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호]

이동전화 가입자 2천만명 돌파

과당경쟁 구조조정 못하나

글 / 曺明煥 (조명환 대한매일 경제과학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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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급률 세계 6위

공안당국의 간첩 식별요령에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포함돼 있어 웃어넘긴 적이 있다. 휴대폰으로 불리는 이동전화가 이제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잡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이동전화 보급이 급속히 늘면서 ‘입달린 사람’은 다 휴대폰을 갖고 있을 정도라는게 한 서비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역으로 업계의 치열한 고객 부풀리기 경쟁의 현실을 대변한다.

지난 9월 중순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2,121만명으로 2,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이동전화서비스를 시작하던 84년의 가입자수 2,658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2,102만명 수준인 유선전화 가입자수마저 추월해버렸다.

1902년 시내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유선전화는 88년에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97년에야 겨우 2,0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이동전화는 보급률이 무려 44.7%로 핀란드(62%) 노르웨이(54.8%) 스웨덴(51.9%) 홍콩(47%) 아이슬랜드(46.4%)에 이어 세계 6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97년 PCS(개인휴대통신)3사가 시장에 진입한 뒤 본격화된 치열한 판촉전에서 비롯됐다.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이라는 이동전화의 어두운 단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줄곧 구조조정의 도마위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업종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재계의 일각에서는 꾸준히 이동통신 부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신규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입자의 통화품질 저하로 나타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아직도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 수그러들지는 않은 상태다.

단말기 보조금 1조 5천억원

핵심은 단말기 보조금. 업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사회적으로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초기 몇십만원씩 하던 휴대폰을 요즘은 거의 ‘공짜’로 손에 넣을 수 있는 탓에 요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고교생들까지 휴대폰을 구입해 문제가 되는 등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이동전화회사들은 신규 가입자 1인당 평균 26만7,405원씩의 단말기 구입비용을 대신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5개 업체를 통틀어 1조4,979억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무려 579만2,692명을 가입시켰다. ‘돈내고 돈먹기’식이다.

현재 정부는 2002년에 5월 월드컵 개막에 앞서 서비스를 시작할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사업자가 내년말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업계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업체가 가려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업체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망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이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와는 무관한 것이며 과당경쟁 때문에 통화품질이 낮아진다는 것도 기우(杞憂)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는 등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혜택을 받아 나쁠게 뭐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적자 늘리는 선후발사간 과당경쟁

시장 점유율에 따라 목소리는 더 세분된다. 선발사업자로 시장점유율이 41∼42%대인 SK텔레콤과 나머지 이동전화 4개사의 입장도 서로 다르다.

신세기통신과 PCS 3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물량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SK텔레콤의 판촉 물량공세로 지난 8월의 신규 가입자 가운데 60% 가량이 SK텔레콤에 흡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신세대용 새 브랜드 ‘TTL’에 3,000억원을 쏟아부은 점에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선발사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해 후발사업자를 지원하는 정부의 ‘비대칭적 경쟁정책’을 받아들여 SK텔레콤의 단말기 보조금을 4개사보다 7만원정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올 국회 국정감사가 막 시작된 9월말 단말기 보조금 인하를 10월부터 단행키로 합의한 뒤 SK텔레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다며 거절했다.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와 4개 경쟁사를 싸잡아 공격한다. 정부가 무더기로 PCS사를 허가한 것이 첫째 잘못이라는 것.

97년 PCS 3사의 진입을 허가하면서 각사당 가입자가 200만명이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한 점을 들어 가입자가 386만명인 한통프리텔 등 PCS 3사가 한결같이 적자투성이인 것은 바로 정부의 무더기 허가결정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잠깐 이동전화 회사들의 6월말 현재 재무구조를 보자. 자본금 416억원인 SK텔레콤이 부채비율 116%에 부채총액이 1조5,314억원으로 가장 건실하다. 나머지 회사의 부채비율을 보면 한통프리텔이 1,363%, 신세기통신 670%, 한솔PCS 405%이다. LG텔레콤은 226%다. 특히 한통프리텔의 자기자본 비율은 9.3%에 그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1조7,55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SK텔레콤이 1,37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신세기통신은 5,738억원의 매출액에 183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PCS 3사는 여전히 적자투성이다. 상반기 적자만 LG텔레콤 1,775억원, 한통프리텔 960억원, 한솔PCS 238억원이다.

요금 체납 신용불량자 1백만명

이전투구에 가까운 업계의 경쟁은 광고물량에서도 나타난다. IMF사태 와중에도 SK텔레콤은 지난해 805억원을 썼다. 이어 한통프리텔 502억원,LG텔레콤 461억원, 신세기통신 392억원, 한솔PCS 351억원 등 2,511억원을 뿌렸다. 경제여건이 다소 나아진 올 상반기에는 SK텔레콤 403억원, 한통프리텔 295억원, LG텔레콤 265억원, 신세기통신 212억원, 한솔PCS 193억원 등 모두 1,368억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광고액 비중이 SK텔레콤의 경우 2.3%선이지만 일부 업체는 최고 8.6%에 이르고 있다.

부작용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동전화 요금체납자는 지난해 70만9,161명에서 올 상반기 99만2,921명으로 늘었다. 체납액도 지난해 1,453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만 1,980억원에 이른다. 재고처분을 노린 이동전화 생산업체들도 경쟁을 부추긴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은 재고물량의 ‘땡처리’를 위해 서비스회사들과 공동으로 ‘무료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부(國富)유출’도 심각하다. 정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맥슨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9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미국 퀄컴사에 지불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기술관련 로열티는 4억4,827만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2억6,334만4,000달러, LG정보통신 1억1,028만3,000달러, 현대전자 4,711만5,000달러 등이다.

정부대책은 사후 약방문식

이동전화업계의 과당경쟁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도 문제다. 정부의 대응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어서 효과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의 포화가 과다한 사업자 허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대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정책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다”면서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허가하지 않았으며 다음에 문제가 되는지 보자”는 무책임한 태도다.

정통부는 지난 3월 단말기 보조금을 15만원선으로 낮추는 대신 의무가입기간을 폐지하는 조치를 형식적으로는 업계 자율적인 결의를 통해 올 7월부터 실시키로 했으나 갑자기 3개월 앞당겨 4월부터 실시키로 해 업계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업계는 3월이 가기전에 ‘유령가입자’를 양산하는 밀어내기식의 가(假)개통 소동을 일으켰다. 이렇게 되자 공짜단말기를 구하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 다시 정통부에 항의를 했고 정부는 가입자 권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신세기통신이 강행해온 단말기의 할부판매도 가능하도록 플었다. 갈지(之)자 행정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앞으로 통신업계의 사활이 걸린 차세대 이동전화인 IMT-2000의 허가와 관련해 주파수 경매제 도입여부와 신규 사업자 수 등을 중심으로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중심잡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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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이동전화 가입자 및 보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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