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월호]

GM대우와 쌍용자동차

토종 한국브랜드 수난

신진에서 대우 거쳐 GM코리아로 복귀

하동환차 쌍용, 중국 거쳐 인도로 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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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 토종 브랜드의 팔자가 기구하다. 자동차 국산화 꿈의 상징이던 신진(新進)자동차가 GM대우로 갔다가 오는 3월이면 대우이름마저 소멸된다. 이보다 앞서 6·25 전쟁 중에 해머로 두들겨 만든 수제(手製)자동차로 출발한 하동환(河東煥)자동차는 대우, 쌍용, 중국 상하이차를 거쳐 인도 마힌드라(Mahindra) 그룹으로 팔려갔다.

쉐보레로 대한민국에 새 인사

글로벌시대에 GM대우에서 대우가 지워지고 쌍용차의 주인이 인도로 바꿨다고 반드시 큰 탈이 난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영이 현지화시대이니 주인이 바꿔도 이 땅에서 GM 쉐보레(종전 시보레에서 개칭)와 마힌드라 체어맨이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더구나 한국 자동차산업은 토종 현대차와 기아차가 세계 빅5로 올라섰으니 한국 차의 미래는 확보부동이라 믿는다.

다만 지난 60~70년대 국산차의 기대주로 국민의 애정2011-03-18_092803.jpg 을 듬뿍 받았던 김창원(金昌源) 사장의 신진자동차와 하동환 사장의 뿌리가 완전 소멸된다기에 토종 브랜드의 팔자가 기구하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GM대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은으로부터 홀대를 받을 만큼 죽을 고비를 넘겼다. 미국 GM그룹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경이었으니 GM대우의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GM대우는 노사가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여 대우 브랜드를 떼고 독립하기로 결단했으니 절치부심이었을 것이다.

미국 GM그룹도 연방정부의 구원으로 정부기업이 됐지만 최단 시일에 세계 최강의 지위를 회복함으로써 GM대우를 자회사로 독립시킬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변동을 바탕으로 GM대우는 쉐보레가 대한민국에 인사드립니다.”는 결별사를 신문광고를 통해 밝혔다.

해체된 대우이미지 탈색, GM 왕국으로

GM대우는 지난 120, 신라호텔에서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chevrolet) 발표회를 갖고 군산공장에서는 쉐보레 첫 모델로 올란도(orlando) 양산체제 기념식을 가졌다. 이어 3월에는 GM대우에서 대우(大宇)를 삭제하고 GM코리아로 새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GM은 대우와의 끈질기고 오랜 40년 인연을 끊고 GM그룹 자회사로 독립하게 된다.

GM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한국에서의 내수시장 확대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수출을 늘리기 위해 쉐보레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미 세계 각국에 팔려나간 대우차 브랜드도 쉐보레로 바꾸고 내수시장에서도 고객이 원하면 로고를 교체해주겠다는 방침이다.

GM대우2011-03-18_092809.jpg 는 서둘러 대우차 이미지를 지울만한 까닭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조직원들의 90%가 이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대우는 이미 해체된 이름이니 빨리 탈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인 모양이다. 노조에서도 그 흔한 파업투쟁이 없는 것을 보면 옛 대우 뿌리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은 사라지고 GM왕국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판단한 그 심정을 이해 못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네 인식으로는 대우가 아직도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파워로 생동하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대우는 세계경영 브랜드로 살아있고 국내에서는 대우건설, 대우조선, 대우증권, 대우인터내셔널 등에 김우중 회장과 대우인들의 맥박이 뛰고 있다. 그래서 GM대우가 지금에 와서 대우를 싹 지워버리는 것이 다소 아쉽다는 소감인 것이다.

GM합작, 새한차, 대우차 거쳐 원위치

GM대우의 뿌리는 5·16 후 김창원 사장의 신진자동차로 우리에게 깊은 애환과 추억을 심어줬다. 신진은 1965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합작으로 5·16 혁명주체가 끌어들인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하여 자동차 국산화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도요타자동차는 중공 주은래(周恩來) 수상의 4원칙에 쫓아 한국에서 철수하고 그 대신 GM이 상륙하여 GM코리아로 새 출발했다. ‘4 원칙이란 한국, 대만 등과 교류하는 기업은 받아주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도요타가 이에 굴복한 것이다. 당시 GM은 한국에 진출하는 것만으로 미군 1개 사단을 증파하는 수준의 방위력 증강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자동차의 국산화를 지원해줄 뜻이 없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의 포드사와 합작했었지만 기술이나 투자로 지원하지 않았다. GM이나 포드나 자기네 자동차의 판매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결국 GM코리아는 조립 승용차 코로나로 승기를 잡은듯 했지만 낡은 시보레 모델로 무너지고 5년여 만에 산은관리로 넘어가 새한자동차로 바꿨다가 김우중 회장의 대우자동차로 팔자를 고쳤다. 당시 대우는 한국기계, 옥포조선 등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재건하는 솜씨를 보여 자동차산업도 대우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김우중 회장은 만사를 제쳐놓고 부평공장에 상주하면서 자동차 학습으로 세계경영품목에 한국자동차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시대를 앞질러나간 세계경영이 IMF 외환위기로 그룹이 강제 해체되는 불운을 맞고 말았다. 이때 다시 GM이 경영에 참여하여 GM대우로 갔다가 곧 GM코리아로 변신하게 됐으니 40여년의 팔자가 험난한 고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되는 것이다.

