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여성기업인도 일 맛 느낀다

安潤貞(안윤정) (주)사라대표 “무리한 경영은 금물”

글 / 申貞姬(신정희) 부장대우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우리 나라 여성 기업인들이 일 할 맛 나게 됐다.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 지난 6월1일부터 시행돼 여성 경제인의 기업활동과 창업이 지원되게 됐다.

법률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여성 기업의 정의(제2조)를 보면 상법상 회사의 대표, 세법상 사업자 등록을 한 개인사업자가 여성인 기업을 말한다. 공동 대표인 경우는 여성 대표의 주식이 남성보다 많아야 여성기업으로 볼 수 있다. 여성경제인이란 여성 기업의 임원인 여성을 지칭한다.

아울러 여성기업육성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 및 사업기회균등화를 보장하고 있다(제3조).

여성 기업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나 제도의 개선(제4조) 매년 마다 여성기업육성 기본계획 수립, 추진(제5조) 여성기업활동촉진위원회 설치, 운영(제6조) 등도 그 내용이다.

여성 기업 경영활동 지원 및 창업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여성기업생산제품 구매 촉진(제9조) 정부와 지방단체의 자금 지원 시 여성기업 우대(제10조) 경영능력 향상,기술 및 디자인개발 지원(제11조 및 제12조) 여성 창업촉진 및 여성 창업보육센터 지정, 운영(제8조)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종합적인 지원(제15조)을 한다.

99년도의 여성기업지원 주요 시책을 보면 여성의 창업촉진 지원 강화를 위해 여성 창업 교실을 개설하고 창업보육센터 지정 및 입주업체 선정 시 여성을 우대한다.

99년도 3천억 원의 소 상공인 창업자금 지원 시 여성창업자를 우대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제조업 10인 이하, 유통 서비스업은 5인 이하이며 대출 한도는 창업소요자금의 50%이내이다.

이밖에도 여성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지원, 인력 지원, 판로 지원 등 사기진작 책은 많다.

이런 ‘여성 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시행으로 정말 혜택과 용기를 얻었는지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기업인 안윤정 (安潤貞,주식회사 사라 대표)사장을 만나봤다.

주식회사 사라는 75년 주문복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재는 연간 매출액 약 90억 원, 종업원 1백50명 규모의 회사이다. 매장 구성은 79년 롯데백화점 본점에 ‘앙스모드’를 최초로 연 후 서울 및 지방의 주요백화점 등에 총 20개 매장을 열고 있다.

여성이 경영에 유리한 점도 있다

안윤정사장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및 시행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동안 패션 사업은 제조업이면서도 ‘사치성을 조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조업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어 왔어요. 그러나 이제 이 여성 지원법의 시행과 시대 상황의 변천에 따라 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쁨니다. “

디자인 및 패션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면서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사업이다.

따라서 지원만 제대로 해준다면 여성들이 사업하는데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용기를 줄것으로 내다봤다.

안사장이 제조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옷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의상 디자인에 취미를 가진 것이 사업으로 발전 한 것이다. 창업 25년만에 연 매출 90여억원, 종업원 1백50명에 이르도록 번창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사업으로 잘 연결 시킨 때문이다.

“막상 경영을 해보니 머리 쓰는 것은 가사 경영과 별 차이가 없어요. 가정 경영을 잘하면 사업 경영도 잘하게 되지요. 차이점이 있다면 가정에서는 육아,가정 경제 운용, 주택 관리, 남편 및 시댁.친정 식구들과의 인간관계 조율 등 전 과목을 다 잘해야 하지만 기업은 자기 전공 과목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도라 생각해요. 기업은 가정 보다 그 경영 규모가 크다는 차이점도 있겠지요.”

관청과 은행도 호의적 자세로 바꿔

안사장은 또한 경영에 있어서의 여성차별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초창기에는 여사장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남성 경영인이나 여성 경영인 모두 경영인으로서 똑같이 대접받고 있는 편이란다. 여성기업인도 자기만 똑똑하게 처신하면 경영상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및 시행으로 여성기업인이 더 우대받는 역 성차별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경영에 있어 여성이기에 유리한 점도 많단다.

여성이기에 무리한 사업경영을 하지 않아 투명성, 안전성, 세밀한 기업 운영 등에서 더 유리하단다.

불리한 점이라면 모험성이 적은 것, 술자리 접대에 과감히 나서지 못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점도 여성의 치밀함, 유연성을 살리면 잘 보완할 수 있단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난관에 봉착할 때는 가정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고 말한다.

안사장 자신도 지난 95년 동생 남편 회사의 보증을 섰다가 대기업 M&A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는 등 지난 5년간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단다. 25년 경영 과정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위기를 오히려 교훈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언제나 가정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여성은 사업가이자 가정의 경영자이므로 사업이 무너지면 가정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따라서 내 가정을 잘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업상 난관을 잘 돌파해야 할 필연성이 있어요. 남자 경영인도 마찬가지로 가정이 온전치 못하면 신빙성이 떨어지잖아요. 가정 생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이 모든 여성 경영자들의 공통점일 겁니다.”

여성이 사업하기에 각종 기업 규제가 완화되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단다. 각종 규제가 90% 가까이 완화되었으나 아직 풀리지않은 10%의 규제가 발목을 잡아 일 전체가 꼬이기 일쑤라는 것.

관청과 은행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으나 아직은 수준 미달이란다. 친절한 대응 등 표피적인 서비스는 나아졌으나 기업경영을 도와주는 실질적인 지원은 크게 부족하단다. 그러나 지원과 육성 행정이 피부로 느껴질 날도 곧 오리라고 여성기업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최근 그 성향이 세분화되고 의식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기업 경영에 있어 소비자의 변화를 반영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아직은 소비자의 생각이 ‘ 비싸면 무조건 좋은 물건’이란 생각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아 상품 생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산품 보다 외국 제품을 더 신뢰하는 점도 문제.

“기업은 생명을 가진 유동체입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크게 성장 할 수 있어요. 따라서 관청이나 금융기관이 다소 경직된 운영에서 벗어나 융통성있는 지원을 해주면 클 수 있는 기업이 많습니다.”

안사장은 남성기업인에 대한 충고도 잊지않았다.

“기업 경영은 엉망이면서도 부동산 값 상승, 은행 부채 덕분에 돈을 버는 남성경영인이 적지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기업 경영에 있어 거품이 제거돼야 할 때라고 봅니다. 투명한 경영, 정직한 경영으로 승부를 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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