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상호 양보로 합의도출 보람

金熙中(김희중) 대한약사회장 “의·약사 동반자관계 계기 돼야”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가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제자리를 찾아 제몫을 다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희중(金熙中) 대한약사회장이 밝히는 의약분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신이다. 현행의 의료관행에서는 국민보건의 파수꾼이라기 보다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장사꾼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사와 약사는 원래 대립관계가 아닙니다. 국민보건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반자라고 볼 수 있지요. 50년대 초 우리의 의료환경이 취약했던 시절 잠정적으로 시행했던 두 직능인간의 역할파괴가 오늘날 의사나 약사에 대한 불신과 부조리를 초래하게 된 것이지요” 현행 의료관행 아래서 서로 영역다툼을 벌이다보니 국민들의 눈에는 '밥 그릇 싸움'으로 비치고 비난과 불신을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 김회장의 설명이다.

당연히 시행돼야 할 의약분업이 36년간이나 진통을 거듭해온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한 아집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시민단체의 중재도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의·약 양단체가 서로 상당부문에서 양보한 덕분입니다” 사실 합의안이 발표되자 양단체는 모두 일부 소속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불만 때문이다.

“의약분업은 의사나 약사 모두가 신체의 일부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고통 없는 개혁은 있을 수 없겠지요. 곪아 있는 부분을 과감히 수술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각오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김회장은 요즘도 일부 회원들의 의약분업에 대한 항의 전화에 시달린다고 한다.

김회장은 의약분업을 의료제도의 개혁이라고 표현한다. 의약품의 오남용, 저질의약품의 난매, 의료전달체계의 파괴 구멍가게식 약국경영 등은 의약분업이란 개혁을 통해 일시에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고유직능 범위에서 의사나 약사가 최선을 다하게 되면 자연히 권위도 되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보건향상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

김회장은 의약분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의사·약사 모두가 자신의 고유분야에 고도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약사는 처방전을 검토하고 처리해야 하는 고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므로 과거와 같은 안일한 자세로는 새로운 경쟁시대에서 자연도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만의 노력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 이 제도의 주역은 혜택을 받는 국민들입니다. 분업 논쟁이 36년간이나 공전해온 것도 의사·약사간의 당사자 문제로 간주, 정작 수혜 당사자인 국민들이 무관심 했던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분업 논쟁이 쉽게 해결된 것도 국민을 대변한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막상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여러 가지 혼란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병원, 약국을 자유롭게 이용해온 국민들로서는 불편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만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으니 번거로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초창기의 혼란을 막으려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대국민 홍보나 계몽은 의·약단체는 물론 시민단체·정부·언론 모두가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김희중 대한약사회장은 전국 2만5천명 약사의 사령탑으로 불린다. 의약분업 합의안에 주역으로 참여했던 김 회장은 36년간 쌓인 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운 듯 매우 감회스런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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