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세수위주 주세조정안에 업계반발

고급주 조금 내리고 소주만 대폭 올려

글 / 李漢城(이한성) 전문위원

여론조사는 하나마나인가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던 주세율 개편이 소주세율을 대폭 높이고 위스키 세율은 소폭 낮추어 소주와 위스키 세율 맞추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세수위주의 주세개편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WTO의 소주·위스키간 세율 불공정 판정을 계기로 터져나온 주세율 조정은 이번에도 업계의 기대를 무시한채 뚜렷한 기준없이 일단락 된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모두 80% 수준으로 맞추기로 방안을 굳혔다. 이에 대해 소주업계는 물론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소주세율이 현행 35%에서 80%로 상향되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은 7백원에서 9백20원으로 34%나 늘어난다. 식당의 소주 가격은 2천원에서 3천원으로 무려 50%나 오를 전망이다. 서민들은 답답한 심정을 소주 한병으로 달래왔는데 일시에 가격을 50%나 올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이다. 반면 위스키는 세율이 현행 1백%에서 80%로 하향돼 세액은 1만6천1백15원에서 1만3천1백3원으로 3천원 가량 내린다. 따라서 소비자가격도 500㎖ 기준 병당 3만4천원에서 3만1천원으로 3천원이 인하된다. 당정협의회는 또 맥주세율은 세수를 고려해 현행 1백30%에서 매년 10%씩 내려 2천2년까지 1백%로 내리기로 했다. 맥주주세가 하향되면 맥주 소비자가격은 현행 1천4백원에서 매년 50원씩 내려 2천2년에는 1천2백50원으로 1백50원이 내린다.

그러나 문제는 소주업계나 맥주업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소주업계는 소주세율의 상향조정선을 35%에서 45%로 10%포인트로 건의한바 있다. 반면 맥주업계는 맥주가 서민의 수요가 많은 대중주인데다 알콜도수가 낮은 저도주인 점을 들어 세율을 75%선으로 낮추도록 촉구했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업계의 건의를 모두 무시하고 위스키 세율만 100%에서 80%로 낮추는 선에서 주세분쟁을 매듭지었다.

이같은 정부의 주세율 조정은 당초 예상됐던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주세율 조정에 앞서 수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나 세미나를 통해 관련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을 타진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주세율 조정안은 이러한 것들이 거의 배제됐다는 것이 업계나 소비자들의 견해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주세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맥주는 89%가, 위스키는 57.5%가 “대체로 높다”고 응답했다. 소주의 경우는 82%가 “적당하거나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주세가 대체로 높다는 사실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또 이 조사는 WTO의 주세불공정 판정에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소주 세율을 높이자는 쪽보다 위스키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러한 애주가들의 반발은 정부의 무성의한 일과성 정책으로 방향이 쏠리고 있다. 모든 정책을 결정해 놓고 수순에 의해 반영되지도 않는 여론조사나 토론회를 열었다는 비난이다.

물론 일부 언론사가 실시했지만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17일 열린 “주세율 개편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정부정책을 호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주제 발표자 모두가 조세연구원 소속에다 발표 내용도 소주세율 인상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결국 자유토론에 참석한 학계 언론계 업계 대표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일부 당사자들의 반응이다. 더구나 토론회 다음날 조간신문은 정부가 소주세율 1백%인상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한 바 있었다.

“국민주가 퇴출주된다” 소주업계 푸념

“소주 한병에 3천원이라니 말이나 됩니까” 소주업계의 반응이다. 소주업계에는 세율이 80%로 상향되면 식당판매가격은 2천원에서 3천원으로 50%가 오른다는 것이다. 결국 맥주값(3천원)과 거의 비슷해 소비량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소주업계의 하소연이다.

이날 자유토론에 참가했던 신영휴(申榮休) 금복주 전무는 “식량파동으로 막걸리가 사라지면서 소주가 국민주로 서민의 각광을 받아오다 79년부터 맥주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주의 위상은 점차 위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식량사정의 호전으로 막걸리가 재등장, 소주시장은 위아래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마당에 소주세율 인상은 그야말로 소주업계에 치명타입니다” 라며 허탈한 표정이다. 특히 소주업체는 대부분이 영세한데다 맥주 3사가 모두 소주생산에 참여하고 있어 시장은 날로 분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율인상에 따른 소주값 부담은 주류시장에서 소주의 퇴출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식당 소주값이 50% 올라가면 소비량은 15%이상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당초 소주세율 상향보다는 국내경제에 충격여파가 극히 적은 위스키세율을 낮추도록 주장했었다.

