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호]

게임기도 첨단산업이다

6개단체, 게임산업발전 모임 결성

2만명 서명 받아 특소세폐지진정

글 / 李漢城(이한성) 전문위원

건전한 오락기에 특소세 물려

청소년용 게임기구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최근 게임 기구관련 6개단체가 게임기구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관련산업 육성차원에서나 세수확보에 오히려 저해요인이 된다며 이의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게임기산업협회를 비롯 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첨단게임산업협회 컴퓨터유기기구유통협의회 영상오락물제작자협회 게임개발협회 등 6개 관련 단체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특별소비세 폐지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이들 단체들은 “컴퓨터 게임산업은 문화산업 중에서도 가장 큰 잠재력과 고부가가치를 지닌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제, “고율의 특별소비세 부과는 육성보다는 규제 일변도의 낡은 정책”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더구나 이들 공동대책기구는 산하업체 대표 2만명으로부터 특소세 부당성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문화관광부, 재경부 등 관련부처에 건의문을 제출해 놓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여야 관련 국회의원을 상대로 법개정 작업을 위해 활발한 접촉도 벌이고 있다. 이미 관련부처로부터는 긍정적인 해답을 받은 상태이나 국회의 법개정작업이 아직 불투명해 이들 업체의 요구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청소년이 42%의 고율세 부담

게임용 오락기구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30%. 여기에 교육세(특소세의 30%)와 농어촌 특별세(특소세의 10%)가 추가로 부과돼 결국 게임용 오락기구의 세율은 42%나 된다. 물론 일부 성인용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실수요자가 청소년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 고율의 세금은 이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투전이나 사행기구가 아닌 단순한 오락용 게임기에 아무런 소득이 없는 청소년들이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오락용 게임기에 특소세 부과는 건전한 놀이문화 장려책에 역행하고 국내 오락기 산업의 육성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특별소비세가 부가가치세와 함께 도입된 것은 지난 77년 7월.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고 당시 제한된 세원에서 세수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국내 전반적인 산업여건이 취약했던 상황이어서 사치품에 대한 소비억제, 수입대체, 국내 산업육성, 경기 안정화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세제로 평가되었다. 또 상당한 효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의 산업여건이나 국민경제의 판도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노동집약형 산업구조는 자동화 및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 위주로 바뀌고 있고, 70년대만 해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고급상품들이 국내생산으로 대체되었다. 또한 국민소득수준도 1만달러를 육박해 개인의 소비패턴도 크게 상향돼 있는 실정이다.

과거 고가품으로 여겼던 제품은 90년대 들면서 단순 소비재로 인식되고 있음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특소세법 도입 당시의 근본취지나 부가적인 기대 효과는 이미 퇴색한지 오래다. 오히려 국내 산업발전의 장애가 되고 저소득층에게 불필요한 세금 부담만 안겨주는 세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육성지원해야 할 첨단산업

특소세 도입당시 게임관련기구는 1백% 수입에 의존했을 뿐 아니라 인식도 사행심을 조장하는 투전기구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95%이상이 국내생산으로 대체됐고 상당량이 해외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관련업체는 제작사 3백여개를 비롯, 개발업체 부품회사와 하청업체, 유통업체, 게임방 등 무려 3만5천여 업체나 된다.

시장규모만도 약 6천2백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제품자체도 일부 성인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청소년 오락용 게임기구다. 이렇다할 놀이문화가 없는 청소년에게 건전한 놀이마당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돈 놓고 돈 먹는’ 투전기나 사행용 오락기구와 똑같이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전자오락기 산업이 생소하고 슬러트머신이나 빠징고 등 주로 호텔의 카지노 등에서 볼 수 있는 사행성 투전기를 전자오락기로 취급했던 70년대의 기준으로 오락용 게임기를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또 게임기 산업이 첨단지식산업이며 고부가가치산업임을 강조한다. 컴퓨터가 일상화된지 오래이고 나라마다 컴퓨터 관련산업으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컴퓨터 게임산업은 문화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큰 시장 잠재력과 고부가가치를 지닌 첨단산업으로 정부에서 적극적인 육성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고율의 특소세부과로 규제일변도의 구태의연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 게임기의 경우 특소세 과세표준이 판매·관리·홍보비 등을 포함한 반출시점에서 적용되는 반면 수입제품은 통관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국산품이 수입품보다 가격이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국산품장려책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소세가 오히려 탈세 조장

