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개고기 식용 양성화

철회돼야 한다

글 / 趙休翼 (조휴익 중부가축병원장)

인간 생활에 개보다도 도움을 주는 동물은 지구상에 없다. 씨족 사회때부터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취급되었었다. 그뒤 전쟁에서는 군용견. 사냥터에서는 사냥견 그리고 생활속에서는 애완견 등으로 우리와 친밀한 사이다. 따라서 개를 애견(Pet Animal)으로 보기 시작하여 지금은 동반동물(Companion Animal)로 발전하여 가족구성원 위치에 있는 셈이다.

지체장애자 보조견은 새로운 삶을 보태주는 가족이고 인명구조견이나 폭발물 탐지견은 생명과 안보를 책임지는 가족이다.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개를 신성시한 까닭이 있었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 개라는 신앙이 있었다. 그리고 생활속에서도 도둑을 막고 주인을 보호해준 지혜롭고 영특한 개 이야기가 얼마던지 전해온다.

그런데도 개고기를 먹게 된 것은 오직 가난때문이었다. 농경시대 때 소중한 자산이었던 소나 돼지 보다는 비생산적인 동물로 봤기 때문에 부족한 영양보충을 위해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는 농사에 절대 필요한 동물이었고 돼지는 회갑연이나 장례시에 올리는 가축이었지만 개는 보신용으로 먹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구성원의 위치가 바뀌거나 인간과의 유대가 이완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이론은 믿을 수 없다.

정력에 좋다거나 결핵완치에 도움이 된다거나 더위를 이겨낸다는 말도 유언비어에 지나지 않는다. 허구성 이론을 맹신한 결과가 개고기를 즐기게 오도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활동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런데도 고기를 즐기지 않던 사람이 주위의 권유로 개를 먹고 몸이 좋아졌다고 개고기가 특별히 몸에 좋은줄로 확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개고기는 냄새가 많다. 이런 냄새를 줄이기 위해 약재와 야채를 곁들여 조리하게 된다.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말은 이들 다양한 섬유질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실제로 농업진흥청이 발표한 식품영양가표에 따르면 개고기와 다른 육류와의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개의 짝짓기 시간이 길어 보인다는 사실때문에 막연히 정력에 좋다고 과신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개의 교미시간이 긴 것은 그럴만한 까닭이 따로 있다.

암컷의 질은 산성이다. 따라서 숫컷의 정액이 들어가면 자궁내에 도달하기 전에 정충이 다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미시에는 일차로 암컷의 산성화된 질을 중화시키기 위해 알카리성의 전립액을 사정하고 계속 결합상태에서 2차 사정에서 정충을 사정한 후 다시 3차 사정에서 먼저 들어간 정충을 밀어 자궁내로 들어가게 하기때문에 30분 가까이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또한 폐결핵이나 기관지 질병 또는 병후 회복에 개고기가 좋다는 말도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결핵이나 기관지 질병. 간염·황달·신장질병 등을 앓거나 수술 후에는 안정하고 고영양을 섭취하면 병이 호전된다. 예전에는 고기를 먹을 기회가 적었으므로 개고기를 먹고 병후 회복에 효험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값싼 약도 많고 고칼로리의 육류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개고기에 집착할 이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식용화 하자는 주장은 허구적 논리에 수긍하는 결과이며 무지한 발상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옛 중국의 고대국가인 상나라와 진나라에서는 개고기를 식품으로 애용했다지만 우리 나라 문헌에는 궁중요리나 전통음식으로 인정했다는 글이 없다. 다만 서민층에서 가끔 식용했고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재로 사용했다지만 이를 전통음식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오장을 편하게 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왕성하게 하며 특히 황구 수컷이 제일 좋다고 나와있다.

또한 개고기만이 아니라 음경·쓸개·뼈·흰개의 배설물·갓난 강아지. 심지어 정액까지도 약으로 꼽았다. 왕실의 주치의로서 양평군으로 봉해졌던 허준의 개 처방이 백성 사이에 널리 파급되어 그만 개고기가 정력제라고 알려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옛적에도 개를 잡을려면 멀리 외딴 곳으로 피해갔던 사실로 개고기가 떳떳한 식품이 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외국에서는 왜 식품인데도 시비와 간섭을 일삼겠는가. 세계는 한지붕아래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라 우리의 의식도 세계인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이미 OECD 회원국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화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고립화를 자초하고 말 것이다. 만약 우리가 먹을 것이 없어 개고기를 먹겠다고 고집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스포츠 외교를 비롯하여 민간교류는 물론이고 무역이나 학술교류에서도 외톨이가 되어 국가 위상에도 큰 손실을 입을 것은 물론이다.

지금 이시각 해외 각지에서 우리의 국익과 국력신장에 동참하고 있는 외국체류 교민이 천오백만명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게다가 국내적으로도 자라나는 어린이의 90%이상이 개를 사랑하고 개고기를 즐기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세계인이 되고자 영어를 배우고 영어권 문화를 익히며 자라는 어린이들 앞에서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한다면 어떤 정신적 충격이 나타나겠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입법을 추진하고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녀를 상대로 의견을 들어보고 집에서 기르는 개를 육류 몇㎏짜리 가축으로 분류해서 그 반응을 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말도 함정이 있을 수 있다. 개를 집단사육하는 사람들이 위생적으로 사육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전염성 질병에 노출된 집단사육에서 항생제의 오남용을 쉽게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돼지고기도 다이옥신 파문이 있었고 쇠고기도 광우병 파동을 거쳤지만 전통적인 육류도 위생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육과정은 생각지 않고 도축환경만 개선하면 훌륭한 식품이 될 수 있다는 망상은 잘못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고기집에 가서 한우와 수입쇠고기와 젖소고기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모르고 소비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애견과 식용견을 누가 어떻게 판별해 주겠는가. 식용견의 정의는 어떻게 규정하고 누가 이를 준수하리라고 믿을 수 있는가.

보신탕 애호가들은 황구를 가장 즐긴다고 듣고 있다. 그런데 천연기념물인 진돗개가 황구의 대표 견이다. 그렇다면 개고기 식용화 주장에 천연기념물인 진돗개와 삽살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애견 전문 사육장의 도난사건이 사회문제화 되어 있는 시점이다. 도난 당하는 개의 90%가 진돗개와 세퍼트 그리고 애완견이다.

게다가 서해안을 통해서는 비위생적인 개고기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때 개고기의 유통과 판매를 합법화한다면 이는 개 절도와 밀수를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 말것이다. 아울러 식용견의 범위나 기준과 상관없이 모든 개가 식용으로 확대되고 말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자연보호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개고기 식용화보다는 애완견을 비롯한 동물애호사상을 발전시키면 수출도 할 수 있고 세계화에도 진전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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