티코의 추억 속에 올란도 성공기대

대우자동차 시절의 티코(TIKO) 열풍이 추억이다. 현대의 그랜저와 대우의 티코가 중형차와 경차로 대비되면서 어딜 가나 티코 시리즈가 최고의 화제였다.

김영삼 정부시절 행정쇄신위원회가 경차 보급촉진을 위해 티코의 자동차 관련세 및 고속도로 통행요금, 주차요금 등을 대폭 경감시켜주는 방안으로 경차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잠시뿐, 중대형차 선호 정서에 따라 경차시대는 오다 말고 티코신화는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소멸되었다.

GM대우가 3월부터 GM코리아로 거듭나면서 쉐보레 시대를 위해 시설투자와 신차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니 기대할만하다. 올해 8개 신차모델을 출시하고 내수 17만대를 달성하여 시장점유율 20%를 목표한다니 팔자를 고치겠다는 약속이다.

이미 쉐보레 올란도 양산체제를 선언하고 상반기 중에 소형차 아베오 해치백, 7인승 MPV 올랜도, 준중형 크루즈 해치백, SUV 캡티바 등을 내놓기로 했다. 이쯤 됐으니 한국자동차 산업의 초기부터 끈질긴 인연으로 오늘에 이른 GM코리아가 한국에서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로 성공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고용보장, 장기투자, 무분규의 윈윈

쌍용자동차는 지난 2009년 야권과 민노총 등이 개입한 77일간의 공장점거 농성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 파산지경에 이르러서야 팔자를 고쳤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지난해 1123, 5,225억 원에 인수키로 본 계약을 체결, 2월중에는 M&A 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마힌드라 그룹은 자금력과 경영력을 겸비한 인도의 10위급 재벌로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현지화 경영을 약속하고 R&D와 신차개발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마힌드라 그룹과 쌍용차 공동 관리인 이유일, 박영태씨 및 김규한 노조위원장 간에 고용보장, 장기투자, 무분규를 다짐하는 공동특별서약서에 서명했으니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김 노조위원장이 한국과 인도 양국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과 오해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공동의 이익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큰 틀을 마련했다.”고 이를 평가했으니 쌍용차의 고질병인 파업투쟁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쌍용차가 멀리 인도재벌의 품으로 넘어갔지만 지금껏 숱한 고비와 곡절을 겪어온 험한 팔자를 생각하면 마힌드라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글로벌 마인드의 마힌드라 경영

마힌드라 그룹은 자동차, 농기계를 비롯하여 무역과 금융 등에 걸친 막강한 영토를 지배하는 그룹으로 트랙터의 경우 세계 3위로 알려졌다. 또한 그룹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글로벌 마인드로 앞서가는 경영방침을 약속한바 있다. 2011-03-18_092814.jpg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승용차 부문의 잇단 합작실패로 해외 M&A에 나서 고급세단 체어맨의 쌍용차를 적격으로 선택했다고 보여 진다. 인도경제에 밝은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마힌드라 그룹은 지난 96년 포드와 합작하고 2005년에는 프랑스 르노자동차, 2007년에는 닛산-르노 합작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에 한국과는 지난 2004년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대우의 성공경험을 갖고 있으며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SUV 전문에다 고급세단을 얹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한다. 쌍용차는 미국의 안전테스트를 통과하고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젤엔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힌드라는 SUV와 픽업트럭의 미국수출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M&A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 원조의 새로운 탄생 기대

쌍용차는 마힌드라로 출가함으로써 오랜 방황과 내부분란을 완전 종식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만 한다. 쌍용차의 뿌리는 한국자동차의 원조인 하동환자동차 제작소로부터 동아자동차(1977), 쌍용자동차(1986), 대우자동차(1998)를 거쳐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팔려간 기구한 운명으로 연명했다.

상하이자동차 시절 쌍용차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만큼 노사갈등에다 한중 외교마찰까지 유발했으며 투자약속 불이행이나 기술과 노하우 유출혐의 등 온갖 불미스런 행태로 국가와 국민의 불신을 쌓아왔다. 더구나 지난 2009년 법정관리 하에 생존여부가 문제시되고 있을 때 악성파업 투쟁에 외세가 개입하여 지역주민과 평택시 당국으로부터 심한 눈총을 받았다.

이처럼 절박할 때 마힌드라 그룹이 지난해 8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실사를 거쳐 당초 제시했던 5,350억 원 보다 125억 원을 줄인 5,225억 원으로 본 계약을 체결했지만 대다수 채권단마저 동의했으니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불행히도 쌍용그룹이 무너져 쌍용차라는 브랜드가 못마땅할는지 모르지만 그동안 무소와 체어맨 등 쌍용브랜드로 각인된 쌍용차는 순수 토종 하동환자동차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차의 원조라는 자부심을 마구 저버릴 수 없다고 충고한다. 앞으로 열린 사고의 마힌드라 그룹의 일원으로 본래의 터전인 평택에서 세계적 명차로 크게 발전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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