또 소주세율 상향이 불가피할 경우 현행 세율보다 10%포인트 올린 45%를 상한선으로 제시했었다.

지난 연초까지만 해도 소주업계가 강한 반발을 보이자 정부는 75%까지 하한선을 절충안으로 검토한 바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80%로 더 높게 올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EU국가들이 주세체제를 알코올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20∼25도에 불과한 소주와 40도에 달하는 위스키의 세율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도 소주업계의 반발 이유다.

요즘도 맥주가 고급주인가

어떻게 보면 이번 정부의 주세개편에 맥주업계는 제3자인 셈이다. WTO에서 요구하는 주세개편은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을 일치시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의 주세개편 방향에 대한 맥주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맥주세율을 낮춰보려 했던 의도가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칙 없는 주세체계와 세수증대 위주의 주세정책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판매원가 690원짜리가 어째서 고급술에 속합니까?” 맥주업계가 한결같이 외쳐온 하소연이다.

현행 맥주의 주세는 1백30%, 고급술로 일컫는 위스키가 1백%인 점을 감안할 때 월등히 높다. 국내 시판되고 있는 술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까지만해도 맥주의 소비층은 소득소준이 높은 편이었다.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음을 의미했고, 판매장소도 상류층이나 드나들 수 있는 유흥주점에 속했다. 또 소비량도 소주에 비해 적었다. 소주의 소비량을 능가한 것은 79년.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맥주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요즘은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주라는 사실은 이의가 없다. 그럼에도 맥주의 세율은 술 가운데 가장 높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맥주의 판매원가는 693원(1ℓ기준)입니다. 생수 776원, 콜라 934원, 소주 1천8원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지요. 그럼에도 가장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윤영준(尹榮埈) OB맥주 상무이사의 설명이다.

사실 맥주의 세율은 원칙없는 우리의 주세체계를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고급주 고세율, 저급주 저세율”의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맥주업계의 주장이다.

“세수확보 때문에 맥주 세율 인하는 당분간 어렵다”는 정부측의 주장에 대해 업계는 나름대로 반론을 편다. 세율을 낮추면 소비량이 늘어나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맥주업계는 지난 7월 맥주세율의 부당성을 들어 현행 1백30%의 높은 세율을 75%로 낮추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한바 있다. 결국 이번 주세율 조정안은 형평성도 합리성도 없는 세수위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전망이다.

주세율 논쟁

위스키는 못 내리니 소주만 올리나

그래도 맥주에 최고세율은 문제다

글 / 李漢城(이한성) 전문위원

정부가 소주세율을 80%로 올리기로 방침을 굳히자 소주업계는 물론 이번 기회에 대폭적인 세율인하를 기대했던 맥주업계 마저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더구나 소주값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자 소비자단체 마저도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주세제도가 세수확보 위주로 뚜렷한 원칙이 없고 형평성마저 결여됐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비단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잠잠했던 주세문제가 재작년부터 갑자기 불거져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또 지난 8월17일 한국조세연구원이 개최한「주세율체계 개편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주세발표내용과 자유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한다.

成明宰(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술소비 억제로 비경제 손실 줄여야

우리나라 주세율체계는 재분배정책의 일환으로 고가. 고급술에는 높은세율, 저가·저급술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주세체계가 EU, 미국 등의 제소로 WTO(국제무역기구)에서 불공정판정을 받게된 원인이다. EU와 미국은 알콜도수가 높은 소주에 3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있는데도 같은 고도주인 위스키에 1백%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자국주와 수입주의 차별대우라고 지적, 지난 97년 4월 WTO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WTO 분쟁조정기구는 우리 주세제도를 수입증류주에 대한 차별적 대우라고 판정했다.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을 똑같이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입장에서는 무역관례상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WTO의 이러한 판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급증 등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폭되고, 생산성저하 알콜중독, 청소년 음주 등 외부 비경제적요인이 늘어나 무분별한 주류 소비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예로 전체교통사고 가운데 음주로 인한 사고비율이 90년말 현재 2.9%였던 것이 97년말 현재 9.3%로 무려 3배이상 늘어났다. 전체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운데 음주운전사망자 비중이 90년 3.1%에서 97년 8.7%로, 부상자 비중도 3.3%에서 10.5%로 3배전후로 불어났다. 그밖에 질병별 음주관련사망자,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타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음주의 외부 비경제적 요인은 날이 갈수록 심각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으며 청소년의 음주경험연령도 갈수록 낮아져 이로 인한 사고율과 의료비의 증가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만해도 70년 4만3천건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80년 8만8천건, 90년 10만6천건, 97년 15만건으로 매년 4.8%씩 늘어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청소년범죄도 80년 전체 청소년범죄의 5.6%(약5천건)에 불과하던 것이 95년에는 10%수준으로 크게 늘어나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러한 음주의 외부비경제적요인의 증가는 국내 술소비량과 직결돼 있다. 국내 술소비량은 매우 빠르게 증가하여 경제성장율을 상회하고 있다. 국민대중주로 알려진 소주와 맥주의 경우 연간 소비량이 70년 각각 20만 kl와 9만kl였던 것이 97년에는 80만kl와 180만kl로 각각 4배와 2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70년대만해도 소주가 맥주소비량을 크게 앞섰으나 79년을 분기점으로 맥주가 소주를 앞섰다가 현재는 상황이 역전된 상태다.

