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호]

미국의 정치자금

투명성을 배우자

글 / 李淸洙 (이청수 순천향대학교 교수·전 KBS워싱턴 총국장)

현금이라는 친구

“이 세상에 가장 믿을 친구는 오래된 아내와 충직한 개 그리고 현금뿐이다.” -벤자민 프랭크린-

이 세 친구가운데 앞의 둘은 흔히 가질 수 있지만 마지막 현금이 언제나 문제이다. 특히 정치에서는 동서고금, 선후진국, 민주, 비민주국가를 따질 것 없이 현금이라는 친구를 얼마나 많이 갖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나다시피 하고 있다.

민주정치를 가장 잘 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정치자금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모금과정이나 사용에 있어서 편법성과 탈법성, 부당성이 자주 나타나고 명백한 불법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07년부터 기업이 연방선거에서 정치자금을 직접 후보에게 내는 것은 불법으로 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후원회와 비슷하면서도 성격은 상당히 다른 정치활동위원회(PAC: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통해 후보에게 간접 헌금하는 것은 합법으로 돼 있다.

이른바 “딱딱한 돈” 하드 머니(Hard Money)라는 이름의 합법적인 정치자금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기업이 이른바 “부드러운 돈” 소프트 머니(Soft Money)라는 이름의 헌금을 후보가 아니라 당에 직접 내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이 돈은 액수나 회수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 이 돈이 후보 직접 지지가 아니라 정책 지지광고 등에만 쓰이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난 96년 미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 소프트 머니가 한 해 동안 공화당에 흘러들어 간 것이 2천2백만달러, 민주당에 들어 간 것이 2천1백만달러나 된다.

또 노조가 연방선거 후보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지난 1943년부터 불법으로 돼 있다. 그러나 미 전국노조(AFL-CIO)는 96년 선거에서 특정 선거구들의 공화당 후보들을 비난하는 TV광고를 하는 데만 2천2백만달러를 썼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광고를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합법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불법자금은 즉각 반환

민주, 공화 양대 정당은 96년 대통령선거에서 똑 같이 6천2백만 달러씩의 연방지원금을 각각 받았기 때문에 법정선거자금 하드 머니의 모금과 사용한도를 엄격하게 준수했다.

그러나 법정한도에 구애받지 않는 자금 소프트 머니와 개인이나 단체의독자적인 지지광고비 등을 합치면 법정선거제한비용액과 맞먹을 정도다.

그렇다면 법정선거자금의 제한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됐다. 더욱이 미국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불법으로 돼 있다.

그런데도 96년 선거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한 인도네시아 재벌부부로부터 45만달러, 한국계의 청암 아메리카사로부터 25만달러 등 모두 76만2천달러의 헌금을 받은 것으로 언론에 폭로됐다.

미국인의 이름으로 받았기 때문에 괜찮은 것으로 간주하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공화당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두 당은 착오였다 면서 즉각 반환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국회의원선거의 경우는 선거자금 모금방식에는 각 종 제한을 받지만 전체 모금액수나 사용액에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국회의원후보는 연방선거자금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정헌법 제 1조에 따른 자기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 선거자금개혁운동에서 가장 권위 있는 NGO인 공동선(Common Cause)추진위원회의 프레드 워트하이머 전회장은 이러한 96년선거를 혹평하고 있다.

“지난 72년 닉슨 대통령 선거운동 때 불법헌금이 성행한 것보다 더 나쁜 선거”라는 것이다. “워터게이트사건이후 새 선거법이 시행됐지만 그것은 법전 속의 것일 뿐 실제는 <정글의 법칙>(Rule of Jungle)이 지배했다.”고 까지 한다.

법정선거자금-하드 머니

미 대통령 선거자금은 74년 개혁 당시 기준으로 한 후보당 3천6백20만달러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돼 있다. 이 제한액은 매 선거때마다 물가 상승률 등이 적용되어서 92년 선거에서는 9천9백30만달러로 늘어났고 96년에는 1억2천만달러 수준으로 됐다.

내년 2천년 선거에서는 1억5천만달러 수준이 될 것이다. 이 제한액은 연방지원금을 받는 대통령 후보에만 해당된다. 이 지원금을 받지 않는 후보는 그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반면 연방선거자금의 단위 헌금 한도액은 74년 이후 그대로이다. 74년은 워터게이트사건의 뒤처리로 선거개혁입법을 한 해이다.

