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산업구조 미래상이 절실하다

글 / 李京憲 (이경헌 세종대학교 경제무역학과 교수)

한일간 산업구조의 충돌

지난달에 있었던 일본 오마에겐이치(大前硏一)의 한국경제 비판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경제논리로 음미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의 주장은 현재 진행중인 경제개혁을 뛰어넘어 장기적 산업구조에 대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추진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으며 만일 그렇지 않으면 제 2의 경제위기가 다시 올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의 산업구조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는 여러곳에서 볼 수 있다. 1986년 일본의 쓰꾸바대학 와다나베 도시오(渡邊利夫)가 한일산업연관표 분석을 통해 한일간 무역불균형의 원인을 전형적 가공무역형인 한국산업구조가 비충족적이어서 중간재의 대일 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에는 부즈알렌(Booz Allen & Hamilton)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일본과 중국경제의 중간에 마치 호두까기(Nutcracker) 속에 끼어 있다는 지적도 이와 유사한 논리이다.

일본의 산업경제 이론적 체계에는 산업조직론과 산업연관론을 미국에서 받아 들였고 그들의 고유한 체계를 성립시킨 산업구조론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는 시노하라 미요해이가 1976년 저서를 내면서 체계를 이룬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을 추적하는 각 나라가 경제 발전과정에서 페티클라크법칙(Petty-Clark’s Law)에 따라 1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다시 3차산업으로 산업비중이 이행하는 과정에 여러 국가가 산업구조의 유사성이 발생하여 유사한 산업구조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무역구조는 그 나라의 산업구조의 대외적 표현이며 무역마찰은 산업구조 유사성에 의한 충돌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므로 세계적으로 무역의 유형은 산업간 무역에서 산업내무역으로 전환되었고 산업내무역에서 경쟁의 성패는 산업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고있다.

그래서 오마에겐이치는 산업구조론상으로 볼 때 한일양국의 산업구조 유사성 때문에 한국을 작은 일본으로 보는 것이며 이러한 한국이 핵심부품마저 일본으로부터 조달하는 산업기술력을 가지고 일본의 경쟁상대가 못된다는 해석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1960년대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 후반까지 산업구조상 작은 미국으로서 미국의 섬유·전자·철강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경쟁력에서 강타한 일본이 미국을 향하여 “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일본의 핵심부품 없이 발사할 수 없다”는 니시하라와 모리다의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한국은 미·일의 백년하도급국이라는 비판을 감정으로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경제논리로 받아 들여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초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일본에게 상실한 기업들이 정부의 개입없이 뼈를 깍는 기업구조의 재구축(Restructuring)과 재설계(Reengineering) 방법을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동시에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기업변신(Transformation)을 함으로써 기존 효율성이 높은 금융산업과 세계 어느 나라 산업구조와 충돌이 없는 정보기술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종래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호항을 누리고 있다.

민간자율로 과잉해소 못해

반면 일본경제는 어떠한가.

1980년 말부터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중후장대한 일본기업들은 1천2백조엔의 개인금융자산을 가진 소비자에게 내수진작을 못 시켜 고용과잉, 설비과잉, 채무과잉에다 비효율적 요소로 신음하며 10년간 불황에 빠져있다.

그러나 오마에겐이치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제조업의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경제가 불황이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기업들이 1980년대에 겪었던 경로를 따라 언젠가는 미국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과거 고도성장시대에 누적된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대기업을 국제수준으로 체질을 강화하려는 구조조정을 정부의 리더쉽하에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산업구조론적 시각으로 현재의 미국과 일본경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오마에겐이치가 한국경제를 들여다 볼때 단순히 기존산업을 슬림화하는데 불과하지 산업구조를 달라지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는 지적인 것이다. 산업구조를 다르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공업화의 한 방법으로 정보화사회로의 산업구조 전환은 이미 미국이 가로막고 있으며 이를 추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경제개혁을 뛰어넘어 한국경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산업구조 형성에 대한 장기정책비젼을 제시하고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한 외환위기는 다시 올 수 있고 후손들에게는 환율조건에 따라 국가경제 전체가 부침하는 구조적 불안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오마에겐이치가 산업구조와 외환위기간의 긴밀성을 설명하는 산업구조적 배경은 와다나베 도시오가 지적하듯 국가의 국제수지론은 그 배후에 있는 산업구조론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그 국가의 국제수지정책은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 국가의 무역구조는 그나라 산업구조의 외부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역의 성과는 산업구조와 산업경쟁력의 결과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을 지적하고 설명할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실물경제 즉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외환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는 산업구조의 경쟁력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신산업구조 창출 시급

아시아 국가중에서도 태국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한국 등이 외환위기에 직면했으나 경상수지의 만성 흑자국인 일본과 대만은 이러한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지 않는가.

그동안 오마에겐이치의 한국경제 비판에 대한 반론들을 보면 경제학자로서 비판자의 경제이론적 배경을 이해함이 없이 정치적 반론인지 경제적 반론이지 모를 정도로 아쉬움을 느낀다.

미국은 1980년 초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서 성공하였고 일본도 전 문제를 안고 있으나 기업에 맡기고 있어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한국경제 비판에 대한 이론적 배경인 산업구조론을 다소 이해하는 사람으로 한국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경제개혁은 대체로 정도를 걷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러더쉽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속도는 빠르나 장기적 대처에 소홀한 점이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진행하는 개혁이 성공해도 기존산업구조를 가지고 기업의 체질강화만으로 세계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나겠느냐는 것이 오마에겐이치의 비판이며 필자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그러므로 제 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선진국과 산업구조의 충돌성이 없는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산업구조 창출을 위한 미래상이 제시되고 이를 향한 준비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