이같은 술소비량의 증가는 전체인구증가에 따른 것이며 맥주소비가 소주를 재친 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개인의 소득증가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술소비량은 어떠한 장치로도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張槿鎬(장근호)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세수위해 위스키세율 인하는 곤란

주세개편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지난 97년 1월 EU가 위스키 등 수입주류에 부과되는 주세와 교육세가 소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차별대우라고 주장, 양자협상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협상에서 우리측은 알콜도수에 따른 세율비례방안을 제시했으나 EU는 이를 무시하고 소주세율과 위스키 등 수입증류주의 세율을 같은 수준으로 맞추어 줄 것을 요구 WTO에 제소했다.

결국 WTO는 희석식 또는 증류식 소주가 9개 수입증류주와 직접경쟁이거나 대체상품임에도 우리의 주세법은 수입주류에 대한 차등과세로 국내생산을 보호하고 있다고 판정, 세율을 일치시키도록 선고했다.

즉 위스키 등의 주세율을 소주 세율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년 1월부터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이고 있다. 결국 WTO의 판정에 따르기 위해서는 소주세율을 현행 35%에서 위스키세율인 1백%로 높이거나 위스키세율을 소주세율과 같이 35%로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위스키세율을 낮추는데는 세수의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주세가 전체 세수에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98년 한해동안 주세수입은 모두 1조8천145억원으로 이는 국세대비 2.7%, 간접세 대비 8.7%에 달한다. 더구나 주세수입증가율은 국세와 간접세에 비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낮은 인구증가율로 인한 소비인구의 정체로 술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80∼90년대로 점차적인 수입주류 주세율 인하에도 일부 요인이 있다. 참고로 전체 주세수입 가운데 맥주세금이 65.7%로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소주와 위스키가 각각 15.7%와 12.8%를 점유하고 있다. 연도별 주세수입의 추이는 91년 국세대비 3.8%, 간접세 대비 9.5%이던 것이 98년에는 각각 2.7%와 8.7%로 낮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스키세율을 소주세율로 낮춘다는 것은 세수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은 소주세율의 대폭인상

성명재, 장근호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결론은 한마디로 소주세율은 위스키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음주의 외부비경제적요인이나 사회적 간접비용의 축소를 위해 술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세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성명재위원의 발표요지다. 또 전반적인 WTO와의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 평등화에 승복할 수밖에 없고 세수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주세율을 조정하려면 위스키세율을 소주세율로 낮추기보다는 소주세율을 위스키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 장근호위원의 간접적인 주장이다.

주제의 결론부문에서 뚜렷한 원칙이 없는 우리나라 주세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면서도 전반적인 주세개편시기를 은근히 늦추려고 하는 의도는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토론회 참석자들의 대부분 시각이다.

특히 알콜도수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1백30%의 세율을 부과하고있는 맥주의 세율인하에 대해 주세수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커 세수감소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는 것은 세수위주의 국내 주세제도의 현실을 한층 실감케 한다.

한편 소주업계는 우리 전통의 서민 대중주로 자리매김 해온 소주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소비감소를 막기위해서는 세율상한선을 45% 요구한 바 있다. 반면 맥주업계는 알콜도수가 낮은데다 전체 술소비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맥주주세율 1백30%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 75%로 인하 조정해 줄 것을 건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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