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4대그룹 순익 사상 최대

구조조정성과 경영여건 호전 영향

삼성 6조 LG 3조 현대 2.5조 SK 1조원

글 / 李漢城(이한성) 전문위원

삼성은 전 계열사가 흑자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이 올해 조(兆)단위의 순익을 내는 등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그룹사상 처음으로 전 계열사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영업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이들 그룹의 올해 총 매출액은 지난해의 3백4조3천억원 보다 4.17%(12조7천억원) 증가한 3백17조원에 달했다. 또 흑자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별 순익은 삼성이 6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LG(3조2천억원), 현대(2조5천억원), SK(1조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의 순익 규모는 삼성자동차의 투자손실액 2천5백60억원과 미국 컴퓨터 판매법인 AST의 손실 보전분 8억 달러를 제외한 것이어서 삼성그룹의 실제 순익규모는 이보다 1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4대 그룹의 순익 규모가 13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며, 그룹별 순익이 일제히 조 단위로 뛰어오른 것 역시 사상 처음이다. 4대 그룹의 지난해 순익 규모는 삼성이 2천억원, SK가 1천억원의 흑자를 냈을 뿐 현대와 LG는 각각 3천7백44억원과 6천9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이들 4대 그룹은 이 같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12월초까지 주력 계열사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설비 및 연구개발(R&D)투자를 위한 내년도 경영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서 반도체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다.

반도체는 무엇보다 수출가격이 좋기 때문이다. 주력제품인 64메가 D램의 경우 지난 8월 개당 5달러이던 수출 가격이 그동안 오름세를 계속, 현재는 11∼12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업체인 삼성전자는 전체 수익의 2분의 1가량이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 등 호황산업이 흑자주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올해 세계 D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 부담이 그다지 많지 않아 순익이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5조원 가량 증가한 25조원, 순익은 4조7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2천억∼3천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지난 1월 LCD 부문을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이 10조3천억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4천5백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TFT-LCD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억 달러 어치의 TFT-LCD를 수출한 삼성전자는 올해 3배 가까이 증가한 21억 달러 가량의 매출실적을, LG는 20억 달러 이상을 각각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도 흑자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수와 수출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증가한 6조5백47억원의 매출을 기록, 상반기에만 1천1백2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연간 흑자규모를 당초의 3천억 원에서 4천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해 6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바 있는 기아자동차도 올해 1천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자동차는 연말까지 사상 최대치인 1백50만대 이상이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원유값이 급등하면서 석유화학 업계도 호황을 맞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5백36억원의 흑자를 낸 LG화학은 올해 창사이래 최대인 4조3천억 원의 매출에 4천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석유화학은 지난 95년 이후 처음으로 3백억원의 흑자가 예상되며 지난해 80억원의 적자를 낸 삼성종합화학도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SK(주)는 올해 매출 11조원, 순익 4천억원 가량을 전망하고 있다.

조선도 효자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액이 7조원으로 지난해의 3조8천4백억원보다 45% 가량 늘어났으며 순익도 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순익은 1천5백억원으로 지난해(4백56억원)보다 2백29%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금리,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 성과

올해 대기업들이 이처럼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보여진다. 첫 번째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을 들 수 있다. 4대그룹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IMF 이전보다 인원을 20∼30%나 감축했다. 삼성의 경우 인력감축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절감은 곧 순익 증가로 연결됐다. 삼성은 구조조정 이행률이 9월말 현재 1백11.7%로 이미 연간목표를 달성, '구조조정 모범생'이 됐다.

금리하락에 따른 금융부담 감소도 기업들의 흑자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의 경우 지난해는 평균 14.96%였으나 올 들어서는 8.9%로 6.06포인트나 낮아졌다. 이 정도 낮아지면 연간 10조원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밖에 정부의 부채비율 2백% 축소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별이익이 생긴 것도 흑자를 기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상 초유의 경제 환란이라는 IMF체제를 겪으면서도 우리 기업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이 이처럼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는 사실은 여간 흐믓하고, 반가우며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을 가지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솥밥을 같이 먹던 동료를 대거 거리로 내몰아 얻은 결과가 흑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증시 활황이나 자산매각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특별이익 발생으로 흑자를 가져온 점도 마음에 걸린다. 특별이익은 글자 그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흑자요인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특별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아스럽다.

금리하락이나 엔화가치의 상승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반사적 이익으로 얻은 흑자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들 요인들은 어는 순간에든 역풍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에 편중된 것도 문제다. 우리가 최근 2∼3년 동안 반도체에서 경험했듯이 수출환경이 나빠지면 이는 곧바로 기업실적 악화로 나타난다. 보다 다양한 수출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다고 기뻐하기에 앞서 일시적이고 외부 여건적이 아닌, 항구적 흑자대책이 무엇인지를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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