개인이 한 선거에 한 후보에게 할 수 있는 후원금은 1천달러로 제한된다. 당 전국위원회에 할 수 있는 것은 한해 2만달러,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한해 5천달러로 제한돼 있다. 이 모두를 합쳐서는 개인이 2만5천달러를 넘지 못한다.

정치활동위원회가 한 선거에서 한 후보나 다른 PAC에 제공할 수 있는 액수는 각 각 5천달러, 각 당 전국위원회에 할 수 있는 것은 1만5천달러로 제한된다.

그러나 몇 후보, 몇 PAC, 몇 정당에 하등 제한이 없다. PAC는 정치자금을 모금해서 선거직 후보나 정당 또는 다른 PAC에 분배해주는 단체를 말한다.

노조와 같은 이익단체, 의사협회와 같은 직능단체에서 구성해서 그 단체의 이익에 도움이 됐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모금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선거 운동 자금법은 기업이나 노조등이 후보에게 직접 정치 자금을 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PAC 자금은 소프트 머니와 함께 대부분 기업이나 단체의 돈이라는 데에서는 같으나 단위 모금액과 사용에 제한이 있다.

소프트 머니는 후보지지 표현을 직접 하지 않는한 그런 제한이 없다는데 차이가 있다. 하드 머니는 소액 다수 원칙으로 돼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연방지원금이 나가는 대신 사용한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연방지원금의 지급은 예비선거와 후보지명 전당대회 그리고 본선거의 3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예비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든 최소한 20개 주에서 각 주 한사람당 250달러 이하의 헌금으로 5천 달러씩 모두 10만달러 이상을 모금하면 연방지원금(Matching Fund:상응 자금)을 보조 받을 수 있다. 이 지원금은 250달러 이하 헌금의 총액에 상응하는 액만큼만 나가되 예비선거자금 지출한도의 1/2 범위내로 제한된다.

둘째, 후보지명 전당대회 때의 연방지원금이다. 이것은 74년 4백만달러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96년에는 공화, 민주 양대 정당에 1천2백36만 달러씩 균등하게 지원 됐다.

셋째, 본 선거에서의 연방지원금이다. 96년에는 그전 선거에서 25% 이상 득표한 공화, 민주 양대 정당에 6천1백82만달러씩 지원 됐다. 제 3당이나 무소속 후보도 그전 선거에서 5% 이상 득표를 했을 경우 양대 정당의 득표비율과 비교해서 그 비율만큼 지원받을 수 있다.

개혁당의 로스 페로 후보는 92년 무소속으로 19%의 득표를 했다. 때문에 96년 선거에서 2천9백6만 달러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소프트 머니라는 돈 폭탄

미국의 선거운동자금 제도의 가장 큰 맹점(Loophole)은 물론 소프트 머니란 돈 폭탄이다. 지난 78년 연방선거위원회가 허용한 것이다. 소프트 머니는 후보가 아니라 당전국위원회나 주당 또는 지방 당위원회에 헌금하는 것이다.

헌금자가 미국적의 시민이나 법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액수에도 제한이 없다. 사용도 특정 연방후보에 대한 지지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정책지지 등을 하는 한 제한이 없고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자금 사용한도에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 95, 96년 대통령선거기에 공화당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모두 2억 6천 4백 40만 달러이다.

이 가운데 Hard Money가 64.3%, Soft Money가 35.7%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총모금액 2억1천6십만 달러 가운데 Hard Money가 57.7% Soft Money가 42.3%로 돼 있다.

소프트 머니는 당의 모금파티등을 통하거나 개별적인 헌금으로 조성된다. 민주당은 96년 선거 때 큰 소프트 머니 헌금 예정자를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청하도록 해서 만찬이나 커피 타임을 갖게 했다. 거액 헌금 예정자는 백악관 링컨실 등에 부부가 함께 묶게 했다. 이 문제가 언론에 폭로되자 백악관이라는 연방정부 시설이 한 당의 선거헌금운동에 이용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72년 선거때는 닉슨이 노골적으로 대사직을 약속하고 10만 달러씩을 거둔 적도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이 95, 96년 선거 기간 중 조성한 소프트 머니의 헌금 기업중 필립 모리스나 AT&T같은 큰 기업들은 액수의 차이는 있어도 양쪽에 다 헌금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 소프트 머니는 연방 선거위원회에 보고해서 공개할 의무는 없으나 공개하지 않고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사실대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올 99년 상반기 동안 공화당에 소프트 머니를 헌금한 5대 기업을 순서대로 보면 AT & T(52만7천달러), 아메리칸 파이낸셜 그룹(50만달러), 필립 모리스(37만8천달러), UPS(36만3천달러), 코자얀 경영 회사 (30만달러)로 되어 있다.

