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월호]

삼보컴마저PC 산업 위기

가격 밀리고 브랜드 열세

OEM 치중하다 대만에게 부메랑

고부가형으로 선택과 집중해야

국내 PC 산업이 위험한 고비를 맞고 있다. 나래앤컴퍼니, 로직스, 세진컴, 현대멀티캡, 현주컴, 그리고 삼보에 이르기까지 90년대 한국 PC산업을 이끌던 중견업체들이 줄줄이 넘어졌다.

지난 2천년이후 부도나 법정관리로 넘어간 이들 유력 PC 업체들은 국내 수요 침체에다 중국과 대만업체들의 공세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 약세로 밀려난 형국이다. 앞으로 국내 PC산업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OEM하다 브랜드에 밀린 형세

국내 PC시장은 수요가 계속 침체한 가운데 해외의 다국적 기업 물량공세는 갈수록 심하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데스크탑 PC와 노트북, X86 서버를 합친 PC 시장은 992191천대에서 2천년 384만대로 절정을 기록한 이래 22358만대, 지난해 3322천대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소폭 상승하여 347만대, 내년에는 364만대를 예측하고 있지만 2천년대와 같은 폭팔적 수요는 기대할 수 없고 완만한 수평선을 그리게 될 전망이다. 이는 PC 시장이 성장기를 끝나 TV, 세탁기등 가전제품과 같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도 90년대와 같은 기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전망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PC37500만달러의 무역역조를 나타냈다. 이는 국내 PC 업체들이 중국이나 브라질등 해외생산을 늘린 반면 국내시장에는 외국 유명회사 노트북 PC의 수입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산 PC는 가격에서 중국과 대만보다 비싸고 브랜드는 델이나 HP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밀리는 위치다. 이는 해외업체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전환한데 반해 국내업계는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OEM)에 머물러 시장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원가가 경쟁력 원천

PC 산업은 이제 첨단산업이기 보다 일반 제조업으로 평가되는 단계다. 초기엔 선발국 일부에서만 데스트탑과 노트북 PC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생산될 정도로 일반화됐다. 이는 생산원가 절감이 시장경쟁력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브랜드 PC의 경우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고임금 생산2011-04-04_161334.jpg 이 아닌 저임금 생산이야만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만대를 파는 것과 100만대를 파는 것은 비교가 안된다. 우선 부품 구매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게다가 생산시설에 따른 비용도 원가구성에 중요한 요소다. PC 시장이 몇 개 업체로 재편될 상황에서 몸집을 키우는 일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PC 시장 점유율로 보면 생산규모가 시장점유율로, 점유율이 다시 이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글로벌 기업의 위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PC 출하량은 17747만대로 전년대비 15%나 증가했다. 그러나 상위업체의 과점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 HP, 레노버(IBM)등이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지배하며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특히 델은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전년보다 23%나 증가한 3177만 대를 팔아 17.9%를 차지했다.

이어 HP12% 증가한 2806만대, 레노버는 16.3% 증가한 149만대를 팔아 5.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국내 PC업체는 한때 전세계 OEM을 독점하다 시피 했지만 지금은 중국과 대만에 밀리는 상황이다. 대만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미국, 한국, 일본의 위탁생산이 늘어나 전세계 노트북 PC 생산량의 70%를 소화하며 독점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PC의 주요부품인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LCD 모니터등을 70~80%나 점유하여 한국 PC 업체에게는 부메랑으로 발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용산전자상가마저 점차 몰락

최근 PC 시장은 가격 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델컴퓨터가 39만원의 데스크탑을 선보인데 이어, 삼보컴퓨터의 노트북 PC인 에버레텍이 90만원대로 팔고 있다. PC 제품의 성능도 점차 평준화되면서 결국 가격과 서비스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PC 가격의 하락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창업초기부터 가격에 중점을 둔 델에 대응하기 위해 HP와 게이트웨이는 각각 699달러와 729달러의 데스크탑을 선보였으며, 고급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가 109천엔과 89천엔의 보급형 노트북 PC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이는 PC 가격의 거품으로 지적되고 있는 생산 원가와 마케팅 비용을 줄인 점도 있지만, 그만큼 유통 환경이 단순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유통 단계가 복잡한 국내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제조업체-총판(직판)-대리점-소매점-소비자 등 최소 4단계를 거쳐야 구입할 수 있던 유통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주요 PC 업체는 이미 새로운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시범 LG전자 PC사업부 상무는 국내 소매 시장에서 유통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PC의 절반은 전자상가를 통해 처리되는 물량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이 비중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져 새로운 유통 판로 대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컴퓨터는 용산으로 가야 싸다는 법칙이 깨지고 있다. 용산 대신에 인터넷 쇼핑과 TV 홈쇼핑, 할인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예로 올해 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해 PC 업계를 긴장시켰던 중견 브랜드 주연테크의 경우 TV 홈쇼핑을 적절히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송시몬 주연테크 사장은 합리적인 유통 전략은 이제 PC 가격을 낮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었다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싶어하고 어떻게 이익을 주느냐를 고민하는 제조업체는 앞으로 제품보다는 유통망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PC 시장에도 블루 오션이 있다

PC 업계 변화는 몇 년 전부터 감지되었다. 작년 레노버가 IBM을 인수했거나 225HP가 컴팩을 인수하는 등 세계 PC 사업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85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누리던 PC 시장은 2천년 말부터 급격하게 악화돼 왔다. 이어 21, 전년에 비해 출하량이 4% 이상 줄면서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PC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지고 국내에서도 같은 해부터 수요가 감소했다.

이제는 PC가 문서 작성이나 사칙연산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오락, 게임, 영화등 보다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빠른 CPU와 새로운 OS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던 방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소음 문제가 해결되고 환경 친화성인 은나노 제품을, 삼보도 디자인 측면을 크게 개선해 기존 타워형이 아닌 셋톱박스와 같은 가로형 라운드와 컬러풀한 외관을 채택한 미디어센터 PC를 선보였다. LG전자 역시 미디어센터와 홈네트워크를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PC 등 새로운 개념의 PC를 준비중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

세계 PC 시장은 26년까지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데스크탑 PC 교체주기는 통상 4, 노트북 PC3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까지 구형 PC의 교체 주기가 마무리되어 1~2년동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차기 OS인 롱혼(Longhorn)26년 하반기에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와 호환이 가능한 PC27년부터 판매가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내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환경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열약한 상황에도 PC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선 대기업은 PC 산업 부활을 위해 브랜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차세대 PC 기술 선점도 대기업의 몫이다. R&D 투자를 많이 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OEM 위주의 생산 전문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게임이나 맞춤형 PC와 같은 특정 전문 분야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

이제는 생산에서도 이미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저가 모델은 중국이나 대만에 맡기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형 제품 생산을 특화해야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미 경쟁우위를 확보한 디스플레이와 모니터, 광스토리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시장 수위를 유지하면서 주변기기와 PC의 이용을 극대화 시켜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