지난해 게임기 관련 특소세 수입은 5억원. 연간 국내 시장규모가 6천2백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세수규모는 이해가 안가는 수준이다. 특소세 세율대로라면 2천6백여억원이 세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된 것일까. 대부분 탈루로 인한 뒷거래가 성행됐다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세수확보를 위한 특별소비세가 오락용 게임기에 관한한 오히려 세수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특소세는 전자오락기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업체를 범법자로 만들고 이를 묵인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기업계는 “세수확보를 고집하기 위해 특소세를 존속시킨다면 종사자를 모두 탈세자로 만들뿐 아니라 음성거래를 양성화 시켜 육성시켜야 할 첨단오락기 산업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업계의 요구대로 특소세를 폐지하고 부가가치세를 적용할 경우 적어도 6백20억원의 세수는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고세율로 인해 제품가격이 높아지자 무허가 불법제작된 기구의 저가뒷거래가 성행되고 있고 합법적인 제품 조차도 매출누락 세금계산서 발행기피 등 변칙거래로 연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이 바뀌면 제도도 고쳐야

과거 게임기 관련법규는 공중위생법상 업소용 전자유기구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상 가정용 게임기로 양분돼 있었다. 그러나 현정부 출범이후 게임산업 육성 방안의 일환으로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어 업소용과 가정용 게임기구를 통합관리하게 됐다.

새 법에 따르면 업소용과 가정용을 가리지 않고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등급판정을 받은 제품은 모두 게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유독 세제만은 과거와 같이 업소용 게임기구는 특소세를 부과하고 가정용은 부가세를 적용하는 이원화된 세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변화에 따라 제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깊이 인식했음에도 세수와 관련된 세제의 변화에는 인색했다는 결론이다. 제도는 육성지원을 외치면서도 세수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 존속 조치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기구를 분류, 별도의 세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미 일상화 된 컴퓨터는 특소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기구는 특소세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과세의 형평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기구의 분류기준도 애매하다.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한 자료검색 뿐 아니라 각종 오락게임도 즐길 수 있는 만능 멀티미디어라는 점에서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 부과는 다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소세 폐지 사후관리가 문제

게임용 오락기에 특소세가 부과되고있는 법적근거는 특별소비세법 제1조 2항1호와 동법시행령 1조 1종의 적용대상품목이다. 업계는 모법에 명시돼있는 대상품목에서 “컴퓨터 게임장용 오락기구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해 줄 것과 시행령에서 전자유기기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관련산업 발전으로 수입억제는 물론 수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조세정의 실현에 따른 과세의 현실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세불평등으로 인한 세제상 민원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그 이유로 싼값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시장이 확대되고 신제품개발이 활성화되어 일본 등 관련산업 선진국과 가격경쟁면에 앞선다는 것. 또 시중에 범람하는 무허가 불법제품이 근절되고 투명한 기업경영으로 인한 과세자료의 정상적인 포착으로 세수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가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는 업계의 자율적인 정화와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전제되야한다는 것도 업계나 정책당국이 명심해야 할 과제다.

일부 청소년 선도단체나 소비자 관련단체는 건전한 오락기가 값싸게 공급돼야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내용면에서 과연 건전한가?”라는 데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시중 게임장에 설치된 오락기의 내용 중 상당수가 폭력물로 일관돼 청소년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오락기 산업의 육성이나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세제 등 각종 규제는 완화돼야 하지만 업계의 자율적인 각성도 뒤따라야 한다는 견해다. 또 정부차원에서도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불건전한 내용이나 불법제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캡션 : 컴퓨터 오락기 업계는 첨단산업 육성 차원에서 특소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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