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월호]

견제받는 독주기업

존경받는 국민기업 된다

삼성사장단, 비판 오해 풀기 방안

‘1%의 반대 세력 포용합니다선언

삼성그룹 사장단회의가 삼성 독주’, ‘삼성 공화국이라는 비판적 오해를 풀어 존경받는 국민기업으로 거듭 나기로 다짐했다. 지난 61, 삼성그룹 사장단 40여명은 정례 수요모임에서 단 1%의 반대 세력이라도 적극 포용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의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의 제안에 따라 사장단이 자가비판 회의를 갖고 국민기업 정착 방안을 제시해야만 했으니 최근의 재계가 안고 있는 고뇌의 일단을 삼성이 대변했다는 느낌이다.

어쨌던 비판 앞에 고개 숙여

삼성그룹은 국민기업 정착 방안으로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다양화, 사회공헌 활동과 나눔의 경영 강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발표했다.

대체로 금방 듣고 이해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왜 이 시점에서 국내 최대, 세계적 일류기업 사장단이 새삼스럽게 국민과의 대화, 사회공헌 등을 강조해야만 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껏 삼성그룹이 국민과 대화 없이 일방 독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했다는 자료도 없다. 그렇지만 삼성이 누리는 우월적 지위가 곧 독주로 비쳐지고 삼성 공화국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풍토이다.

중앙일보사가 동아시아연구원과 함께 조사한 23개 파워 그룹의 평가에서 삼성그룹은 영향력 1, 신뢰도 1위로 나타났다고 보도되었다. 권력기관이나 여야 정당 및 심지어 청와대 보다도 높은 영향력과 신뢰도를 자랑하는 것이 독주로 비쳐지고 견제심리를 유발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삼성그룹 사장단의 내심으로는 애매하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비판이거나 오해라고 여길 것이다. 그렇지만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을수록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야 무사하다는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헤아려 국민기업으로 거듭 나겠노라는 행동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무노조 경영 비판 비켜나가

삼성그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공인되고 젊은이들도 가장 입사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에 비판과 견제를 행동 가치로 삼는 일부 단체나 이론가는 최강자로서 삼성의 지위와 막강한 영향력 자체를 불공정이나 부도덕의 산물로 혹평한다.

삼성을 강자로 보면 경쟁에서 밀려난 상대는 약자이며 동정의 대상이 된다. 비판 세력은 삼성이 확보한 지위로 마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양 독주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자 삼성의 고민이다. 삼성그룹의 경영성과는 뛰어 나더라도 오너의 지배와 군림은 용서할 수 없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비록 1%의 반대 세력이라도 포용하겠다는 고심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믿어진다.

게다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노동 운동권의 시각에서 보면 유죄일 수 있다. 삼성이 노조 없이도 일류기업으로 부상한 것은 노조 조직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노조 지도부로서는 치명적인 반론이다. 그래서 삼성 독주삼성 공화국이란 비판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고대 사태가 무노조 경영을 구실로 이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을 무산시켰던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에 대해 삼성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일부의 극열한 반대에 정면 대응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가 이번에 존경받는 국민이 되겠노라고 다시한번 고개를 숙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성과로 존경받는 기업

이날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는 삼성을 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제 발표가 있은 다음 무려 1시간 40분간 많은 분들이 토론을 벌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주제발표는 삼성이 여러모로 힘을 과시하고 우수한 자원을 독점하기에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MF 이후 삼성그룹의 지위가 더욱 부상하면서 타그룹과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에도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는 시중에서 관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판단과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수출실적은 527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20.7%를 차지했다. 주식의 시가총액은 908천억 원으로 증시의 22.4%를 지배한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만도 125억 달러로 환산되었다.

이들 몇 가지 통계만으로도 삼성의 위세와 독주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독주가 유죄이고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비록 삼성의 독주가 국내 경제계를 압도한다고 볼 수 있지만 세계화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글로벌기업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세계 랭킹으로 보면 그 지위가 보일락 말락 하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의 경영성과가 주로 어디서 형성 됐는가를 생각해 보면 국내시장에서의 미세한 경쟁구도를 보고 독주라고 비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체로 삼성의 반론처럼 글로벌 경영에서 획기적 성과를 쌓아 올려 세계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창업주 승계 후 제2창업 성과

삼성그룹 오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현 이건희 회장은 창업 2세로서 법률적 경영권을 승계했고 아들 이재용 상무는 경영실습을 거치고도 비판과 견제를 받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삼성의 후계자는 전통적인 장자승계의 전통을 깨고 3남에게 경영권을 물려 준 사례다. 고 이병철 회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에서 일경비지니스 편집장과의 대담을 통해 당시 37세이던 이건희씨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했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놀라운 경제기사였다.

이때 이병철 회장은 사업규모가 작다면야 위에서부터 순번으로 장남이 좋겠지만 장남은 성격으로 보아 기업에는 맞지 않고 두 번째는 중소기업 정도의 생각밖에 되지 않아 그룹을 맡길 수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일경비지니스 보도가 전해진 후 삼성은 일부 표현이 잘못됐다고 즉각 해명했었다.

장남은 스스로 기업을 떠났고 차남은 중소기업이라도 혼자 해보겠다고 독립해서 나갔고라고 해명했었다.

이렇게 현 이 회장은 창업자의 엄격한 관찰과 수습을 거쳐 오늘의 그룹경영 책임을 맡았으며 그로부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1, 세계일류기업을 육성해 냈으니 제2의 창업을 이룩한 셈이다. 이는 곧 오늘의 삼성경영과 이 회장을 분리시켜 기업성과는 자랑스러워도 오너의 지배와 군림은 옳지 못하다는 일부세력의 비판에 타당성이 결여 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시장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강자와 약자로 구분되어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안목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에서 세계 시장을 무대로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독주하는 것을 유죄로 발목을 잡는다면 국가의 손실이자 국민의 손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만 국민정서상 삼성의 지배력과 독주가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삼성은 비판과 견제를 받더라도 세계일류기업으로 더욱 뻗어나야 한다.

삼성은 오너가 경영책임을 지고 있지만 이미 국민의 기업이며 삼성 경영이 잘못되는 것은 국민이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