민주당의 5대 소프트 머니 헌금기업은 미 통신노동자회 (52만5천달러), 미 지방 근로자 연합(46만달러), 월터 쇼렌스타인(31만5천달러), 윌리엄스 베일리 법률회사 (31만5천달러), AT&T(30만5천달러)로 돼있다.

올해도 액수는 다르지만 양대 정당에 이중으로 소프트 머니를 제공한 기업이 많다. 15위까지 보더라도 미국기업들은 역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

미 국회의원 선거자금

미국의 상하 의원선거에서의 자금은 대통령선거 때와 같이 일반 모금의 단위 액수에만 제한이 있을 뿐 모금 총액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 후보 개인이 자기돈을 얼마를 쓰든 제한이 없다.

98년 중간선거 자금 사용보고는 아직 전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96년선거 때를 보면 상하 의원 후보 2천6백 5명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모두 7억9천50만달러이다. 지출은 7억6천5백만 달러이다. 이 자금은 일반개인 모금이 58%, 정치활동위원회 제공이 25%, 중앙당 지원이 17%로 돼 있다. 예비선거에서 탈락한 양당 후보 954명분을 뺀 1천6백51명의 평균 선거자금 지출액은 하원 후보가 43만달러, 상원 후보가 4백4만달러 정도 된다. 우리 돈으로는 하원이 5억원, 상원이 48억원 정도이다.

하원의원 선거와 비슷한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할 때 우리는 한 후보당 최소 10억원을 쓴다고 해도 절대액에서 미국의 2배나 된다. 우리 선거구의 크기(평균 20만 명)가 미국 선거구 (평균 60만명)의 1/3밖에 안되고 1인당 국민소득도 1/3밖에 안되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미국보다 약 18배나 많이 쓰는 셈이 된다.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후보(조지아주 6선거구)는 5백57만 달러(70억원)라는 최고 선거비용을 쓰고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헨리 곤잘레스 후보(텍사스 주 제 20선거구)는 8만6천달러(약 1억원)라는 최소 선거 비용(당선자 중)으로 당선되기도 됐다.

한국계의 공화당 소속 김창준 후보는 캘리포니아 (41선거구)에서 57만9천달러 (약 7억)를 쓰고 당선됐으나 선거자금 모금의 불법성이 드러나 4선까지 가지 못했다. 그 불법성이란 것이 자기 회사돈을 선거자금에 무단 투입하고 사실상의 외국 기업으로부터 헌금을 받았다는 정도였지만 결코 용납되지 않은 것이다.

선거운동법 개혁 전망

미국의 96년 선거 운동 막바지에서 소프트 머니와 그 모금 과정이 문제가 됨에 따라 선거자금법 개혁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헌금에 백악관 시설을 사실상 이용한 클린턴 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97년도 연두교서에서부터 선거운동법 개혁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현재까지 검토돼온 선거자금 개혁안은 다음 다섯까지로 분류되고 있다.

첫째, 상원의 메케인-페인골드 법안이다. 소프트 머니의 헌금을 금지하고 의회 선거의 경우 무제한으로 돼 있는 선거자금 사용한도를 자발적으로 제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올 10월에 들어와서야 상원 심의에 회부됐으나 필리버스터에 부딪쳐 있다. 현역 의원들의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원에서는 이와 비슷한 셰이스-미한 선거자금 개혁 법안이 이미 통과됐으나 상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입법화가 불가능해 진다.

둘째, 의회선거의 자금사용 제한이 버클리 대 발리오 사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위헌이라면 수정헌법 1조 자체를 개정해서 제한하도록 하자는 안이 나와 있다. 그러나 헌법개정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셋째, 의회선거 후보에게도 연방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선거자금 사용한도를 지키도록 하자는 안도 있으나 현역의원 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

넷째, 후보들이 TV와 라디오를 이용할 때 무료 또는 대폭 싼 비용으로 할 수 있게 해서 선거운동 비용자체를 줄이도록 하자는 안이 나와 있으나 광고 수익과 관련한 방송계의 반발로 무산되고 있다.

