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MBC-TV ‘PD수첩’

멈추지 않는 양심의 소리

글 / 朴柱姸 (박주연 시티라이프 기자)

시사고발 9년여 인기축적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흔히 사회고발 프로그램이라고 불린다. ‘시사고발’이나 ‘사회고발’이란 말이 의미하듯 이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사회 속의 부정 부패, 불의와 비행, 비리 등을 추적하고 폭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안 및 대안제시까지 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지난 95년 6월 방송위원회가 실시한 시청자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4명의 시청자 가운데 3명이 매주 2편 이상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의 이같은 높은 호응도는 곧 각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MBC-TV의 ‘PD수첩’’시사매거진 2580’과 KBS-TV의 ‘목요 리포트’ ‘추적 60분’, SBS-TV의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사건과 사람들’ 등 각 방송사마다 2∼3개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이 중 시사고발 프로그램 시대를 연 선봉장은 단연 MBC-TV의 ‘PD수첩’이다. 노태우 정권 때인 지난 90년 5월 ‘피코 아줌마 열받았다’편으로 첫 방송된 이래 9년여 동안 법, 제도를 비롯한 여러 방면의 숱한 모순 및 비리와 맞서 싸웠다. 소외계층을 대변하고 사회의 병리현상을 고발하며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곳곳에 배어있다.

‘PD수첩’은 사건이나 현장의 문제 핵심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끈질긴 추적과 심층 보도를 통해 사회의 비리와 부패의 볼거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흔히 ‘PD수첩’을 가리켜 ‘우리사회의 파수꾼’ ‘멈추지 않는 양심의 소리’ 라고 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8월 24일 375회를 방영한 ‘PD수첩’이 그동안 카메라에 담은 아이템만 해도 5백여종에 달한다.

외압과 신변위협 속 제작

프로그램 성격상 취재와 방영이 순조로울 리 없다. 외압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정치·경제 안보분야에 대한 고발이 소홀한 데에는 정치와 경제 안보분야의 외압이 강한 탓도 있다는 게 제작진의 솔직한 고백이다.

출범 첫해에 우루과이라운드 문제를 다룬 ‘농촌은 뿌리, 도시는 꽃-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은 방송여부를 놓고 회사 경영진과 노조 및 제작진의 마찰이 빚어져 당시 안성일 노조위원장, 김평호 노조 사무국장이 해고되고, 제작진 모두가 다른 팀으로 전출됐다.

제작진이 신변에 위협을 당하거나 심지어 방송국이 시위대에 의해 점령당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이비종교 등 목소리 큰 단체의 부조리를 고발했을 때 이같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실례가 금년 5월 이단파문이 일었던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비리와 추문을 보도한 ‘목자님 목자님 우리 목자님’ 편이다. 원래 방영예정일이었던 5월 11일 TV에 타이틀이 뜨자마자 만민 중앙교회 신도들이 문화방송 주조정실을 점령, 방송이 정지되는 사건이 일어나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하루 뒤인 5월 12일 방송됐으나 시위대의 방송저지와 관련해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취재중 프로듀서가 폭력이나 감금을 당하고 가족들이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협박에 못 이겨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의 방영이 외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적은 없다.

갤럽조사 영향력 78.2%

‘PD수첩’의 진가는 일회성 폭로에서 벗어나 한 번 다룬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후속보도를 통해 해결 또는 개선실태를 다시 다루는 태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95년 소쩍새 마을에서 가짜 승려 일력의 사기행각을 세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밝혀냈으며 지난해에는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한 부랑자 수용시설의 비리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 파헤쳐 결국 부랑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해온 이사장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태완이의 증언’을 7월 6일 첫방송한 이후 목격자가 나타나자 두 번째 방송을 내보냈고 잇따라 경찰서에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한 사람이 나타나자 그를 추적하는 세 번째 방송을 했다.

‘PD수첩’은 또한 매년 송년특집으로 그해 방송된 내용들의 문제점 해결실태를 추적 보도하고 있다.

‘PD수첩’이 사회적으로 일으키는 반향은 상당히 크다. 최근만 해도 80년 5월 광주항쟁때 외국 카메라에 찍혔던 시민군들의 오늘의 모습을 담아 높은 관심을 끌어냈고 6월 ‘신라이따이안 방울이를 아십니까’ 편에서는 한국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제시해 주목받았다.

이밖에도 ‘조총련의 오늘’(95.8), ‘금정굴의 넋’(95.10), ‘문민시대의 군과 쿠데타’(95.2), ‘점술가가 판친다’(96.1), ‘한국 사기꾼에 무너지는 조선족 사회’(96.11), ‘굶주린 북녘, 두만강 접경지대를 가다’(97.4), ‘학교폭력, 비상구가 없다’(97.7), ‘훈할머니의 진실’(97.7), ‘세계의 아동 성 착취, 그 현장을 가다’(97.7), ‘추악한 범죄, 그날 이후’(97.8) 등은 사회적 반향이 컸던 프로그램이다.

‘PD수첩’의 사회적 영향력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97년말 300회 기념으로 제작진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향력을 미친다’가 78.2%로 나타나 프로그램이 해당 문제를 시정하거나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PD수첩’의 이같은 성과만큼이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92년 제 4회 PD상 교양부문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래 백상예술대상 작품상(94), 한국언론학회 대상(95), 제 8회 PD상 올해의 프로듀서상(96), YW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환경, 평화 부문 대상, 여성 부문 으뜸상(96), 방송대상 TV교양부문 우수작품상(97), 서울언론인클럽 14회 언론상(98), 한국기자협회 특별상(98) 등을 받았다.

종횡무진 독립군 PD 진용

‘PD수첩’은 팀장인 이주갑 차장을 중심으로 백종문 PD, 박상일 PD 등 취재 PD 8명과 메인작가 3명, 보조작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재는 한 달에 한 편씩 2인 1조로 이루어지며 방송 준비기간은 보통 아이템 결정부터 방송까지 3주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아이템 성격에 따라 오랫동안 기획해야 하는 것은 5∼6주가 걸리기도 한다.

‘PD수첩’ 제작진은 자칭 ‘독립군’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다.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나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댄다는 측면과 신문기자와는 달리 출입처 없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취재·방송한다는 측면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박상일 PD는 “근래에는 소송 등 법률적인 문제가 PD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취재 대상자가 방송이 나가면 명예가 훼손되거나 진실이 왜곡된다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등을 해 받아들여질 경우다. 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나오면 아무리 ‘PD수첩’이 진실을 파헤쳤다고 해도 방송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어떤 여건 하에서도 ‘PD수첩’이 제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백종문 PD는 “‘PD수첩’으로 인해 사회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나은 사회,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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