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국회 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당은 아무리 분장을 해도 DJ당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일부에서 설왕설래되고있는 DJ의 신당총재 여부는 이런 의미에서 논의할 가치가 없다. 아울러 신당은 호남을 주축으로 한 정당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최소한 호남에서는 아무리 공천물갈이를 해도 당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역적 외연을 넓혀나가자는 것이 신당의 전국정당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의 이런 현실은 다른 지역에서 반DJ정서를 불러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특히 영남지역은 그 도가 더 심하다. 이점도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각 지역별로 소수의 의원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호남당에서 전국당으로 분장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도입이다. 한나라당이 이를 적극 반대하고 JP도 ‘내각제 포기 파동’때 충청권 의원들에게 ‘소선거구제 약속’을 했음에도 DJ가 아랑곳없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의 도입을 강조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실 이 제도들이 도입된다면 DJ는 호남이외의 지역에서도 유력 인사들을 영입할 수 있다. 공천권이 당총재 1인에게 집중된 정당구조 때문에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알고있는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제도 변경이 DJ의 세 확장 전략임을 간파하고 이미 “권역별 정당투표제는 제2의 유정회 발상”, “중선거구제는 신당 창당의 걸림돌인 국민회의 의원들의 기득권 파괴용”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중선거구제+정당명부제는 본래 내각제적 다당제에 알맞는 제도라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현행의 소선거구제와 전국구제, 그리고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재확인하고 있다. 야당이 이렇게 반대한다면 새 제도는 도입되기 어렵다. 잘못 밀어 부쳤다가는 그 역풍으로 총선에 참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그런 사례가 없어 민주적 정통성에 먹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당은 어느 국민회의 실무책임자의 솔직한 말대로 하나의 화장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국민회의 골격에다가 새 인물이라는 화장품으로 단장한다면 그것은 DJ당일까, 아닐까. 또 호남당일까, 아닐까. 그 해답은 총선 결과를 보면 확실해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작금의 정치현실이 너무 정치 공학적으로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과거보다 정치공학을 바라보는 눈이 매우 예리해졌다. 정치인들의 단수를 파악하고 속셈을 파고드는데 상당히 익숙하고 비판의 눈길도 성숙해지고 있다. 다만 그러면서도 지역주의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이나 제도의 변화 없이 단지 ‘화장술’만으로는 신당 역시 국민회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당과 자민련간 합당이 변수

다만 괄목할만한 큰 변수가 있다면 그것은 신당이 출범 전후에 자민련과 합당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지역주의가 아직도 만연해있는 정치풍토 때문에 그 파괴력은 상당히 클 것이다. 호남과 충청지역에다가 수도권에서의 시너지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만년 2인자 김종필(JP)총리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과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JP와 자민련 쪽에 많은 것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자민련은 신당과 명실 공히 당대당 합당을 함으로써 JP가 당총재가 되거나 상당한 공천권 지분을 확보해 확고한 제2의 대주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DJ와 JP의 이해가 조정되는 선에서 의외로 손쉽게 성사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받았던 이른바 영입인사들은 대부분 ‘1회용 소모품’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혁, 전국, 국민 정당이라는 캐치 프레이스도 언제 들었던 소리였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사라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의 비극은 여야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표면에 내걸고있는 목표나 명분 같은 것이 사실상의 명분, 또는 목표와 다르다는 점이다. 당리 당략이 그만치 판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신당의 목표도 ‘총선 승리’를 내 세우기 보다는 ‘새 천년의 꿈’ ‘노 장 청이 조화된 전국정당’같은 수사학적인 것으로 포장해 놓았다.

합당한 비전과 정책을 내세워 이에 매진하는 과정의 하나로 새 인물의 영입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진솔한 모습으로 국민의 지지와 표를 얻어야 함에도 정치 공학적 사고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진정한 정치가의 자세일 수 없으며 훗날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비판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