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뚱보 미국

신의 질투일까. 9년째의 경제 호황으로 최고의 부를 누리는 미국인들이 비만으로 죽어 가고 있다. 연간 사망자는 약 30만 명. 비만은 이제 미국에서 다이어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사망 원인의 하나가 된 국가적 문제로 등장했다.

미 의학협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50% 이상이 과체중이며 이 가운데 22%는 비만이다. 미 질병통제센터의 보고서는 이상적인 체중보다 30% 더 무거운 사람을 비만으로 규정할 때 비만 범주에 들어가는 미국인은 1991년에 8명 중 1명이던 것이 98년에는 5명 중 1명으로 늘었다.

또 91년에 조사에 참가한 45개 주 가운데 15% 이상의 비만도를 보인 주가 4 곳이었으나 98년에는 37 곳으로 껑충 뛰었다.

이 사실은 91년부터 7년간 10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 결과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많은 미국인들이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마구 먹어대는 바람에 비만 인구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체중 감소 및 다이어트 관련 사업은 연간 3백 30억 달러의 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비만 인구는 인존, 종교, 성, 흡연 여부에 관계없이 골고루 퍼져 있다. 약간 특이한 것은 젊은 비만자 중 교육을 받은 사람과 히스페닉 계 사람들에게 많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비만 증가의 원인을 패스트 푸드, 스낵 식품 등의 대중화와 운동 부족 그리고 사회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특히 어린이 비만은 심각하다. 한 두 살 배기 아기들의 비만에 대해 당장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뒤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는 게 의사와 전문가들의 경고다.

미 다이어트협회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5명 중 1명은 비만이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0-30년 전에 비해 어린이 비만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소아과 의사 존 모나코는 이 원인을 음식 문화의 변화에서 찾는다. 이 문화는 특히 지난 20-30년 사이에 급격히 변했다. 요즘 어린이들은 꼭 먹어야 할 음식 만 먹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음식 속에 포함된 방부제도 먹고 화학물질도 먹는다. 다시 말하면 옛날 어린이처럼 순수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운동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다. 도대체 뛰어 놀 시간이 없다. 주로 TV나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웃과는 단절되다시피 된 환경에서 공놀이도 못하고 소꿉장난도 못한다.

비만은 곧바로 질병과 연결된다. 심장병, 고 혈압, 고 콜레스테롤, 당뇨, 뇌출혈, 그리고 때로는 암과도 관계된다. 미국 의사들은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 요법을 권한다. 렙틴은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 치료제로서는 부작용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그밖에 섬유질 식품도 권장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어린이의 28%가 비만이다. 12세 남아의 체중은 23년 전보다 10Kg 늘었다. 과 체중의 한 개그맨을 두고 공포의 삼겹살 이라고 우스개를 하던 때는 차라리 낭만적이었다. 다이어트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마음껏 먹어치우는 요요 증후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비만은 사회적 스트레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치에 실망한 백성들, 사랑에 굶주린 여인들이 과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문명의 편리와 풍요가 가져온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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