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월호]

거대기업 쇠퇴의 교훈

GM은 대기업병 총망라

우월감속 경쟁력, CEO 리더십 약화

노조의 경영참여, 과도한 복지 원인

세계시장을 지배해 온 거대기업들도 쇠퇴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 삼성경제연구소 CEO Information은 지난 70여년간 세계 1위의 시장을 지킨 GM이 최근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경영악화가 아니라 생산성, 품질, 기술, 판매 등의 총체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포드, 소니 등 10여개 사례

지난 2천년 이후 쇠퇴기운을 보이는 거대기업 사례는 10여건이 꼽힌다. 전자, 자동차, 통신, 에너지, 유통 등 특정분야에 국환된 것이 아니고 전 업종에 걸쳐있다.

제록스의 경우 지난 2천년과 21년 적자경영에다 회계부정으로 쇠퇴기운을 보이고 엔론은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 치중하다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을 저질러 21년 파산보호 신청을 제기했다.

월드콤과 K마트는 과도한 사업 확장, 회계부정, 마케팅 실패 등의 원인으로 22년 똑같이 파산보호 신청을 제기했다.

포드는 사업 확장과 고비용으로 21년과 22년 적자로 결산했고 AT&T는 장거리 전화사업의 수익 악화로 22년과 지난해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또 필립스는 마케팅 전략의 실패로 21년 이래 연속 2년 적자를 나타냈고 소니사도 신제품 출시 등에 실패하여 23년도 전자부문이 적자를 나타냈다.

거대기업들의 쇠퇴는 내부 병폐가 누적되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경향이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되어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처방도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쇠퇴 과정 4단계로 진행

대체로 거대기업의 쇠퇴 과정은 쇠퇴징후 출현 해체 또는 구조조정 일시적 회복 위기의 재도래 등 4단계로 나타났다.

쇠퇴의 징후는 관료주의의 만연, 기술투자 소홀, 모험정신 약화, 방만한 사업 다각화 등 대기업병의 누적 현상이다. 해체나 구조조정 과정은 다운사이징, 합병, 분할매각, 아웃소싱, 생산공장 해외이전, 노조와의 협상 등으로 나타나며 일시적 회복 과정은 본업으로 회귀, 고부가사업 집중, 수익성 개선 등으로 나타난다.

위기의 재도래는 다시 시장 점유율 하락, 고비용 압박, 기술우위 약화 등으로 퇴출되거나 인수되고 만다.

삼성경제 CEO Information은 향후 기술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는 거대기업들은 쇠퇴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환경변화가 기업의 부침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거대기업에 대한 공격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틈새기업(Niche Player)와해성 기술’ (Disruptive technology)을 확보하여 파괴력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정크본드로 추락

GM의 경영위기는 올 1·4분기 매출액이 458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3%나 감소했으며 11억 달러나 적자를 기록한 사실로 지적된다. 이는 분기별 실적으론 92년 이후 최대 규모 적자이며 특히 본업인 자동차 사업이 198천만 달러나 손실을 나타냈다.

종업원들에 대한 의료비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미국시장에서의 판매 감소 등이 주원인이다. 이에 따라 GM의 주가는 금년 2월말 37달러50센터에서 6월초에는 32달러로 떨어졌다. 기업 사냥 전문인 Kirk Kerkoriano GM의 공개 매수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GM의 신용등급은 2110월 이후 계속 하락하여 금년 5월에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본드 수준의 고위험 채권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Wagoner GM 회장이 25천명을 감원하고 의료비 지원축소, 공장 폐쇄 등의 회생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노조와 의료비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공장 폐쇄도 노조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강성 노조와 대립 관계

GM의 경영위기 요인은 제품 및 생산 경쟁력의 약화를 먼저 꼽을 수 있다. GM90년대 소형 상용차 붐에 편승하여 경트럭, 미니밴 등의 고수익에 안주한 결과 R&D, 생산, 판매, A·S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판촉 전략도 실패했다. 9.11테러 이후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딜러들에게 판매 인센티브를 강화했지만 비용만 높아지고 성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GM이 렌트카, 리스 등 대량고객 판매에 치중했던 것이 중고차 가격하락 등 부작용을 몰고 왔다. GM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자 렌트카 등에 주력했었다.

무엇보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큰 문제다. GM노조는 미국내 최강성 노조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자동차노조(UAW) 산하 노조 가운데 GM노조는 조합원 20만명으로 영향력이 가장 막강하다.

