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경제위기 끝났나

98년 이맘 때쯤 세계 경제는 풍전등화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러시아는 파산 직전이었고 브라질은 추락하고 있었다. 거대한 헤지 펀드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지구촌을 방황하고 있었다. 극단론자들은 지구 경제의 파국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세계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새로운 국제 경제 제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서 22개 경제대국 지도자들이 작년 10월 워싱턴에 모여 대책을 숙의한 끝에 몇 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그 때문일까.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위기를 넘긴 것처럼 보인다.

97년 IMF 홍역을 치렀던 아시아국들도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본 경제가 침체로부터 벗어 나려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세계경제에 대한 정답은 없는 상태다.

IMF는 2년 전 개도국들에게 무조건적 시장개방을 촉구하더니 이제 와서는 단기 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건의하고 있다.

어제의 처방이 오늘의 모순으로 둔갑한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에서 28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연례 정책 협의를 가졌다.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도 참석했다. 그때 은행장들은 만면에 웃음 꽃을 피웠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자, 그렇다면 세계 경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는가. 하기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있다. 우선 IMF는 회원국으로부터 9백억 달러의 비상금을 확보했다. 이 돈은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국가들을 돕는 데 쓰여진다. 특히 아시아국들은 금융개혁을 통해 투명성을 높였다. 한국, 필리핀, 태국, 브라질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일들은 꼭 필요한 조치들이다. 이것으로 만사는 해결되었는가. 포천 지에 따르면 대답은 '노'이다. 세계은행의 경제 분석가 조셉 스티글리츠는 여기서 중단하면 세계는 다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추가조치는 대략 두 가지이다. 첫째 개개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개혁이 제대로 돼야 하고 둘째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과 조정을 통해 추진되는 개혁이 동시에 잘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명성이 더욱 제고되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지도가 수반되면 금상첨화이다.

이런 조치들이 완료될 때까지는 세계 금융시장은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고 스티글리츠는 경고한다. 만약 다시 금융위기가 온다면 작년과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다. 다만 헤지 펀드의 급속한 이동으로 인한 위기 발생 가능성은 없다. 떠날 헤지 펀드는 이미 다 떠났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할 대상은 미국이다. 세계 자본의 대부분이 주로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에 바로 여기에 위기의 씨앗이 있는 것이다.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은 전 세계 증시 시가 총액의 절반을 넘는다. 10년 전에는 35%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본이 미국으로 집중되었다는 애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비틀거리는 날엔 그 충격은 세계를 휩쓸 수 있다. 이런 사태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그린스펀이다. 미국 증시가 출렁거리기 시작하면 금리를 내려도 문제고 올려도 문제다. 잭슨홀 회의 때 모든 시선이 그린스펀에게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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