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월호]

최고(最古)물류 대한통운

또 한차례 매각운명

일제 시 조선 미곡창고81년의 원조

동아건설, 금호 거쳐 어디로 팔려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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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最古)의 역사와 전통의 종합물류기업 대한통운(大韓通運)이 또 한 차례 팔려갈 운명이다. 한국기업사의 평균수명을 고작 30여년으로 보면 대한통운은 일제시대인 1930년 설립 이래 올해로 81년에 이르는 장수기업으로 국영기업, 민영화를 거쳐 이집 저집으로 팔려 다니는 신세다.

올 경영전략 발표 후 매각방침

대한통운 이원태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풍부한 자산과 막강한 조직력으로 세계적인 자산형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에 산은금융그룹 민유성 회장은 상반기 중에 매각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니 CEO와 구성원들의 심정은 시한부 인생격이다.

대한통운은 탄탄한 영업기반과 오랜 경륜 및 풍부한 노하우로 팔려 다닐 회사가 아니었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하여 민영화된 후 M&A 능력이 뛰어난 그룹으로 몇 차례 개가했었지만 자신의 무능력보다 인수해간 그룹의 경영부실에 동반파산의 위기를 겪었을 뿐이다.

대한통운은 동아건설그룹 파산 후 법정관리 하에서도 흑자경영을 시현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중인 지난해에도 매출 21,600억 원, 영업이익 1,30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산은의 매각방침과 상관없이 매출 23,500억 원, 영업이익 1,574억 원을 목표로 흑자경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한통운이 주인을 잘 만나면 독립경영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합 물류기업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이번에 다시 매각될 운명을 회피할 수 없다면 장수기업의 DNA가 충만한 유력그룹으로 팔자를 고쳐 다시는 팔려가는 신세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포스코, 롯데, CJ 등 유력후보들

산은금융그룹 민유성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통운 지분매각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곧 주관사를 선정하고 4월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골라 M&A 협상을 거쳐 올 상반기 중에 매각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시장에는 대한통운 매각공고가 나기를 기대하는 유력그룹이 수두룩하니 산은으로서는 제값 이상을 받는 매각잔치를 누리고 인수그룹으로서는 국내외 물류시스템 네트워크를 통해 대단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포스코그룹 정준양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방침을 먼저 밝혔다. 포스코는 대우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에다 대한통운의 물류 네트워크를 추가하면 제철산업에 날개를 달게 된다. 세계적인 제철 회사들이 자체 물류회사를 통해 물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포스코는 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한통운 매각공고가 절호의 기회다.

롯데그룹과 CJ그룹도 M&A 투자여력에다 물류수요를 확보하여 오래전부터 인수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그동안 대형 M&A에 출전하려다 실패한 전력 때문인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포스코와 정면승부 방침을 공개했다. 또한 CJ그룹 역시 전력 면에서 포스코와 롯데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니 산은으로서는 어느 그룹이 인수하더라도 즐거운 게임으로 예측된다.

일제 시 조선 미곡창고의 뿌리

대한통운은 우리나라 창고 운송업의 원조로 자부할 수 있다. 단순한 보관운송을 넘어 포장, 무역, 건설, 부동산 등 전천후 물류기업에다 최중량물, 최고난도 운송기록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대표적인 종합물류기업이다.

전국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구축하고 있고 미국 일본 구라파 및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 현지법인, 합작법인 등을 가동하고 있으니 글로벌 물류 명문 반열에 속한다.

다만 대한통운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또다시 빅매치판에 끌려가는 신세냐는 탄식을 금할 수 없는 심정이 아닐까.

대한통운의 뿌리는 193011월에 설립된 조선 미곡창고이니 일본이 조선 쌀을 거의 수탈식으로 실어갈 때 보관 운송업무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방 뒤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하여 1950한국 미곡창고로 개칭했다가 1963년에 오늘의 대한통운으로 변신했으니 조선 미곡창고로부터 81, 대한통운 48년 사이다.