GM은 지난 98년 적자 감축을 위해 북미공장 2곳을 해외로 이전키로 결정하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여 북미 27개 공장이 54일간 가동을 중단하여 회사는 22억 달러의 생산 손실, 근로자는 10억 달러의 임금 손실을 입었다. 그 뒤 노사는 위기를 공감하고 회사 살리기에 나서 공장 이전을 보류하고 노조는 오버타임 급여를 포기하는 타협을 이룩했다.

그 뒤 23년에는 경영 현실을 생각 않고 조합원 복지에 우선하는 협약을 노조의 요구대로 수용했다.

GMUAW과의 단체협약(2003~2007)2004년 업적급 3천 달러 지급 기존 퇴직자에 연간 800달러 지급 전 종업원에게 GM 신차 구입 할인권 1,000달러짜리를 첫해와 3년째에 발행 생산직 근로자 의료보험의 93% 회사 부담 사무직 근로자 의료보험의 73% 회사 부담 등을 규정했다.

노조의 경영참여 부작용

GM은 구조조정, 공장 해외이전 등에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신규투자와 연구개발에도 노조의 의견을 반영해야만 한다.

또 손익과 관계없이 공장 가동률은 80% 이상 유지해야 하고 일시 해고시에는 5년간 평균 임금의 94%를 지급해야 하는 Lay Off 제도가 적용된다. 미국의 정리 해고는 완전히 직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일시해고(Lay Off)로 일정기간 생계를 보장 받고 재취업 우선권도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기본급의 95%2년간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GM5년간 지급키로 미국자동차노조와 합의했던 것이다.

퇴직자에게 주는 복지혜택인 유산비용(legacy cost) 부담도 과중했다. 2011-04-04_161208.jpg 유산비용은 퇴직자 및 그의 부양가족에게 의료비, 연금 등을 종신토록 지급하게 되어있다.

이 제도는 1950년대 UAW와 자동차 회사간 최초로 단체협약에 등장하여 지금은 철강업계에로 확대되었다. 이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촉진시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노조 측이 좀처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GM은 지난해 퇴직 고령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36억 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56억 달러로 예상된다.

CEO 리더십의 오류들

GMCEO들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보다 기업규모 확대에 주력해 왔다. 전통적으로 GMCEO는 금융 전문인이 맡아 왔으며 현 왜고너 회장도 뉴욕 금융가 출신이다. 이들은 자동차에 전념하기보다 M&A 등 기업거래를 통해 성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하며 불황기에는 R&D 비용을 감축하여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켰다.

90년대 초 일본 등 외국기업 공세가 거세지자 주력인 승용차에서 일찍 발을 빼고 SUV (Sports Utility Vehicle)에 집중키로 결정한 것이 오류였다.

자동차에 소홀한 채 금융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한 것도 과오였다. 할부금융 사업에서 흑자를 이룩하자 업계에서는 GM자동차 만드는 은행이라 빈정거렸다.

노조와의 관계에서 시종 수세적인 입장을 보여 경영비용이 급증한 것도 CEO 리더십의 실패다. 유산비용이 갈수록 급증하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하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거대기업 우월감, 자만심의 몰락

GM의 경영위기를 보면서 거대기업 쇠퇴기운에 사전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다. GM의 대립적 노사관계, 본업에서의 경쟁력 약화, 유산비용 등 과복지 투자 등을 특별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CEO는 환경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위기가 오기 전에 구조조정 하는 결단력도 절실하다. 경영성과를 초과하는 분배와 복지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을 노사가 공감하고 위기극복에 협력하지 않으면 세계 최대 GM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 졌다.

이 같은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면 자만심이나 애국심에 의존하려 해서는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GM은 자국민의 충성심을 믿고 경쟁력 강화에 소홀하여 해외기업들에게 시장을 빼앗겼다. ‘GM에게 유리한 것은 미국에게 유리한 것이라던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라는 식의 우월감이 변화와 혁신에 소홀하도록 작용했었다.

한마디로 GM의 쇠퇴는 거대기업병의 징후들이 총 망라되었다고 분석된다. 내부 요인으로는 본업의 경쟁력 약화, 노조의 과도한 경영참여, CEO 리더십의 약화 등으로 요약되고 외부 요인으로는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 외에 도요타와 현대차 등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밀려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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