다섯째, 선거자금에 관한 모든 제한을 모두 풀어 버리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도록하자는 방안이 있다. 완벽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좋지만 제한을 풀어 버리는 것을 반개혁적이라해서 반대가 너무 많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말을 맞아 선거자금법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로 입장이 바뀌었다. 또 무엇보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 특히 상원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개혁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여야를 떠난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유지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정치 자금 문제를 가장 잘 추적보도해 오고 있는 드와이트 모리스 같은 언론인은 그 전망이 빙점 이하(Below Zero)라고 단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비자금은 없는 100% 투명

미국이 현재 민주정치의 모범 국가로 돼 있지만 선거운동자금 제도와 관행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는 오히려 장점이 많아 보인다.

첫째, 선거자금의 모금과 사용의 투명성이 미국에서는 사실상 확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 머니의 경우 보고와 공개의 법적 의무는 없지만 그 보고와 공개를 잘 않거나 감추면 정직하지 못한 정당 또는 후보라 해서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투명성이 없는데다 잘 감추기만 하면 된다는 타성에 젖어 있다.

둘째, 미국 선거가 헌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선거운동의 법정 선거 자금에서 연방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5% 정도로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양대 정당에 대해서는 그 지원금이 꼭 같다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도 국가 지원비율을 균형있게 높임으로써 불법자금 모금 폐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당으로 들어오는 대기업이나 돈 많은 사람들의 헌금- 소프트 머니-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받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선거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 비자금이 법정 선거자금보다 몇 배로 많은 우리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넷째, 한 당의 대통령 선거자금 규모가 많아야 2억 5∼6천만 달러이며 우리나라 돈으로 3천억이 못된다. 미국이 우리보다 인구가 6배가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배나 되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 18분의 1인 160억원 정도만 써야 미국 수준이라는 계산이 된다. 우리의 여야 각당이 300억원 안팎을 썼다는 보고를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두배 정도를 쓴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소한 미국의 10배(비례가치)는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문제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숫자적 표현이다.

다섯째,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도 선거구 크기와 소득차 등을 고려할 때 미국(하원 5억원)의 9분의 1인 5천6백만원 정도만 써야 맞다. 우리는 법정비용 한도(약 1억원)부터 그 2배가까이 된다. 우리의 실제사용액이 10억원이라고 할 때 미국의 20배를 쓰는 셈이다. 우리의 문제는 미국의 20배라는 상징적 표현이다.

여섯째, 우리도 미국과 같은 정치 자금 제도를 채택하면 그만큼 나아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볼 수 도 있다. 그러나 미국보다 엄격한 법도 지키지 않는 우리가 무제한의 소프트 머니 모금과 사용을 허용할 때 어떻게 되겠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여야에 균형 있게 정치자금이 들어 간다는 보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일곱째, 미국이 선거자금법 개혁운동의 결실을 당장 보고 있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 장단점과 방향은 다 밝혀졌다. 그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살리는 과감한 개혁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선거망국이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민 스스로가 먼저 달라져서 돈 선거를 거부할 때만 가능하다. 정치권의 변화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

여덟째, 새 천년의 정보시대에는 언론이 정치를 주도하는 미디어크러시(Mediacracy)시대에서 복합미디어(Multi-Media)가 주도하는 사이버크러시(Cybercracy)시대로 전환된다. 이 시대에는 우리가 가상공간에서 직접 만나 정치와 선거를 하게된다.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가 가능해 진다. 사이버크러시에 맞는 정치개혁과 자금제도 개혁이 이뤄져 나가야 한다.

아홉째, 사이버크러시 시대가 무르익으면 디지털크러시(Digitalcracy)시대가 온다. 디지털크러시는 정치를 간접민주정치에서 직접민주정치로 바꾸는 시대를 만든다. 이때는 국회의 무용론이나 대폭축소론 또는 권능 변경론 등이 현실화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정설로 돼 있다. 디지털크러시에 맞는 정치와 선거와 정당 그리고 자금 등의 종합적 개혁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열째, 마지막 결론은 하나다. 어떤 단계의 정치이든 정치와 선거자금에서 어두운 <정글의 법칙>이 사라지고 맑은 <크리스탈의 법칙>(Rule of Crystal)이 지배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100%의 투명성을 생명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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