대한통운이 국영기업에서 주인을 바꾼 것은 19687월 민영화로 당시 한창 기세 좋게 뻗어나던 동아건설 그룹으로 넘어갔다가 M&A 경영이 탁월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팔려간 것이 두 차례의 불운이었다. 동아건설그룹 시절에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동참했다가 모그룹의 파산풍파를 겪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대우건설 인수과정의 풋백옵션의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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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파산 시 동반부실 올가미

동아건설은 대전 토박이 최준문(崔竣文) 회장이 토목 전문으로 한동안 현대건설과 같은 명문으로 성장했지만 미국 유학 다녀온 2세 최원석(崔元碩) 회장2011-03-18_173912.jpg 시대에 영광과 좌절의 큰 기복을 겪었다.

젊은 최 회장은 1970년대 중동 진출, 1980년대 미수교국 리비아 진출로 빅맨(Big man)이라 불렀지만 IMF 외환위기 때 분식회계와 불법사기대출 혐의로 압박을 받다가 경영권 포기선언으로 그룹의 해체를 맞았다.

동아건설 계열사로 편입됐던 대한통운은 198311월 동아건설 컨소시움 일원으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 지불보증 덫에 걸려 모기업과 동반부실로 부도, 파산운명을 맞았으니 청천벽력이었다. 비록 동아건설의 경영은 잘못됐지만 리비아 대수로 1단계 33억 달러, 2단계 55억 달러 공사는 우리나라 해외건설사의 획기적인 기록으로 최원석 회장의 공적은 지워질 수 없다.

또 대한통운이 법정관리로 생사여부가 불투명할 때 법정관리인 곽영욱(郭永旭) 사장의 독립경영선언도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곽 사장은 노사화합을 통해 최고수준의 고통분담으로 당기흑자를 시현하고 리비아 리스크를 극복해냈으니 오늘의 대한통운이 있기까지의 유공자로 꼽힌다.

이 곽 사장이 바로 한명숙 전 총리에게 골프채 선물하고 제주 골프 빌리지 무상으로 빌려주고 인사로비를 위해 5만 달러 뇌물혐의로 재판받고 있는2011-03-18_174137.jpg 양반이니 대한통운으로서도 유쾌하지 못하다. 곽 사장은 대한통운 경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고 퇴임했으면 좋은 것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되고자 로비하다 실패하여 한전 자회사 사장을 지냈지만 결과적으로 과욕이었던 셈이다.

법정관리 하에 리비아 리스크 극복의 투지

대한통운이 법정관리 하에 동아 컨소시움 지불보증 올가미를 벗어난 처절한 투쟁사는 높이 평가돼야만 한다. 당시 곽 사장과 임원들은 리비아 대수로청 관계자 등 인맥을 동원하고 법원과 외교부 당국의 협력을 얻어 리비아 리스크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아건설의 파산 여파는 한·리비아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됐었다. 리비아 정부가 무려 13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대한통운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비쳐졌다. 이때 리비아를 여러차례 방문한 대한통운 경영진은 1단계 공사의 하자보수 및 2단계 공사 지체 보상금 문제를 해결했고 리비아 정부의 손해배상도 8천만 달러로 대폭 축소 조정한 법원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파란과 고비를 잘 넘긴 대한통운이 M&A 경영으로 제2의 창업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일원이 됐다가 다시 매각될 운명이니 너무 잔인한 형벌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제 대한통운은 포스코나 롯데, CJ 등 유력그룹으로 팔려나가게 되겠지만 어느 그룹이 인수하더라도 우리나라 물류의 원조로서 미래는 밝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원태 사장이 올해 경영방침으로 강조했다시피 2011-03-18_174243.jpg 자산형 물류기업으로 도약기회가 보인다. 더구나 대한통운 인들은 모기업과 연루된 부도, 청산위기 등을 몇 차례나 이겨낸 위기극복 전사로서 투지만만하니 M&A와 상관없이 꿋꿋하게 제 길을 걸어 대한민국 대표 물류기업으로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워크아웃 11년여 만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등이 모두 흑자경영으로 전환하고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로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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